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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6일 오후 4시 47분]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회장 김용철)는 14일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공동으로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2021년 정기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회장 김용철)는 14일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공동으로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2021년 정기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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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는 타인에 의해 침해되었을 경우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영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국내 민사소송법에 따른 증거수집 절차만으로는 특허 침해 입증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민사소송법상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증거 자료는 상대 기업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등은 소 제기 전 증거를 보존하고 당사자 간 증거 및 정보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를 도입해 특허 침해 입증을 보다 쉽게 하도록 했다. 우리 특허청도 특허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증인신문 등이 가능한 새로운 증거수집 절차, 즉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K-Discovery, 증거수집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 비용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강화된 증거수집 제도로 인해 무더기 침해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보완책 마련도 요구된다.

이에 따라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회장 김용철)는 14일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공동으로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2021년 정기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 산업계, 법조계, 특허전문가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합리적인 도입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증인신문 등 새로운 증거수집 절차 추진
 
남영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14일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특허침해 입증 개선을 위한 새로운 증거수집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남영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14일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특허침해 입증 개선을 위한 새로운 증거수집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 화상회의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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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택 과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특허 침해 입증 개선을 위한 새로운 증거수집제도 도입 방안'을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섰다.

남 과장에 따르면 특허법에는 특허 침해 입증이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실의 추정, 생산방법의 추정, 손해배상액 추정, 자료제출 명령제도,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 등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거나 그 책임을 피고 측에 전환하는 여러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남 과장은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특허 침해 사건과 관련된 원고 승소율, 처리 기간, 재판에서의 손해액 산정방식, 민·형사 사건 비율 등 제도개선의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우리 기업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해외 원정소송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 기업 간 특허 침해 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된 것은 12건이고, 피소 기업만 32개에 달한다. 남 과장은 "특허 침해 소송은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화 하는 추세다. 해외에서의 특허 침해 소송은, 기업경영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해외에서 피소가 되더라도, 언제든지 국내에 있는 생산시설에 들어와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송에서 패소하여 수출길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 사실조사, 법정 외 증인신문 등 새로운 증거수집 절차는 감정·검증 등 기존의 민사소송법상 증거수집 절차만으로 특허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밝혔다.

남영택 과장에 따르면, 전문가 사실조사는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지 않으면 침해 입증이 어려운 사안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시중에서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나 방법 특허(공정 등) 등이 대표적이다. 특허 침해 자료가 피고 측에 편재된 상황에서 현재의 증거수집 절차만으로는 진위나 증거의 멸실, 훼손 여부를 입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현행 증거수집 절차만으로는) 원고가 패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이는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는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기술 패권 시대에 혁신을 통해 기술을 선점하고 기술격차를 더 벌려야 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사실조사는 원고가 피고 측이 제출한 자료나 증거물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용되는 절차라면, 법정 외 증인신문은 원고와 피고 모두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나 자료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남 과장은 "기술 침해 사건은 발명가, 생산자, 관리자 등 다수의 증인신문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재판에 걸리는 시간 제약 때문에 모든 증인에 대한 신문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남영택 과장은 새로운 증거수집 제도가 기업을 옥죄는 규제라는 주장에 대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가 아니라, 권리자의 권리보호를 더 강화하여 건전한 경제활동과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촉매제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 과장은 또 새로운 증거수집 제도가 도입되면, NPE(Non-Practicing Entity, 특허를 구입해 특허권을 침해한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해서 로열티 수익을 얻는 기업)나 반도체 분야 등 기술이 앞서는 국가의 기업이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전문가 사실조사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전 단계로 증거를 수집하는 제도가 아니라, 소송 제기 후에 제출된 자료나 피고 측의 주장의 사실 여부, 멸실·훼손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며 "그 발동 요건 역시 원고가 소명해야 하므로, 원고가 신청만 하면 바로 법원이 명령서를 발부할 수 있다는 주장과 거리가 멀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소송하는 이유?... "법원의 강력한 구제 수단 작동"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14일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 디스커버리 사례’를 기조발표했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상무는 14일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미국 디스커버리 사례’를 기조발표했다.
ⓒ 화상회의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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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기조 발제에 나선 이한선 LG 에너지솔루션 상무는 '미국 디스커버리 사례'를 발표했다. 이한선 상무는 "미국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에서 경험한 증거개시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증거의 구조적 편재 문제를 해결하여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목할 점은 이러한 수단으로 작동하기 위해 절차적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가능하며, 또한 소송 과정에서 제출되는 기업의 비밀에 대한 보장 장치가 법률적으로 마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정착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한선 상무는 또 "사안에 따라서는 매우 광범위하고 방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소송대리인들이 그 내용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고비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식재산권 소송이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그에 걸맞은 법원의 강력한 구제 수단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지적재산권 소송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서는 "증거개시 제도나 강력한 구제 수단이 그 주요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현지의 시장에서 고객과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다른 법체계를 발전시켜온 국가 간에 어느 쪽이 더 우월한 체계를 가졌는지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으며, 다른 법체계에 있는 상대방의 일부 절차를 장점만을 취해 도입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상무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세계적 성장을 위해 국가의 지식재산권 관련 법체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당연히 바람직하다"면서 "우리 법과 사회문화적 체계에 걸맞은 제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여 운영하면서,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소부장 기업 존폐에 영향" vs. "IP 보호 통한 혁신국가 건설해야"

이후 박성필 KAIST 지식재산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준비 과정과 핵심 성공 요인 등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다. 국회에서 발의된 특허법 개정안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침해 여부 판단, 손해배상 입증, 증거 훼손에 대한 강력한 제재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기업 영업비밀의 침해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보호 수단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면 국내 법체계의 혼란은 없는지 등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이뤄졌다.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회장 김용철, 現 SBS 부국장)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공동으로 오는 14일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2021년 정기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회장 김용철, 現 SBS 부국장)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과 공동으로 오는 14일 KAIST 서울 도곡동 캠퍼스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2021년 정기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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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성숙하지 않은 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해) 우려가 많이 될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기업이 상당히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준이 되느냐는 것도 이 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현 전무는 이어 "(새로운 제도가) 기업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되어야 한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이 제도를 이 시기에 시행할 만한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고 우려를 했다. 그는 이어 "특허를 연구하는 분들과 산업을 연구하는 분들이 함께 모여서 (제도의) 부작용에 관해서도 연구를 해봐야 한다"라며 "제도 취지가 특허권자를 보호하자는 것이지만, 산업을 훼손하고 국가 경제까지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후동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KIPLA) 부회장(태평양 대표 변호사)은 "(특허 침해 사건과 같이) 입증이 어려운 소송에서는 원고를 가급적 우대하려는 의도로 제도를 만든다"라며 "기업이 항상 원고만 하는 것도 아니고, 피고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개발보다는) 제조에 집중하는 제조업의 경우에는 항상 피고만 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가 부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동 부회장은 또 "특허 침해소송에서 원고의 입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고를 어디까지 우대하는 입법을 해야 할지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허 침해소송에서 증거수집 제도의 개정은 민사소송법과의 정합성을 전제로, 민소법 학자를 포함한 폭넓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법인 특허법의 개정을 통하여 이루기보다는 민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허영진 대한변리사회 부회장(김&장 변리사)은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증거수집 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허영진 부회장은 "35년 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미국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돌이켜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우수 기업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우리나라는 결국 (지적재산권 보호를 통한) 혁신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은지 인텔렉추얼데이터 팀장은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는 전자문서만을 대상으로 진행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범위한 빅데이터를 검토하는 데만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국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AI(인공지능)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플랫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용철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 회장(SBS 부국장)은 "새로운 제도는 규제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새로운 규제가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면서 "특허청의 특허권 보호 강화에 있어 현실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도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 선진화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사)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는 특허, 디자인, 상표, 저작권 등 지식재산(IP) 분야의 새로운 언론 문화 창달과 지식재산 언론인들의 지식 함양 및 네트워크 강화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문화체육관광부, 특허청 등록 사단법인이다. 국내 방송사, 통신사, 일간신문, 인터넷신문, 전문매체 등 언론기관에서 지식재산 및 기술 분야를 담당하거나 관심 있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태그:#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 #한국형디스커버리, #증거수집제도, #특허권침해, #특허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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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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