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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 차벽을 세워놓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광복절 연휴 사흘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화면세점·서울시청·서울역 등 도심 일대에서 '문재인 탄핵 8·15 1천만 1인 걷기 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 차벽을 세워놓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광복절 연휴 사흘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화면세점·서울시청·서울역 등 도심 일대에서 "문재인 탄핵 8·15 1천만 1인 걷기 운동"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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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의 집회 예고로 경찰이 도심에 차벽을 설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집회를 막기 위한 차벽 설치는 지난해 개천절, 한글날에 이어 세 번째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끌고 있는 국민혁명당과 보수단체들은 당초 14일 '태극문화제' 집회를 2건 진행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종로경찰서는 방역 지침을 이유로 금지했다. 이에 법원에 경찰의 집회 금지 처분을 정지해달라고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이마저도 기각당했다.

보수단체들은 편법으로 14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해 광화문 일대를 도는 '문재인 탄핵 1천만 1인 걷기 대회' 행사를 열었으나, 경찰은 이를 '불법집회'로 간주하고 광화문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오전에는 보수단체 인사 일부가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서는 잠잠해진 상황이다. 전광훈 목사 등 국민혁명당 인사들 역시 집회에 나오지 않고 유튜브 방송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광복절 연휴 사흘간 걷기 대회를 계속 열겠다고 밝힌 만큼, 경찰의 도심 봉쇄 역시 사흘 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오늘 소위 '변형 집회'에 참석한 국민혁명당은 "정부가 국민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고 있다"라며 국가배상소송까지 예고했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의 집회에 대해선 유독 경계할 수밖에 없다. 바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전광훈 목사 등이 참여한 광화문 집회이기 때문이다.

2차 대유행의 기폭제가 된 집단
 
전광훈 목사가 지난해 광복절 집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연설하고 있다. 당시 그는 자가격리 대상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고, 이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해 광복절 집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연설하고 있다. 당시 그는 자가격리 대상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고, 이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 jtbc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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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2일 사랑제일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는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마스크 없이 좁은 예배당에서 함께 찬송가를 부르며 숙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방역당국이 집계한 바, 사랑제일교회 신자 중 총 540명이 집회에 참석을 했고 이중 7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광화문 집회에서는 1만 명 이상의 참석자들이 노 마스크로 거리를 활보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전파 위험을 높였다.

또한 전광훈 목사 또한 지난해 8월 15일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음에도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노 마스크로 연설을 했고, 이튿날인 8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대규모 집회를 전국 확산의 기폭제로 판단(지난해 8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만 1168명,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623명이었다. 현재는 하루 확진자가 1500명~2000명 사이이지만, 사랑제일교회 발 확진자가 나타나기 전 1일 국내 발생 확진자는 50명이 채 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던 터였다.

실제 사랑제일교회 발 확진자가 집계되기 전인 지난해 8월 12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35명이었다. 보름 뒤인 8월 27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434명까지 증가했다. 보름만에 무려 12.4배가 증가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최초 확진자가 나타난 지난해 8월 13일부터,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마지막으로 집계된 9월 22일까지 총 797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났다. 이중 22.4%(1791명), 무려 1/5 이상이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발생한 확진자였다.

2차 대유행은 8월 말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를 실시하면서 잦아들었으나, 확진자의 베이스라인이 이미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릿수로 바뀌었다. 광화문 집회 이전까지 14명이었던 위중증 환자는 1달(9월 15일)만에 158명이 되었고, 사망자 역시 305명에서 367명으로 62명이 늘었다. 수많은 확진자가 참석해 전국으로 코로나19를 전파한 광화문 집회는, 이만큼 방역 측면에서 심대한 타격을 준 사건이었다.

적반하장으로 일관한 사랑제일교회
 
지난해 8월 18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주변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작업에 나선 성북구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방역요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욕설과 멱살잡이를 하며 방역작업을 폭력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8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서울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주변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작업에 나선 성북구 구청, 보건소, 주민센터 방역요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욕설과 멱살잡이를 하며 방역작업을 폭력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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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의 집회 금지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보수단체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광화문 집회를 통한 감염병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원이 광화문 집회에서 신고 인원인 100명 정도가 모일 것이며, 주최 측인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가 열었던 이전 집회처럼 방역 수칙이 지켜질 것이라고 낙관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당연히 올해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집회금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라며 "지난해 신고한 바와 다르게 집회를 개최·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된 이상 주최자와 집회 참가자의 방역수칙 준수 의지가 의심스럽고, 같은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게 타당하다"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입장에서도 이들의 전력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방역 방해'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방역 요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날리는가 하면, 신도들은 보건소 직원에게 침을 뱉거나 검사를 거부하고, 입원 중에 도주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방역당국의 신도 명단 제출 요구에도 허위-부실 명단을 제출했다는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전광훈 목사는 격리중에 "8.15 집회가 끝나자마자 방역을 핑계로 정치적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제검사를 강요하고 음성인데도 격리를 강요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정부에 더욱 격렬하게 저항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신문에는 "정부는 국민에게 확진자 '숫자'가 아니라 비율을 밝혀야 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확진자 숫자를 가지고 국민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도 있다"라며 "검사 수가 늘어나서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을 가지고 교회 책임으로 몰아간다"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해서 방역당국이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이전보다 훨씬 확진자 규모가 큰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아직도 "문재인 방역 계엄령에 저항하겠다"라고 말하는 전광훈 목사와, 이에 동조하는 보수단체들의 시위가 이뤄질 경우 코로나19 유행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변형 집회' 시도에 차벽 설치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다.

차벽 설치, 괜찮을까?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차벽 설치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다. 이에 지난해 개천절, 한글날 차벽 설치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다.

민변은 한글날 광화문광장 차벽 설치에 대해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지 않아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평화적 집회, 결사 및 일반 시민들의 통행 모두를 전면 제지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광화문 집회의 경우 차벽 설치에 대한 논란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정도가 매우 크다는 점, 차벽의 설치가 정부가 집회를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는 점, 방역수칙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이들이 모인다는 점 등이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태그:#전광훈, #노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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