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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지난 3월부터 음식 배달앱에 개고기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제보를 받고 배달앱 개고기 판매 금지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3월부터 음식 배달앱에 개고기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제보를 받고 배달앱 개고기 판매 금지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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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음식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아래 배달 앱)에 보신탕 업체가 입점해 있다'라는 내용의 제보가 동물자유연대로부터 접수됐다. 동물 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에 개고기 판매 식당의 입점 정황을 확인했다.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정황을 공론화하고 당사에 판매 식당과 메뉴에 대한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 현재 배달 앱에서 개장국 내지 보신탕, 사철탕, 영양탕 등의 검색 결과는 없다.  

배달 앱 관리 구조상 한계 있어

개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검열 및 메뉴 삭제 조치는 ▲기업 내부의 가이드라인 ▲식품의약품안전처(아래 식약처)의 행정규칙에 따라 실행됐다. 배달의민족 메뉴 등록 기준에 의하면, 법적·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메뉴는 등록 및 판매가 제한된다. 고라니, 청둥오리, 자라 등의 야생동물과 뱀술, 용봉탕, 지네와 같은 혐오식품이 이에 해당된다.

배달의민족은 개고기, 개소주, 보신탕을 혐오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른 배달 앱 역시 입점 가이드라인*을 보면, 개를 음식 재료로 사용한 메뉴의 판매 금지 방침을 자체적으로 시행 중이다. 원주시 흥업면에서 보신탕 식당을 운영하는 최아무개(59)씨는 "(배달 업체에) 가게 등록 문의를 했으나 '보신탕 판매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의 시정조치 요구 이후, 배달 업체들은 잇따라 개고기 판매 식당 검열과 메뉴 삭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지적을 받은 식당 중 일부가 개고기임을 짐작할 수 있는 단어를 교묘히 삭제한 후 무침·수육·전골 등의 대체 이름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경우 점주의 자의로 얼마든지 메뉴 구성 문구 및 설명 수정이 가능하다.

간단한 신청 절차로 호평을 받던 온라인 배달 앱 입점 절차도 문제다. 온라인 입점 신청 시 필요한 서류는 총 4개로 ▲사업자등록증 ▲영업신고증 ▲통장 사본 ▲가격이 포함된 메뉴판 이미지다. 가격이 포함된 메뉴판 이미지는 배달의민족에서 제공하는 유사 이미지 사용이 가능하다.

입점 신청 처리 과정에서 정확한 메뉴 확인이 불가하며, 상호와 몇 가지 정보를 제외한 항목은 입점 이후 셀프서비스에서 교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 관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즉, 본사의 발견이나 사용자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 식당은 규정을 어긴 상태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 

불법이지만 처벌 안 하는 개고기 판매 
  
특탕, 전골, 수육, 탕 메뉴에서 '개고기'가 생략돼 있다.
▲ 한 영양탕 식당의 메뉴판 특탕, 전골, 수육, 탕 메뉴에서 "개고기"가 생략돼 있다.
ⓒ 박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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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에서 개고기가 혐오식품으로 분류한 것은 반려견 문화를 인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에 개와 개고기는 등재돼 있지 않다. 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할 수 없다. 또한 1978년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을 명시한 축산물위생관리법(구 축산물가공처리법시행규칙)에서 제외된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개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은 현행 법령상 ▲수의학적 안락사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가 유일하다. 따라서 현재 개를 원료로 식품을 판매하는 업소는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불법 음식점이다.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식당은 어떻게 영업이 가능한 것일까? 5월 28일, 식약처 관계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를 식용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법이 맞다"며 "하지만 오랫동안 개고기를 먹어온 식문화를 감안할 때 당장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힘들다"고 밝혔다. 개 식용에 대한 사안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위생법 위반 업소를 단속 및 감독하는 각 지자체도 개고기 판매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서대문구청 식품위생팀 관계자 B씨 또한  "개를 식용으로 하는 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며 "불법이더라도 모든 음식점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리 행위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달 앱까지 통신판매중개업체로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을 벗어나며 위법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곳은 없다. 

개의 식용을 두고 반려 문화와 오랜 전통의 식문화 사이에서 대립이 짙어지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개고기 판매 행위를 단속하기 어렵다면 개의 도살과 유통과정의 단속이라도 강경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신고되지 않은 중소규모 개 농장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약 3천 곳 이상의 개 농장이 존재할 것으로 확인됐다. 개는 소, 돼지와 같이 허가된 별도의 도축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살은 개별 농장에서 이뤄진다. 

개 식용에 대한 문제를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동물자유연대는 개 식용 철폐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쿠팡이츠 이용약관 제 8조 제4항 판매자용 서비스 처리기준 제13조 제1항에 따라 식용이 불가한 불법 야생동물로 조리된 식품과 혐오식품을 판매할 수 없으며 해당 식품 판매 시 이용약관 제8조 제6항 단서에 따라 해당 식품의 판매를 즉시 제한 가능하다. 

*식품위생법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에 의해 식약처에서 고시한 식품공전에 해당되지 않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소분·운반·보전 또는 진열해선 안 된다.

태그:#개고기, #동물권, #식문화, #배달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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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민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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