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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카탈루냐 지도부 사면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카탈루냐 지도부 사면을 보도하는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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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을 요구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카탈루냐 자치주 지도부를 사면하기로 결정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1일(현지시각)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현재 감옥에 수감된 카탈루냐 자치주 지도부 9명에 대한 사면 계획을 발표했다고 AP,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이들을 사면하는 것은 분명한 통합의 메시지"라며 "스페인은 화해의 길을 열기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두 동강 낼뻔한 카탈루냐 '독립 선포'

2017년 10월 카탈루냐가 벌였던 독립운동은 스페인 헌정 사상 최대 위기로 불린다. 당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장악한 분리주의자들은 중앙정부의 불허에도 독립 찬성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독자적 역사와 문화 의식이 강한 카탈루냐는 스페인 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가졌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충분한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스페인 정부로부터 홀대당한다는 피해 의식이 팽배하다.

카탈루냐가 주민투표를 강행하자 중앙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1000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으로부터 카탈루냐 공화국을 선포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하며 독립을 선포했고, 결국 중앙정부는 헌정 이후 처음으로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몰수하고 직접 통치를 단행했다. 

독립이 좌절되자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었던 카를레스 푸지데몬 지사는 해외로 탈주했고, 오리올 훈케라스 부지사를 비롯한 지도부 9명은 재판에 넘겨져 선동 및 공금 유용 혐의 등으로 징역 9∼13년형을 선고받았다.

총리직 유지하려는 꼼수?... 환영받지 못하는 사면 

그러나 이번 사면 결정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사회당의 산체스 총리가 카탈루냐당의 지지를 얻어 연정을 구성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보수 야당인 국민당은 산체스 총리가 몇 달이라도 더 레드카펫을 밟고 총리 전세기를 타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 스페인의 통합을 위협하는 정치 집단에 굴복했다면서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문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61%가 이번 사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주민들도 이날 산체스 총리의 연설장에 찾아와 항의 시위를 벌이며 지도부 9명뿐 아니라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수감자를 사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페레 아라고네스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지사 대행은 "이번 사면 결정은 카탈루냐가 독립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카탈루냐가 자유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범죄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체스 총리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첫발을 디뎌야 하고, 지금 스페인 정부가 그 첫발을 내디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스페인, #카탈루냐, #페드로 산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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