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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고유한 '개성(Character)'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고유한 "개성(Character)"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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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모든 사람이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첫인상부터 강렬한 사람도 있고, 서서히 내 인생에 스며드는 사람도 있다. 그와는 달리 언제 만났는지 기억도 못 하는 사람도 있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이유로 다양한 도시를 찾지만 첫인상부터 나를 사로잡는 도시가 있다. 도시의 풍경, 사람들의 환대, 압도적인 스카이라인, 독특한 랜드마크, 진귀한 먹거리 등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가운데 무엇인가가 나를 사로잡는다. 반면에 뻔한 도시도 있다. 쇠락한 공장지대를 걷다 보면, 이것이 어느 도시의 것인지 가늠할 수 없어진다.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L. Glaeser)는 '도시는 인류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 도시와 도시 인류에 대한 최고의 대중경제서로 극찬을 받고 있는 저서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도시들의 실패는 서로 닮았지만, 성공은 제각각인 것처럼 보인다... 성공한 도시들은 항상 다양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개성 있는 고유 공간을 정의하는 인간 에너지의 보고 역할을 한다."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고유한 '개성(Character)'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성을 바탕으로 도시에서의 삶이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싼 인건비와 집값을 뒤로 하고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가 주는 생활 편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인적 자본의 집중이 사회·문화적 자본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다시 경제적 자본으로 쌓이면서 도시는 더욱 발전하게 된다. 

도시의 논리와 사람들의 욕망을 읽지 못한 정책은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고, 도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성공한 도시들의 차별화 전략과, 그 도시에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매력 요소는 무엇일까. 그건 그 도시만의 '개성(Character)' 혹은 '창의성(Creativity)'이다.  

토니 블레어가 내건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
 
'쿨 브리타니아', '크리에이티브 시티 런던', 두 캠페인은 런던을 혁신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쿨 브리타니아", "크리에이티브 시티 런던", 두 캠페인은 런던을 혁신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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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일찍이 창조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라는 국가브랜드 캠페인을 펼쳤다. '쿨 브리타니아'는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고 1997년에 집권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총리가 '새로운 노동당, 새로운 영국'을 다짐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토니 블레어는 공약으로 아이디어와 감수성이 돋보이는 사회, 독창성과 개성이 만나는 활기찬 사회, 창의성을 원동력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사회를 제시했다. 영국이라고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사'와 '전통'이지만, 이는 낡고 오래된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측면에서 새로운 것이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뉴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의 영국은 문화산업을 통해 사회 변화를 주도해갔다. '쿨 브리타니아'와 함께 정보산업 분야의 'e-브리타니아' 캠페인도 펼치며 문화산업과 정보산업은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로 합쳐졌다.

2000년대초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창조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8%를 넘어섰다. 무역 흑자는 22조 원에 이르며 영국은 유럽의 영화·방송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뱅크사이드 발전소가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테이트 모던과 세인트 대성당을 연결하는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가 완공되면서 '창조도시 런던'의 이미지는 더욱 빛을 발했다.

'쿨 브리타니아', '크리에이티브 시티 런던', 두 캠페인은 런던을 혁신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국가브랜드와 도시 정책의 시너지를 통해 런던은 170개가 넘는 미술관과 박물관, 200개가 넘는 공연장, 2만 건이 넘는 음악공연이 열리는 창조도시로 발돋움했다.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는 호주의 건축가 데이비드 옌켄(David G. D. Yencken)이 창안한 개념이다. 도시는 효율적이고 공정해야 하지만, 창조적인 도시는 시민들의 창의성을 북돋고 그들에게 정서적으로 만족스러운 장소와 경험을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영국의 도시학자 찰스 랜드리(Charles Landry)가 창조도시 개념을 대중화했다. 그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상력을 갖고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의 혁신을 주도하는 예술과 창조산업에 초점을 맞추다가, 시민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춰 전통적 계층 구조가 아닌 창조적 관료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스며들었고, 세계적인 도시재생 운동을 이끄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창조도시는 창조 계층이 많이 거주하고 창조산업이 집적된 문화, 예술, 과학기술 등 창조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예술문화가 융성한 도시, 디자인의 힘에 기반한 하이터치 제품을 만드는 도시, 새로운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관대한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도시를 뜻한다.

이후 'Creative'와 'Cool'이라는 단어는 여러 나라와 도시에 영감(靈感)을 주며, 창조산업을 대표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을 중시하는 스코틀랜드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현대적인 감각이 강한 도시를 뜻하는 1991년 '글래스고(Glasgow)', 1994년 영국과 독일의 창조도시(The Creative City), 2002년 '쿨 재팬(Cool Japan), 2012년 재팬 크리에이티브(Japan Creative), 2015년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런던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이 올해로 19회를 맞이한다. 이 페스티벌의 비전은 런던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우뚝 서게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이 올해로 19회를 맞이한다. 이 페스티벌의 비전은 런던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우뚝 서게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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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영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으며 시작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이 올해로 19회를 맞이한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전 세계 디자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창조산업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규모 연례 행사다. 이 페스티벌의 비전은 런던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우뚝 서게 만들고 이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기획자인 벤 에반스(Ben Evans)는 "런던과 디자인은 함께 한다. 이것은 우리 이야기의 일부이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은 수백 가지의 디자인 스토리를 들려주는 플랫폼이다. 런던이 세계적인 디자인 중심이라는 위상을 확인시킨다"고 말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랜드마크 프로젝트(Landmark Project), 프로젝트 V&A(Projects at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s) 등이 있다. 랜드마크 프로젝트는 런던 곳곳에서 진행되는 행사로써 100% 디자인(100% Design), 데코렉스 인터내셔널(Decorex International), 디자인정션(Designjunction), 포커스/18(Focus/18), 런던디자인박람회(London Design Fair) 등 런던의 주요 무역박람회가 열리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매년 9월에 9일 동안 런던 전역에서 열리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기간 동안에는 도시 곳곳에서 독창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페스티벌을 보고 즐기러 매년 약 60만 명이 방문한다.

런던이 창의적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책뿐만 아니라 창의적 인프라인 대학과 미술관·박물관이 협력했기 때문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의 디자인산업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디자인 시장 규모는 GDP 대비 디자인산업 기준(2018년)으로 세계 9위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미국, 영국, 호주, 독일, 이탈리아 뒤를 이어 세계 6위이다. 

특허청 기준 G20(Group of 20) 인구 수 대비 산업디자인 출원 수는 세계 1위이다. 그러나 세계 TOP 50 디자인 스쿨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대학교가 38위로 유일하다. TOP 50 가운데 TOP 5는 모두 영국과 미국 대학이 차지했다.

도시가 갖는 최고의 경쟁력은 바로 '모든 것이 모이는 장소'라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인재가 모이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지적 폭발을 일으킨다. 이것은 창의성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장소가 된다는 의미다. 도시의 하드웨어에 쏟는 노력과 재정만큼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이서울유(I·SEOUL·U)'가 과연 '서울다움'일까?
 
2019년 시작한 '휴먼시티디자인어워즈'는 사람, 공간, 환경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연결해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시작된 국제 행사다.
 2019년 시작한 "휴먼시티디자인어워즈"는 사람, 공간, 환경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연결해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시작된 국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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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은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로부터 '2010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다. 서울은 비우는 디자인서울(Airy), 통합하는 디자인서울(Integrated), 더불어하는 디자인서울(Collaborative), 지속가능한 디자인서울(Sustainable)이라는 네 가지 추진 전략을 바탕으로 디자인서울 거리조성, 남산르네상스, 도시갤러리, 서울디자인 올림픽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또한, 지하철 환경디자인, 서울 야간경관 등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착수했다. 권영걸 전 서울시 부시장은 서울시 디자인총괄본부장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통해 서울의 차별적 상징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25개 자치구에 디자인 전담부서가 설치됐다.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을 혁신할 한강르네상스 계획도 진행됐다.

인구 1000만의 초거대도시 서울은 도시의 다양한 개성이 강과 산으로 분리돼 공존한 덕분에 지역별 다양성이 잘 보존돼 있다. 경리단길, 을지로, 북촌, 서촌, 홍대 앞 등은 서울 안에서 다양한 시간성과 장소성을 가진 지역 가운데 일부이다. 

산업적, 문화적 상징의 총합, 트렌디하고 다이내믹하며 힙함이 서울다움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서울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서울이라고 부르지, '아이서울유(I·SEOUL·U)'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이서울유가 내건 핵심 가치는 공존, 열정, 여유다.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서울다움의 에너지인 트렌디, 다이내믹, 힙함을 폭발시킬 수 있는 서울다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지역적인 서울을 세계적인 서울로 만들 수 있는 대표 콘텐츠가 필요하다. 디자인서울,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이 선정된 뒤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다.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는 디자인 페스티벌을 만들고, 자리잡을 수 있었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지만, 그 사이 서울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힙함'이 도시의 문화로 정착되진 못했다.
 
'아이서울유(I·SEOUL·U)'가 내건 핵심 가치는 공존, 열정, 여유다.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이서울유(I·SEOUL·U)"가 내건 핵심 가치는 공존, 열정, 여유다.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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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디자인서울'은 어디에 있는가. 서울을 대표할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자리잡았는지 살펴보면 아직은 명쾌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아이서울유라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만들어지고, 서울의 고유한 서체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서울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아닐 것이다. 

영국이 '멋진 영국(Cool Britannia)'을 만든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슬로건은 정책브랜드로 있어도 된다. 어떤 도시가 될 것인지 비전으로 세우고,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민간을 지원하면 된다. 굳이 슬로건만을 알리기 위해 큰 돈을 들여 디자인하고, 여기저기 시각물로 만들어 붙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서울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펼칠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2019년 시작한 '휴먼시티디자인어워즈'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람, 공간, 환경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연결해 지속가능한 도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시작된 국제 행사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가 축소됐지만, 국내 31개 디자인 관련 대학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도시를 변화시킬 아이디어를 모았다. 디자인 랜드마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와 행사가 열렸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펼쳐진 다양한 창의 사업들이 구심점 없이 흩어져 있었다면, 휴먼시티디자인어워즈가 이를 묶는 구심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발 더 나아가 대학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과 같이 서울 전역을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축제의 장으로 변화·발전해나가길 기대해본다.

태그:#도시브랜드,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쿨 브리타니아, #창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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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도시 및 국가 등 장소브랜드 관련 글을 기고합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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