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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에서 상가연합회 회장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낮 대구 서문시장에서 상가연합회 회장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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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대통령을 꿈꾼다는 사람이 '일주일에 120시간씩 일하며 쉼 없이 너의 열정을 바치라'는 요지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 않나?"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게임회사에 다니며 18년째 게임 개발을 하고 있는 40대 노동자 최아무개씨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근무 발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2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게임회사 개발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고, 쉼이 있는 삶을 갖고 싶다. 왜 여러 IT업계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2000년대 초중반 처음 게임회사에 들어왔을 때 새벽 4시까지 일하다 집에 와 잠깐 눈만 붙이고 나와 다시 일을 했다. 그 결과 몸만 망가졌다"면서 "내 동료 중 한 명은 게임 개발하다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우리 회사뿐 아니라 판교에서 그렇게 일하다 과로로 죽은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씨 말대로 지난 2016년 11월 N사에서 개발직으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주에 89시간 무리하게 일하다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같은 해 7월에는 또 다른 게임업체에서 일하던 직원 역시 과로로 돌연사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19일 오후에 보도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52시간제'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단언하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 발언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일주일 내내 잠도 없이 5일을 꼬박 일해야 120시간이 된다"면서 "말씀을 하기 전에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생각을 다듬어 주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하루 16시간씩 미싱을 돌려야 했던 전태일 열사의 시대에도, 120시간 노동을 정치인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면서 "주 5일 동안 하루 24시간씩, 120시간 일하면 사람이 죽는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120시간 발언을) 왜곡했다"며 "근로자들을 120시간 일 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2주 전 청년스타트업 행사에서 들은 애로사항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근로조건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해주는 게 좋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스타트업 창업자 "주당 52시간으로 공고 내도 사람 구하기 쉽지 않다" 
 
2018년 2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2018년 2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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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 전 총장의 이러한 해명에도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스타트업 회사를 차린 40대 하아무개씨는 "주당 52시간으로 공고를 내도 사람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120시간 일하는 스타트업 회사라고 구인 광고 내면 과연 몇 명이나 지원을 하겠나"면서 이렇게 비판했다.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정치를 하며 대권후보가 되겠다는 건지, 주당 120시간 공부해서 사법고시를 통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경험으로만 세상을 보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상진 대변인은 "솔직히 욕도 아깝다"면서 "'큰일(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노동현실을 정말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정말 나라가 큰일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노동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평균 1726시간 보다 241시간이나 많았다. 반면 독일은 연간 1386시간, 미국은 1779시간, 일본은 1644시간 등이었다.

태그:#윤석열, #민주노총, #게임, #120시간,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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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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