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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인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자는 28일 하루에 50만명 넘게 늘어 누적 1차 접종자는 523만3천96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 대비 10.2%에 해당한다.
 휴일인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설치된 사당종합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1차 접종자는 28일 하루에 50만명 넘게 늘어 누적 1차 접종자는 523만3천963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인구(작년 12월 기준 5천134만9천116명) 대비 10.2%에 해당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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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계획대로라면 2020년 여름에는 유로2020을 보기 위해 유럽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나의 계획을 보기 좋게 망가뜨렸고, 대회는 2021년으로 1년 연기됐다. 올해도 가능하면 직접 참전할 생각으로 적금까지 준비했지만, 코로나19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예매해 놓았던 항공편을 취소했다. 가능하면 개막전은 매번 축구여행을 같이 다니는 '대장님'네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여전히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모임을 하는 것도 개운치 않았다. 

"대장님! 다음 달이면 유로 2020 개막인데, 우리 안 모입니까?"
"그러게. 근데, 아직은 사람 모이는 게 조심스러워서 말이야."
"제가 최대한 빨리 백신 맞을게요! 개막전이든 결승전이든, 아니면 그 다음이든, 일단 만나요."
"그러자고."


#장면2

매주 이틀은 동네 책방에서 진행되는 책 읽기 모임에 참여해 왔고, 최소 한 번 이상은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이후로는 가능하면 도시락을 챙겨서 출근했고, 동네 책방 모임은 계속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꼬박 1년 동안 책을 세 권이나 끝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멤버들도 있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지난 주 화요일(18일)은 온라인으로 세 번째 책을 끝내는 시간이었다. 

"5월 27일부터는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잔여 백신을 확인할 수 있대요."
"11월이나 되어야 우리 순서가 올 줄 알았는데, 미리 맞을 수도 있는 거예요?"
"네. 우리도 얼른 맞고, 책방에서 만나요!"
"그러게요. 저 어떻게든 일찍 맞을 테니까, 다음 책은 꼭 책방에서 만나요!"


책방 책 읽기 모임 멤버들은 최대한 빨리 오프라인에서 만나 진행하고 싶다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모임 참여자가 여덟을 넘지 않으니, 우리들 중 네 명만 백신 접종을 마칠 경우 이르면 9월부터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정부는 예방접종 완료자(2차 접종 후 14일 경과)에 한해 7월부터 사적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한다는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단, 다음 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맡기로 하고는 모임을 마쳤다. 
     
나는 가능하면 백신을 빨리 맞고 싶었다. 기저질환이 없는 40대이니, 적어도 10월까지는 기다려야 차례가 오겠지만, 기회만 있다면 빨리 접종을 하길 원했다. 책 모임 멤버들과도 책방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싶었고, 경기장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보고 싶었다. 일흔이 넘으신 엄마도 걱정 없이 만나고 싶었고, 가끔이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마음 놓고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었다. 

물론, 백신의 부작용이 걱정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미 여기저기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넘칠 만큼 들리지만, 나는 전 세계 수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초기 임상 참가자들의 용기를 믿는다. 게다가, 어떤 과학적인 발견도 완벽하게 무결할 수는 없고,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없다. 

잔여 백신 예약 성공, 무사히 접종했습니다
 
잔여백신 실행 첫 날, 운이 좋게도 백신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1차 접종일로부터 11주 후에 동일한 병원에서 2차 접종을 하는 것까지 안내를 받았어요.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나가는 중일까요?
▲ 잔여백신 앱을 통해 1차 접종 완료 잔여백신 실행 첫 날, 운이 좋게도 백신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1차 접종일로부터 11주 후에 동일한 병원에서 2차 접종을 하는 것까지 안내를 받았어요. 이제, 조금씩 일상으로 나가는 중일까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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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날이 왔다. 잔여 백신 스마트폰 예약 도입 첫날인 27일, 포털 사이트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시각에 딱 맞춰 앱을 켜고 잔여 백신을 찾았으나, 한 군데도 남은 곳이 없었다. 혹시나 하여 동네의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에 미리 전화도 해 놓았지만 연락은 없었다. 계속 포털 앱의 동네 잔여 백신 찾기 서비스를 새로고침하던 중, 지도 어딘가에 파란색으로 '7'이라는 동그라미가 떴다. 반사적으로 숫자를 눌렀다. 

'잔여 백신 접종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서둘러 접종기관에 방문하여 예방접종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꼭 신분증을 지참해 주세요.'

야호!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예약이 되어 버렸다. 지도 앱으로 예약한 병원을 검색했더니, 회사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부랴부랴 신분증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괜히 가는 동안 두근거리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다리던 순간이니 너무 겁내지는 않기로 했다. 

병원에 도착했다. 백신 접종을 위해 먼저 온 분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체온을 재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자 의료진이 다가와 혈압을 재라고 했다. 

혈압 등 기본 건강 상태에 이상 없음이 확인된 뒤, 백신을 맞았다. 의사는 계속 백신 접종과 관련된 다양한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면역이 형성되는 동안 몸에서 다양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이상하면 바로 병원으로 와야 한다고 했다. 

"열이 나면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하던데, 그렇게 할까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은 면역의 형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열을 내릴 수 있으니 드셔도 괜찮아요. 단, 너무 힘들면 꼭 병원으로 오셔야 합니다."

          
접종을 마치고 15분 정도 대기실에서 안정을 취한 후 회사로 복귀했다.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렀는데 '타이레놀'이 모두 품절이었다. 대신 동일 성분의 다른 약을 구입했다.

업무 시간이 끝난 뒤 바로 퇴근했다. 별다른 이상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무리하면 안 될 것만 같아서 바로 집에 들어와 쉬었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히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았다. 
 
예방접종을 마치고 났더니, 선생님이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전해 주십니다. 무조건 무리하지 말고, 일단 쉬어야겠습니다.
▲ 예방접종 후 안내문 예방접종을 마치고 났더니, 선생님이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전해 주십니다. 무조건 무리하지 말고, 일단 쉬어야겠습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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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이틀 차인 28일 금요일, 원래 오전 7시 출근이다. 평일 마지막 날이라서 그랬는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백신 접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너무도 피곤해졌다.

괜히 걱정스러웠다. 급한 일만 대충 끝낸 뒤 바로 휴가를 내고는, 집으로 돌아와 약을 하나 먹고 잠을 청했다. 잠을 자고 났더니 열도 정상이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우선은 주말 동안 좀 더 쉴 생각이다. 앞으로 11주 후에 2차 백신을 맞을 때까지는 너무 무리하지 않고 지내야겠다.

아, 대장님께는 연락을 해봐야겠다. 나는 2차 접종이 8월이라 당장 6-7월 유로 2020 기간에는 친구들과 인센티브 혜택을 누리긴 어렵게 됐지만, 예방접종을 마치고 난 다음에는 조금 더 안전하게 모임을 고려해볼 순 있을 테니까. 이렇게 조금씩 '일상'에 가까워진다면, 머지않아 코로나19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태그:#잔여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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