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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날 하루를 통째로 미술관에서 보냈다. 작품이 워낙 많아서 보는 데 시간이 걸려서이기도 했고, 겨울의 칼바람을 피해 안정적으로 여행을 즐기기에 그보다 적합한 장소도 없었다. 보통은 2~3일에 걸쳐 본다는 박물관이니 하루 종일을 투자한다고 해도 크게 과하다 느껴질 것도 없었다.

작가도 작품도 모르고 보는 작품 관람이었지만, 미술관의 크기와 작품의 크기, 숫자에 압도당했던 것 같다. 이름만 얘기하면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었음직한 작가들의 작품이, 적어도 몇 백 년은 된 듯한 작품들이 그곳, 내 눈 앞에, 손 대면 닿을 곳에 걸려 있었다. 물론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첫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끊임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 말에 공감했지만, 첫 해외여행의 준비만으로 바빴다. 문화적 배경까지 익히고 탐독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길과 사람과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이국적 배경과 음식과 수많은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의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나라를 여행하고도 문화적 지식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비로소 내 얕은 지식의 한계와 아쉬움을 크게 느꼈던 것 같다. 무수히 많이 사진으로 담아왔어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알았더라면, 조금만 더 배경 지식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곳을 보고 돌아온 후에야 진하게 남았던 것 같다. 

꼭 다시 가보자고 다짐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될 즈음, 서울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곧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북의 화해 무드가 진전이 없어진 다음에도 이전과 같은 코스로라도 꼭 다시 가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제동을 걸었다.

백신을 맞았다, 해외여행 때문에 
 
휴일인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자는 28일 하루에 50만명 넘게 늘어 누적 1차 접종자는 523만3천96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 대비 10.2%에 해당한다.
 휴일인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자는 28일 하루에 50만명 넘게 늘어 누적 1차 접종자는 523만3천96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 대비 10.2%에 해당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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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술사 강의를 듣는 중이다. 화가 별로 15인의 미술가의 생애를 훑어보고 있다. 작가의 탄생과 성장과 작품의 변화 과정을 보는 것은 놀랍고도 즐거운 일이다. 작가 개개인의 정체성과 사상은 개인사와 만나며 작품을 변화시킨다. 알고 작품을 본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

코로나19 잔여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해외여행이었다.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처럼 부푼 마음으로 코로나 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https://ncvr.kdca.go.kr/cobk/index.html)을 통해 근처의 참여 의료기관을 검색했고, 일일이 전화해서 예약 가능 여부를 물어 예약을 했다. 가능한 한 여러 곳에 예약하라는 간호사의 친절한 안내로 예약 가능한 곳에는 모두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겼다. 

27일부터 온라인 예약이 가능해지고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잔여 백신 예약 접종을 신청했다. 지도에 가득 뜨는 병의원에 남은 백신의 숫자는 모두 '0'이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기회가 있겠지 싶었다. 다음 날 앱을 확인하니 전날 무려 '7'개가 남았다는 곳에서 백신 알림이 도착해 있었다. 뒤늦게 예약 신청을 했지만, 이미 불가능한 상태였다. 

알림 신청 후 바로 연락이 오니, 오늘도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로 예약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앱으로도 알림이 왔다. 전화 통화로 이미 갈 수 있다고 말했으니 앱은 무시하면 될 것 같았다. 남편도 함께 예약했기에 우리 부부는 수월하게 잔여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온라인 신청 다음날 잔여백신 알림이 왔다.
▲ 잔여백신 알림 온라인 신청 다음날 잔여백신 알림이 왔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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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후기를 남긴다면, 나는 첫날은 몽롱했고 멀미가 나는 것 같았고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었다. 주사를 맞은 부위가 뻐근했고, 기운도 없었다. 휴식을 취하니 다음 날은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남편은 첫날은 이상이 없었지만 다음 날부터 열이 있었고 근육통 같은 몸살에 시달렸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든 감기약이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좀 늦게 알았고, 하루를 온통 앓은 후에야 약을 먹고 열과 근육통을 잡을 수 있었다. 

백신 접종에 관한 사전 정보를 꼼꼼히 봐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주사를 맞고 나니 질병관리청에서 '국민 비서 구삐'를 통해 2차 접종 날짜와 시간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여하튼 우리는 8월 중순이면 코로나19로부터 한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예방접종하고, 이런 혜택들을 보다니
 
질병관리청 coov 앱을 통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 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서 질병관리청 coov 앱을 통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 장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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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단계를 통해 백신을 접종했어도 3분기에는 접종했을 것이다. 올해 말이면 전 국민 집단 면역도 가능할 거라고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서둘러서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 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백신을 먼저 맞으니 뭔가 앞서 준비하는 사람이 된 듯하고, 숙제를 빨리 해치운 것 같다. 이 마음의 여유가 싫지 않다.

내친김에 백신 인센티브 혜택도 누려볼 생각이다. 7월부터는 외부에서 마스크 없이 활동도 가능하다고 하니, 산행에서 호흡이 가빠질 경우 눈치 보지 않고 마스크를 턱스크로 잠시 전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도 백신 접종을 1, 2차 모두 끝내셨으니 추석 명절에는 나머지 가족들과도 함께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조심스럽게 한적한 식물원이나 휴양림을 찾기도 했었다. 잠시라도 코로나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조심조심 다녔는데, 이제는 백신 인센티브로 입장료 할인 혜택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 국립과학관, 국립 자연휴양림, 고궁 및 능원, 국립공연장 등 공공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들. 예방접종도 하고 혜택도 보고 나쁘지 않다.

할인을 받으려면 접종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질병관리청 COOV' 모바일 앱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전자 예방접종증명서'도 이미 발급받았다. QR코드로 간편 인증도 가능하다. 오랜만에 발 빠른 추진력을 발휘했다.

올해 말쯤, 해외여행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원픽은 단연 에르미타주 미술관이다. 러시아의 코로나 상황을 살펴야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나 나의 사정으로 여행을 못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도록 준비하려고 한다. 물론 미술사 강의도 두어 개 더 신청해서 들을 생각이다. 들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 것이고, 아는 만큼 새로운 세상이 보일 테니.

완벽하게 마스크를 걷어 내는 날이, 자유로운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태그:#에르미타슈 미술관, #잔여백신, #백신접종후기, #백신인센티브,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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