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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학교(총장 김충석)와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조(위원장 박문석)가 6월 16일 오전 9시 30분, 대학본부 접견실에서 극적으로 합의했다. 투쟁하는 조합원 모두를 대학이 직접 고용하고,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는 것 등이 합의 내용이다.

6월 15일 저녁 신라대지회 쟁의대책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있었다. 회의 자리에서는 16일 합의를 위한 잠정합의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기쁨도 잠시 조합원들은 합의서 도장을 찍기 전까지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기나긴 밤을 보냈다.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일 진짜 합의서를 찍는 건지 우리의 농성이 진짜 끝이 나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머릿속에 밤새도록 맴돌더라고요. 합의서 도장 찍는 것을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 믿을 수 없죠."

2021년 투쟁은 2014년 한계를 뛰어넘은 승리
 
신라대는 노조와 직접 합의를 했다.
▲ 2021년 합의 사진 신라대는 노조와 직접 합의를 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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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아침 해는 떴고 142일 투쟁 동안 꿈에 그리던 일이 벌어졌다. 총장과 부총장 그리고 부산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신라대지회 지회장과 조합원 등이 합의서에 도장 찍기 위해 대학본부 접견실에 모였다. 총장과 위원장이 합의서에 사인을 하고 청소노동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위의 사진은 지난 신라대지회 투쟁 10년을 돌아봤을 때 인상 깊은 장면이다.

2014년 청소노동자들은 79일간 농성 투쟁 끝에 승리한 경험이 있다. 전 총장은 79일 투쟁 중에도 단 한 번도 노동조합과 대화를 하지 않다가 결국 국회의원 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2014년 투쟁을 통해서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안정은 보장된다는 것을 신라대로부터 약속받았다. 직접고용 쟁취는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투쟁은 더 이상 학교가 청소노동자 고용을 흔들 수 없게 직접고용을 쟁취하였다. 또한 전 총장과 달리 김충석 총장(2020년 11월 부임)은 투쟁이 장기화되자 청소노동자를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했다.

5월 말부터 정식 교섭단을 꾸려 학교는 노조와 교섭을 시작하였다. 2~3주간의 교섭을 통해서 합의안을 도출해서 합의서를 작성하게 된 것이다. 2014년 합의서에는 노동조합 위원장 이름이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합의서는 김충석 총장과 박문석 노동조합 위원장 이름이 동시에 들어갔다. 그리고 10년간 청소노동자가 외쳤던 직접고용이 실현되었다.
 
신라대는 국회의원 중재로 합의를 했다
▲ 2014년 합의 사진 신라대는 국회의원 중재로 합의를 했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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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정리 하루 만에 끝나지 않아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합의서 도장을 찍고 대학본부 접견실을 나오자 신라대지회 조합원 28명이 대표자들을 맞이했다. 현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142일 투쟁 속 강인한 투사로 살아야 했던 조합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진짜 끝이죠? 오늘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합의서 보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142일간 정말 어렵게 싸워왔습니다. 오늘만큼은 강인한 투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내 감정 다 표출하고 싶습니다." (신라대지회 조합원 A)
 
대학본부 접견실 앞 합의서 작성 후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신라대 청소노동자
▲ 승리 직후 조합원들  대학본부 접견실 앞 합의서 작성 후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신라대 청소노동자
ⓒ 정남준 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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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후 조합원들은 농성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농성장 정리는 하루 만에 끝나지 않았다. 우선 학교 곳곳에 붙여진 현수막부터 제거했다. 142일간 총 500여 개의 플래카드가 학교에 달렸다. 수많은 연대 단위에서 투쟁 승리를 위해 현수막을 보내준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노조 현수막이 훼손되어 조합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각 관으로 흩어져서 청소를 진행했다. 2월 23일 전면 파업 이후 학교 청소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교직원이 청소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교직원 청소는 3~4월 정도 진행되고 그 이후부터는 잘 진행되지 않았다. 학교는 쓰레기로 쌓여 있고, 화장실은 대소변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조합원들은 합의서 작성과 동시에 바로 복귀를 하지 않지만, 학생들의 쾌적한 기말고사 기간을 위해 기본적인 청소를 진행했다.
 
현수막 500여개 정리
▲ 신라대 현수막 폐기 정리 현수막 500여개 정리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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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학생, 교직원들과 불편한 감정을 풀다

청소노동자 농성 투쟁 과정에서 신라대 학생들과 갈등이 많았다. 총학생회와 노조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통해서 치열한 논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충석 총장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인 만큼 학생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며 한다며 청소노동자와 총학생회와의 면담을 16일 오후 주선했다. 면담 자리에서 그동안 학생들이 섭섭하고 불편한 지점을 이야기했고 청소노동자의 입장도 직접 전달하는 자리가 되었다.

"114일 동안 집단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본부 농성을 함으로써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드려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다행히 학교 측과 합의가 원만히 해결되어 다시 학교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 일동)
 
농성 후 편지
▲ 교직원에게 보내는 신라대 청소노동자 농성 후 편지 농성 후 편지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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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교직원들에게도 "많은 불편을 드렸다"면서 사과를 하고 향후 신라대 발전을 위해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가자는 말을 대자보로 전했다.

16일 오전 합의 후 청소노동자는 학교를 정리하고 그날 저녁 그동안 연대했던 수많은 연대자들과 함께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대학본부 1층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연대자들이 승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왔다.

6월 17일 정들었던 농성장을 정리하고 신라대 청소노동자는 점거 농성을 해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은 쉬지 않고 18일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 비정규직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고용 쟁취를 위한 농성장에 연대를 갔다. 신라대 투쟁은 끝이 났지만 신라대 투사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또 한 걸음 내딛는다. 

신라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농성 이야기 연재를 여기서 마무리한다. 그동안 관심 있게 지켜봐 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기사를 통해 전하며 이만 물러나겠다.  
 
6월 16일 투쟁승리보고대회
 6월 16일 투쟁승리보고대회
ⓒ 정남준 비주류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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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 중복 연재합니다.


태그:#신라대청소, #신라대, #직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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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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