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만행웅'의 활동가들과 청소년들이 실상사 농장을 지나고 있다. 실상사 농장은 많은 생명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농사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지향한다. 오른쪽으로 천왕봉이 보인다.
 "청만행웅"의 활동가들과 청소년들이 실상사 농장을 지나고 있다. 실상사 농장은 많은 생명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농사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농사를 지향한다. 오른쪽으로 천왕봉이 보인다.
ⓒ 장진영

관련사진보기

 
"여기로 귀촌귀농한 사람들, 소싯적에 무슨 운동 한 번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내가 3년 전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마을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남원시 산내면은 고작 2100명 남짓이 모여 사는 지리산 안쪽에 위치한 작은 산골마을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에 속하지만, 서울말 쓰는 사람과 경상도 사투리 쓰는 사람을 합쳐 놓으면 이곳 원주민보다 더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하고 재밌는 문화가 형성된 마을이다.

남원 시내에서 막히지 않는 도로를 차로 50분 가까이 달려야 나오는 시골이지만,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남원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왜 그토록 "산내에는, 그리고 산내사람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함이 느껴진다"라고 말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이제는 다른 시골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청년들과 아이들, 그리고 각양각색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만 봐도 그렇거니와, 온갖 공부 모임과 명상을 하는 모임, 노래와 연극을 하는 모임, 또 청년단체와 여성단체, 그리고 몇 개의 환경단체 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만 60개 가까이 된다고 하니, 이곳에 산 지 3년이 되어 지금은 이 마을에 익숙한 내가 봐도 참으로 별나긴 별난 마을이다.

소싯적, 시대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했던 다양한 활동의 경험, 그리고 그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여러 다른 재능을 이용해 더 나은 삶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펼치고 있는 별난 산내마을에, 여기 사람들만큼이나 별나 보이는 손님들이 방문을 했다. 멀리 진해에서 '청만행웅'이라는, 설명을 듣지 않고는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단체의 활동가들과 청소년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들의 안내를 맡은 산내마을 환경단체인 '비니루없는점빵'의 활동가들과 별난 마을에 찾아온 별나 보이는 손님들과의 첫 만남은 "청만행웅이 무슨 뜻인가요?"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

"저희들은 진해 웅동에서 왔어요. '청만행웅'은 웅동에 있는 주민 공동체로 '청소년과 만들어 가는 행복한 웅동'이라는 뜻이지요. 그 공동체 안에서 저희들은 환경 동아리를 하고 있어요."
 
'청만행웅'의 황은영 활동가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할 일들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환경운동이 다른 여러 활동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청만행웅"의 황은영 활동가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할 일들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환경운동이 다른 여러 활동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 장진영

관련사진보기


공동체 내 여러 활동 중에서 환경 활동을 선택한 이유는 이것이 선행되어야 다른 활동도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 세대인 청소년들이 더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여러 고민들을 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환경 동아리가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코로나 시대에 너무나 많은 일회용품들이 사용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천마스크를 만들어 나누어주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하다 보니 '장바구니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산내마을을 답사해 보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몇몇 사람들로부터 '비니루없는점빵'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처음 답사 계획을 세울 때는 환경실천에 관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얻을 목적이었어요. 산내에 가면 분명히 뭐라도 배울 게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요. 그러다가 사람들에게 '비니루없는점빵' 얘기를 듣고 우리가 해야할 일이 구체화 된 거예요. 여기에 직접 와서 보니 단순히 장바구니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보다는, 우리 지역에서도 '비니루없는점빵'이 이곳 산내에서 하고 있는 공유 장바구니 실험(http://omn.kr/1tgwt)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돌아가면 정말로 한 번 해보려고 해요."

반가운 얘기였다. 하지만 일부러 이런 활동을 해야 할 만큼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현실에 불편한 마음도 함께 일어났다. 나조차도 한때는 너무 몰랐고,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는 알지만,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환경 실천을 게을리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해 웅동의 대형마트와 가게에 공유 장바구니함이 놓여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산내와 웅동을 넘어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공유 장바구니를 활용하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공유 장바구니를 활용하는 지역이, 또 공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비닐 한 장 덜 쓴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만큼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 실천에 깨어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기쁜 소식이기 때문이다.

'청만행웅'과 '비니루없는점빵' 두 단체에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청소년과 만들어가는 행복한 웅동 청만행웅’의 산내마을 방문과 활동은 지역의 코로나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이루어졌습니다.


태그:#비니루없는점빵, #청만행웅, #공유 장바구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반백 년 가까이 서울에서만 살다 2018년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마을로 이사를 했다. 해가 있을 때는 실상사에 있고 해가 없을 때는 술자리에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