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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관련 법원에서 송달된 서류들이 쌓여있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관련 법원에서 송달된 서류들이 쌓여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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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집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인만큼 매서운 질의와 목청을 높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특히 대통령 선거라는 큰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는 정부 각 부처의 활동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역할보다, 다른 일에 더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세력의 결점을 찾고, 지지층을 열광시킬 소재를 발굴하는 것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 중 하나일 거라 짐작됩니다. 그런 의도였는지 알 길은 없지만, 지난 18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은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를 소환했습니다. 

소위 대장동 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특혜의혹을 집중 질의하던 김 의원은 이세걸 환경공단 감사를 증언대로 불러 세워 다음과 같은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김성원 의원 (아래 김) : 공단에서 언제부터 상임감사로 일하셨습니까?
이세걸 감사 (아래 이) : 올해 3월 15일부터 일했습니다.

김 : 왜 본인이 상임감사로 임명되었다 생각하세요? 
이 :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20여 년간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과 행정경력이 참고됐을 것으로...

김 : 저는 문재인 정부 캠코더 인사 대표적 낙하산 인사라 생각합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 아시죠? 2016년 4월 3일에 총선넷에서 35명의 후보와 최악의 후보 10명을 선정해서 낙선운동을 했는데 이때 대부분 어떻게 됐습니까? 다 벌금 받고 이렇게 되었죠? 예? 같이 활동하시던분들. (당시 종로구에 출마했던 오세훈 후보에 대한 기자회견 발언을 문제 삼으며) 저게 환경 관련 내용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후보들 낙선시키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가지고 총 22명이 기소가 됐습니다 증인은 어떤 형(을) 받으셨어요? 
이 : 저는 선고유예 받았습니다.

김 : 본인은 왜 상고 안 하셨어요? 서울시청 갈려고 안 한 거 아닌가요? 
이 : 그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김 : 이세걸 감사 나왔나요. 저는 우리 공단에서 순수 환경운동이 아니라 오염(된?) 환경운동. 특히 야권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집중적으로 펼쳐서 벌금형을 받은 인사가 상임감사로 임명되었다는 점에서 놀라고 자괴감을 느낍니다. (...) 오늘 이 정도 질의 나올 거라 예상 못했어요? 국감 놀러 왔습니까?

한국자유총연맹 대외협력실장을 지냈다는 김성원 의원의 이력을 보며, 시민단체에 대해 왜 저런 인식을 가졌을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여러 정보들이 나오더군요.

2017년 4월 20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3대 국민운동단체'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이 박근혜 정부 4년간 2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5년 동안 3대 단체에 연평균 44억 원씩, 219억 원을 지급했다"고도 합니다. 

같은 기사는 "국가보조금 중 일부가 친박단체의 탄핵반대 집회에 전용됐을 가능성" 또한 언급했습니다. "자유총연맹 등이 3·1절 친박단체 행사에 적극 참가해 논란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김 의원의 주장처럼 "오염되었다"는 표현은 어디에 쓰는 게 정확한걸까요? 그가 지목했던 단체들 중에 이런 특혜를 받는 곳이 또 어디에 있으며, 이와 유사한 활동들을 벌인 곳은 또 어디가 있을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총선넷 활동가들에 대한 재판,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핏대를 올리니, 어마어마한 불법을 저지른 것 같은 인상도 드시겠죠?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000여 개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연대기구였습니다. 당시 활동 또한 과격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부적격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해 낙선운동을 벌이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4월 총선에서 패한 박근혜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을 표적 수사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에 총선넷 공동대표 2명을 고발했고요. 같은 해 7월에는 소환 대상을 4명으로 늘리고 압수수색도 하더니, 8월 들어 소환장을 남발해 최종적으론 22명까지 불어났습니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했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무시무시한 죄목이었지만, 나열된 혐의들은 이에 걸맞지가 않아 보였습니다. 당시 부적격 후보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했다. 구멍 뚫린 피켓을 들었다. 현수막을 잡았다. 마이크와 앰프를 썼다. 불법적인 집회를 열고 발언을 했다는 게 전부였습니다.
     
뒤늦게 박근혜 정부가 남긴 '캐비넷 문건'들에서 수상했던 정황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 보고서에는 관변단체들에 대한 지원과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넷을 비판세력으로 규정하며 예의 주시하라는 지시도 있었고요.

22명의 공동정범 중 21명이 대법원 상고까지 함께했고,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취하를 한 분들은 3명입니다. 혼용무도의 극치를 달렸던 당시 집권여당과 박근혜 정부는 몰락했고, 국정농단 세력들은 감옥으로 갔습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 또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선넷 활동가들에 대한 재판은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이 자랑스럽습니다. 20대 후반 늦었던 군입대 시기와 맞물리며 군사재판의 가능성을 걱정해야 했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는 것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걱정을 끼쳐야 했습니다. 어쩌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인데, 사서 고생한 건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4일 입대, 군사재판 받게 되겠지만 떳떳합니다 박근혜 정부 '표적수사' 받은 나, 군사재판도 각오하는 이유)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패한 정부와, 가짜민생을 외치던 후보자들에게 시민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할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2016 총선넷 사건으로 공동정범으로 묶인 피고인들은 드러나진 않지만 여전히 묵묵히 싸우고 있습니다. 사건은 여전히 대법원에서 잠을 자고 있지만 추운 한파가 지나가면 봄이 찾아오듯이, 따듯한 봄날이 머지않아 올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잊혀진 과거의 사건으로, 언제 다시 소식을 전해드릴지 모르겠습니다.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이 사건 또한 언제 결론이 날지 기약은 없습니다. 다음 정부의 임기 안에는 결과가 나올까요?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긴 터널을 헤쳐가는 매서운 시절이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움이 가득하셨으면 합니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가 중 한 사람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강홍구 기자는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 연대활동에 함께 참여한 바 있습니다.


태그:#2016총선시민네트워크, #국정농단, #낙선운동, #혼용무도,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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