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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란 영어로 'public servant'로서 문자 그대로 국민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며, 한자어로는 '국민의 종'이라는 의미의 '공복(公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 관료집단은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재관(主權在官)으로서 지배자인양 군림하게 되었다. 윤석열, 최재형 그리고 홍남기는 통제되지 않는 관료조직의 상징이다.

한편 우리의 정당은 오로지 눈앞의 선거에만 골몰하고 표만을 구걸하면서 얄팍한 정치공학과 이벤트 정치로 일관할 뿐이다. 정책정당으로의 지향성조차 부재한 채, 국민의 불신 대상 1위의 자리를 굳힌 지 이미 오래다.

정책 불모지인 우리 정당이 정책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

우리 정치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책정당으로의 발전이 필수 조건이다. 독일 정당의 정책 전문성은 정당의 전문성에 의해 좌우된다. 독일 의회는 입법 활동과 정책전문성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즉, 위원회에서 정당 간에 협상을 하기 전에 각 정당이 상임위원회별로 특정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의 진행을 통하여 전문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독일 의회는 각 정당 내 상임위원회마다 소그룹이 운영되며, 의원들은 각 분야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자랑하는 정당 소속 정책 전문위원들과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서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6개월에 걸쳐 상임위 의제를 사전에 토론하고 조율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의원 개개인의 전문성도 향상되고 각 정당의 전문성도 증대되며 이는 의회의 전문성 제고로 이어진다. 소그룹에서 채택된 사항은 대부분 그대로 정당 전체의 견해로 채택된다.
 
 독일에서는 정부의 정치적 의도 및 목표와 지속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관직에 취임하는 정치적 임용직 관료는 언제든지 이유를 명시하지 않고도 해임(Einstweiliger Ruhestand)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이렇게 고위공직자에 대한 해임 제도가 도입된 것은 바이마르공화국 수립 후 이전 시대에 임명되었던 행정부의 '왕당파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장악하기 위해 도입하였다. 이때 일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절차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임용된 관료는 해임에 대한 불복 신청의 권리가 없으며 이에 대해 연방정부 인사위원회 및 연방의회는 관여하지 않는다(고한석, "직선제 왜곡하는 '관료당'과 '국무총리제' 대안을 묻는다면?" 참조).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독일처럼 우리나라의 고위공무원단 중 절반 정도의 직위에 대해 공무원 신분보장을 없애고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퇴직당할 수 있는 별정직 공무원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끝까지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고위공무원단으로의 승진을 포기하고 중간급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 인원을 정당의 정책전문위원화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의석수당 2명의 원내 정책전문위원을 갖도록 확대 개편을 하면 현 시점에서 민주당은 320여 명, 국민의힘은 160여 명의 원내 정책전문위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부처를 대상으로 10~20명의 전문위원들이 모니터링 및 정책연구 활동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정당의 정책 전문성을 양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정책전문가 풀(pool)에 정권교체 등으로 퇴직한 고위공무원들이 합류하면 질적인 강화도 이루어낼 수 있다."
 
필자는 이 주장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필자가 그간 오랫동안 주장해온 정당 소속 정책전문위원의 강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서 정말 반갑기까지 하다. 실제 독일의 정당에는 수백 명의 정책 전문위원이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많은 경우 행정부 근무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정책 전문가로서의 높은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정당과 공직사회 그리고 국회는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가?

다만 현재 국회에서 법안 및 예결산 검토보고는 국회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회의원의 입법권 침해와 아울러 '일하지 않는 국회'를 초래한 핵심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공무원의 이 검토보고 권한을 토대로 하여 관료들의 힘은 더욱 강화됨으로써 관료집단을 통제해야 할 국회조차 거꾸로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결국 전체 관료집단의 힘을 강화시켜 관료지배 사회를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정당 소속 정책전문위원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본연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역할 수행에 그 중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고위공직자라 하여 모두 전문가라는 선입견은 온당치 못하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전문가(specialist)로 임용된 것이 아니라 단순 시험에 의해 임용되는 일반행정가(generalist)이며, 더구나 1~2년 주기로 순환 근무하기 때문에 전문가로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내부 정보와 인맥에 의존하여 그간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로 '대접'받아온 측면이 강하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도처에는 많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그룹이 존재하고, 이들을 공직에 적극 기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공직사회가 관료들만의 "그들만의 리그"로 독점되거나 일반인 "접근금지 구역"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민간부문에 결여되고 있는 것은 그간 공직사회의 폐쇄성으로 공직으로의 진입이 강제로 차단되어 초래된 공직 경험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공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공직사회의 독점이 해소되고 민간과 공공 간의 건강한 교류가 이뤄지면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점은 부패와 무능을 초래하고, 소통해야 비로소 건강해진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정당과 공직 사회 그리고 국회는 상호 어떠한 관계를 맺고 그 운용 기제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물론 이와 관련된 논의 역시 완전한 부재 상태였다. 이러한 문제가 효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통제 불능의 관료집단, 국민 불신 대상 1위 정치권이라는 "혼돈의 벽"을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그 길은 바로 우리 눈 앞에 있다.

태그:#정당, #공직사회, #정책전문위원, #윤석열, #검토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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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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