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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으로 길게 뻗은 철길 위로 아침을 밝히는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그 태양 아래로 보이는 곳이 삽교역사가 들어서는 신설부지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철길 위로 아침을 밝히는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그 태양 아래로 보이는 곳이 삽교역사가 들어서는 신설부지다.
ⓒ <무한정보>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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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민의 염원이 담긴 '서해선복선전철 삽교역사 신설'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지역사회가 '장래역'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무려 11년 동안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충남도와 예산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5일 가진 총사업비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비(도비 50%·군비 50%)로 부담하는 삽교역사 신설비용 271억 원을 반영한 총사업비 변경을 최종 승인했다.

앞으로 2022~2023년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한 뒤 2년 동안 공사기간을 거쳐 오는 2025년 삽교리 86-1·3번지 2필지 7934㎡에 '선하역사(線下驛舍, 철도 아래 역무시설을 설치하는 형식)'로 들어설 예정이다.

서해선복선전철 건설사업은 국토교통부가 4조955억 원(2022년 정부예산 3195억 원)을 투입해 홍성~예산~당진~아산~평택~화성(송산)을 잇는 총길이 90.01㎞ 규모다. 11월 말 기준 공정률은 81%로, 2023년 개통한다. 예산군을 포함해 노선이 지나는 6개 시군에 정거장이 생긴다.

설계속도는 시속 250㎞며 최고시속 260㎞인 고속열차(EMU-250)가 운행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철도건설법)'에 의한 노선번호 202호 '준고속철도'로 고시했다.

삽교역사(가칭 충남도청역)를 신설하면 내포신도시(혁신도시) 북부관문역이자, 도청과는 최단거리역(약 3㎞)이다. 지역발전은 물론 수도권 접근성 향상을 비롯해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공공기관 이전·기업 유치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더욱이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에 포함된 '서해선 KTX 고속철도망 구축'으로 5491억 원을 들여 서해선복선전철(평택 청북)-경부고속철도(화성 향남) 7.1㎞ 구간을 직결하면, KTX열차 운행과 함께 서울까지 이동시간이 2시간대에서 45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현재 '광명-평택 2복선화'와 사전타당성조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내포~태안 연결철도'도 국가계획 신규반영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장항선 삽교역사~서해선 삽교역사~서산민항~서산~태안~안흥 57.6㎞, 예상 사업비는 1조5537억 원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1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황선봉 군수 등과 기자회견을 열어 "충남혁신도시 완성을 향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며 "지난 1년 동안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삽교역사 신설을 촉구하며 힘을 보태주신 예산군민 여러분께 더없이 각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철도공단, 예산군과 긴밀히 협조해 조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며 "삽교역사 신설로 예산과 홍성, 내포신도시가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황 군수는 "예산군민의 10여년 동안 숙원사업이었던 삽교역사 신설이 확정돼 감사한 마음이다. 어려웠던 고비고비를 극복하시며 의지를 갖고 추진해주신 양승조 지사님께 존경과 감사와 더불어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며 "삽교역사 조기준공과 주변 개발계획을 수립해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향후계획을 밝혔다.

선거철마다 공약했지만 11년간 '희망고문'
 
양승조(가운데) 지사가 1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이영재 군개발위원회장, 이승구 의장, 황선봉 군수, 김기영·방한일 도의원, 김학민 도정책특보와 ‘삽교역사 신설 총사업비 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양승조(가운데) 지사가 16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이영재 군개발위원회장, 이승구 의장, 황선봉 군수, 김기영·방한일 도의원, 김학민 도정책특보와 ‘삽교역사 신설 총사업비 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 <무한정보>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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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역'이라는 이름으로 11년 동안 '희망고문'을 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단골공약으로 등장시켜 지속적으로 표심을 자극했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7번의 대선·총선·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서로를 향한 '책임론'만 반복해 왔다.

서해선복선전철은 지난 2008년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지역발전과 내포신도시 활성화 등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기점을 화양역→홍성역으로 변경하고, 삽교역사는 부지를 우선확보한 뒤 주변환경 변화에 따른 여객수요가 증가하면 설치하는 '장래역'으로 고시해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지역사회는 신설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군민서명운동을 벌여 사상 처음으로 성인의 80%가 넘는 5만6000여 명이 참여한 서명부와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의원 등에 전달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대선공약인데도 후순위로 밀려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착공이 1년이나 미뤄졌고, 우여곡절 끝에 2015년 5월 22일 첫 삽을 떴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국비로 역사부지를 매입해 이듬해 진행한 사전타당성조사용역은, 급행(19회)·완행(17회)열차가 정차할 때 B/C(경제성) 1.07과 R/C(재무적타당성) 1.88이 나와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에선 일반철도로 분류해 이용자가(8506명/일→5328명/일(3178명↓) 크게 낮아져 B/C(0.63)와 R/C(0.56)가 모두 떨어졌다. 또 3년이 흘렀다.

당위성은 충분했다. 노선이 지나는 6개 시군 가운데 우리군만 유일하게 역사가 없는 것을 비롯해 △국가균형발전 △내포~태안 연결철도(서해안내포철도) 핵심역 △준고속철도 고시 △내포 혁신도시 지정 등에 더해, 올해는 '서해선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 반영 등 수요증가요인이 잇따랐다.

지역사회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나섰다. 범군민삽교역사유치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7일부터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삽교역사 신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1년 넘게 이어왔다.

무려 374일(15일 기준) 동안 무더위와 강추위, 눈비 속에서 어김없이 군내 162개 사회단체 1841명이 지속적으로 동참했으며, 충남도가 예산군과 함께 신설비용에 대한 지방예산 투자계획을 제출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 15일 기재부 승인을 받아냈다.

홍성군 "'삽교역사 신설' 축하"

내포신도시를 사이에 두고 이웃한 홍성군의 반대도 어렵게 했다. 2015년부터 군수까지 나서 공공연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불필요한 논란과 소모적인 갈등을 야기했다. 이들은 홍성역과 삽교역사의 거리도 문제삼았다. 다행히 홍성군은 1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선 "삽교역사 신설의 기재부 총사업비 조정심의 통과를 대승적으로 수용한다. 예산군민께 축하의 뜻을 전하며, 양군의 화합과 상생발전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며 홍성군민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결과론적이지만, 국가가 추진하는 SOC사업에 국비가 아닌 지방비를 100%(도비 50%·군비 50%) 부담하는 점은 아쉬움을 사는 대목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식 논공행상과 공방을 벌이는 빌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조 지사는 이날 "국비 지원이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삽교역사 신설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은 무엇보다 큰 성과"라며 "기재부는 장래역에 국비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방침이었다. 더이상 지체하면 우리가 끌려가며 자칫 도와 군이 역사운영비도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성역~삽교역 거리는 10㎞ 정도다. 합덕역~인주역 9㎞ 등 서해선복선전철에 10㎞ 미만 역이 2개나 있다. 격차운행을 하면 고속철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일부 군에서 서운하신 분이 있을 수 있다. 그 서운함을 달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청역' 명명은? 
 
서해선복선전철 삽교역사 위치도.
 서해선복선전철 삽교역사 위치도.
ⓒ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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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충남도청역' 명명이 남았다. 지역사회는 지난 2015년 관련 내용을 적은 펼침막을 내거는 홍보활동과 서명운동 등 공론화를 시작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행정도 이웃한 지자체와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략적 무대응'을 철회한 뒤 정면돌파를 선택해 역이름을 못 박았다.

서해선복선전철이 2023년 개통한 뒤 2025년 신설하는 '삽교역사' 얘기다. 

국토교통부가 '철도사업법'에 따라 사업용 철도노선 관리 등을 위해 운영하는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을 보면 한층 설득력을 얻는다. 역명 제·개정은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부르기 쉬우며,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행정구역 명칭 △역에서 인접한 대표적 공공기관·공공시설 명칭 △국민이 인지하기 쉬운 지역의 대표명소 등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지명, 지역과 연관성이 뚜렷하고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명칭을 정해야 한다.

또 '장항선 삽교역'과 같이 이미 존재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소관 다른 역명과 동일(유사 발음 포함)해 혼동될 우려가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다. 표기문자는 한글 6자 이내, 5자 이상은 4자 이내 축약역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서해선 삽교역사는 역사 가운데 충남을 상징하는 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와 최단거리다. 도가 425억원을 투입한 제2진입도로가 신축부지(삽교리 86-1·3번지)와 인접한 국도 45호선 삽교교차로까지 3.39㎞를 왕복 4차로로 연결한다. 기차에서 내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2~3분에 불과하다. 

더욱이 수도권 공공기관·기업 유치 등 혁신도시 완성·정주여건 조성과 동시에 인구(11월 말 기준) 3417명(11.9%, 목리)-2만5361명(88.1%, 신경리) 등 심각한 예산·홍성 개발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도 "삽교역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한 내포신도시 북부관문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충남연구원 오용준 박사는 2018년 삽교역사 주변지역 발전전략 등을 만들기 위한 자문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역명은 철도시설관리자가 제정방안을 제출하면 국토부 장관이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충남도청역'을 실현하기 위해 민·관·정이 합리적인 명분과 전략적인 대응논리를 강화하는 등 한목소리를 내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1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남도청역' 명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다. 삽교역사 신설이 의미가 있다. 역명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확대해선 안된다"고 소모적인 논란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예산군민과 충남도민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규정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100%는 만족시킬 수 없지만, 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축제분위기 속에서 명칭을 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삽교역사, #서해선복선전철, #충남도청역,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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