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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배달은 크나큰 사회안전망이다. 배달 덕분에 마트 사재기를 피할 수 있었고, 격리 기간 동안에도 무리 없이 생필품을 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에게 위기가 왔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준 것도 배달이다. 하지만, 스몰비어를 하는 맥줏집 사장 입장에서 배달은 어려운 존재다. 배달을 시작하기 전에 주변에서 많이 해주는 말이 있다.

"힘만 많이 들고,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우선, 배달을 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돈들이 있다. 배달을 하기 위해 포장 용기를 사야 하고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배달기사님 배달료가 필요하다. 여기에 핵심은 어플 수수료다. 어플에 입점해서 배달 계약을 하면 가격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가게 촬영도 해준다. 그렇지만, 수수료가 든다.

3km 내 손님에게 가게를 노출할 때 드는 비용은 8만8000원이다. 6km 내의 손님들에게 가게를 노출하려면 17만6천원이 든다. 3km 내 손님들에게만 가게를 노출해서는 수수료 8만8천원을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왜냐면, 나는 스몰비어를 운영하기 때문에 단가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10km 이내 가게를 노출하기 위한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수수료만 한 달에 26만 4천원으로 월세 부담만 더 커지는 셈이다. 결국 나는 여러 배달 앱은 수수료 때문에 입점하지 않고, 울산OO이라는 지역 업체에 등록해서 배달 주문을 받고 있다.

보통 맥줏집의 이익은 안주보다 술에서 나온다. 안주보다 술의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손님들을 위한 맛있는 안주와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사장님~여기 생맥 1,000cc 추가요!'라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리곤 하는 곳이 맥줏집의 장사 원리다.

하지만, 배달은 한 번에 1000cc 주문을 받으면 끝이다. 기분에 따라서 다시 시킬 수 없다. 더 먹고는 싶은데 아쉬울 때 보통은 가까운 편의점을 이용한다. 맥줏집 사장 입장에서는 원가 높은 안주만 배달하기 때문에 실제 손에 쥐는 돈이 별로 없다. 

여기에 생맥주를 어떻게 배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있다. 생맥주는 병맥주와 다르다. 열처리를 하지 않아 살아있는 효소를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신선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맥주에는 유통기한도 있다. 병맥주처럼 병에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맥줏집에서 바로 생맥주를 판매할 때는 기계에서 맥주를 빼내서 바로 가져다 드리면 되지만, 배달은 아예 영역이 다르다.
 
맥주 배달 업체 네 곳에서 받은 배달 용기들
▲ 맥주 배달 용기 맥주 배달 업체 네 곳에서 받은 배달 용기들
ⓒ 전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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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생수통과 같은 배달 용기에 넣기도 힘들고, 혹여나 배달 중에 신선한 생맥주의 거품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살얼음 맥주라고 부를 정도로 시원한 온도는 드라이아이스나 용기를 얼리는 방법으로 노하우가 있지만, 그래도 바로 매장에서 마시는 것보다는 덜하다. 혹여나 기사님이 동시에 여러 건 배달을 하는 날이면 어플을 보면서 초조해하고, 컴플레인이 들어오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생맥주의 신선도 외에 다른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면 업주는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배달을 통해 술 주문이 들어오면 1차로 휴대폰 인증을 통해 거르고, 2차로는 배달 기사님이 술을 배달해주면서 신분증 확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수많은 오차가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아 영업정지를 당하게 될 위험이 크다. 

여기까지 어떻게 힘겹게 배달을 유지해나가도 리뷰와 별점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배달하는 생맥주의 질이 안 좋거나, 안주가 식어서 배달을 가게 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별점 5점 만점에 3점을 주게 된다. 그렇게 별점 평점이 3점대가 되면 손님들은 클릭하지 않게 된다.

그럼 어플에 광고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고, 별점 관리를 위해 리뷰 이벤트를 시작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틈을 내어 리뷰에 하나씩 댓글을 다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상처는 장사할 마음을 잃어 버리게도 한다.
 
이 맛을 배달로 느끼기는 너무 어렵다.
 이 맛을 배달로 느끼기는 너무 어렵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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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손님들에게 안주와 생맥주를 전달할 때는 바로 손님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다. 환호하는 얼굴이거나 불만이 있는 얼굴이 바로 보인다. 맥주가 덜 시원하거나 거품 황금비율이 안 맞다면 눈치 채고 말을 걸어볼 수 있다.

그렇게 대화를 통해 커다란 컴플레인이 걸리기 전에 대비할 수 있다. 얼굴 보면서 장사할 때의 장점이다. 비대면은 이러한 기회를 차단시켜 버린다. 별점과 리뷰를 향한 외로운 싸움에 자영업자들이 지치는 이유다.

이쯤 되면 배달이 잘 되는 업종을 치킨, 피자, 중국요리로 정해 놓은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맥줏집 사장에게 배달은 힘만 많이 들고 돈은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영업제한시간 때문에 배달을 시작하는 건 맥줏집 사장님들의 살아보겠다는 발버둥이다. '호프집 운영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본 글처럼 '의미없는 시간 제한은 맥줏집 사장님들의 삶을 무너져내리게 한다'.
 
3개월 넘게 이어져온 오후9시-10시 영업제한으로 인해 울산 성남동 호프거리 내에 점포 임대를 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 점포 임대합니다 3개월 넘게 이어져온 오후9시-10시 영업제한으로 인해 울산 성남동 호프거리 내에 점포 임대를 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 전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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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맥줏집배달, #배달수수로, #코로나19, #호프집운영하는사람들, #영업제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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