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쿠팡은 거짓말로 반박하고 저에 대해 계속 공격하는데 경찰 조사에서 진상규명이 확실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쿠팡 측의 대피 지연 의혹을 제기한 덕평물류센터 노동자 A씨가 24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날 검은색 옷에, 주황색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 현장에 동석한 그는 당시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며 힘겹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당일 화재 현장에 있었다. 그때도 힘들었는데 지금이 더 힘들다. 오늘 아침에 쿠팡에서 자기들 입장을 보도자료로 냈던데 이제라도 제대로 진실을 말해줬으면 한다. 국민청원을 올린 것도 쿠팡 센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물류센터에서 안전불감증이 심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다."

앞서 A씨는 국민청원에 자신을 '화재 당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소개한 뒤 "사고 당일 1층에서 근무하는데 오전 5시 10~15분경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잦은 오작동을 경험한 탓에 다들 하던 일을 계속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A씨는 "불난 걸 신고하니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경보 오작동 아니라고 말했지만 무슨 미친 사람 보듯이 쳐다보면서 '신경 쓰지 말고 퇴근이나 해라' 했다.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빠른 신고가 가능했을 텐데, 없어서 신고하지 못했다"면서 쿠팡의 발표와는 다른 내용을 전했다.

쿠팡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7일 쿠팡은 화재가 발생하자 직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근무자 전원이 화재 신고 후 5분 만에 대피를 완료해 직원들의 인명 피해가 전혀 없었다"라고 발표했다.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쿠팡은 "평소 빠르게 대피할 수 있게끔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이은 사고, 쿠팡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기자회견에는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도 참여했다. 권 변호사는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를 비롯해 쿠팡 집단감염, 노동자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근간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쿠팡의 모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0년 5월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직원들의 가족들도 함께 감염됐다. 그중 한 명은 여전히 뇌사 상태에 있다. 그런데도 쿠팡은 자신들의 법적 책임이 없다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그 가족은 재정적으로 엄청나게 궁핍한 상태다."

권 변호사는 "이번 화재 때 최초 신고한 제보자가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가. 쿠팡은 문제를 제기하면 노동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3개월, 9개월, 12개월... 무기계약직으로 이어지는 쪼개기 계약은 쿠팡 노동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강력한 수단이다. 쿠팡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며 노동자를 하인 대하듯, 종 부리듯 일만 시키고 있다."

실제로 쿠팡에서는 2020년 3월 12일 40대 배송노동자 배송 중 쓰러져 사망한 이후 5월, 6월, 10월, 11월, 2021년 1월, 3월에 관련 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했다. 특히 지난 3월에만 연달아 3명의 노동자가 과로 등의 이유로 쓰러져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 및 노동조합과의 성실 교섭을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날 쿠팡물류센터지회 민병조 지회장이 "우리의 밤낮 없는 노동은 사람들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필수가 됐지만, 노동자들은 휴대전화도 빼앗긴 채 물류센터라는 커다란 상자 안에 갇혀 고된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이유다. 

"다가올 여름이 걱정이다. 폭염이 시작되면 물류센터에서 더위에 의지할 곳은 24시간 돌아가는 선풍기와 몇 개의 에어서큘레이터 뿐이다. 내부는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상태가 되지만,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는 한 포도당만 주고 끝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쿠팡지회는 ▲휴대폰 보안스티커 부착 뒤 반입 허용 ▲개인물품 반입 규제 완화 ▲2시간마다 20분 유급휴게시간 보장 ▲폭염에 따른 적절한 냉난방 대책 등 구체적인 사항을 요구했다. 

한편, 쿠팡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화재로 일터를 잃은 직원 97%에 대한 전환배치를 완료했다"라고 발표했다. 쿠팡은 "전환 배치는 최대한 희망지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전날 기준 배치를 원하는 전체 1484명 중 1446명의 배치가 완료됐다"며 "아직 완료되지 않은 직원들도 최대한 희망지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도 급여는 계속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견을 주관한 공공운수노조와 단체들은 쿠팡을 향해 ▲화재 당시 근무 노동자 중 피해노동자 확인 및 치유 지원 ▲휴업수당 지급 및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제공 ▲실질적 고용안정 대책 마련 ▲전국 물류센터 대상 안전점검 ▲화재 진상규명 시 노조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태그:#쿠팡, #덕평, #물류센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