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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비판의 요지는 먼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사실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무죄판결들이 '자기식구 감싸기'라고 비판받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대한변협은 "법원행정처를 사법행정위로 대체하면서 위원은 국회에 설치하는 추천위에서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방식은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식이라기보다는 사법부의 의사결정을 사법부가 아닌 국회에서 상당 부분 관여하는 방식이어서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한다"며 "다당제를 추구하는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추천위 의사결정이 집권당 및 준집권당의 의사에 좌우될 우려가 더욱 크다"며 비판하고 있다.

사법 행정에 반드시 의회와 민간이 '관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대단히 높다. 입법부나 행정부는 국민들의 직접 선출에 의해 구성되므로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존재하고 있지만, 사법부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그 어떤 견제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법부 법관 누구도 국민의 직접 선출로 구성되지도 않으며, 법원행정처는 법관들에 의해 철저히 독점되어 있다. 이렇듯 사법부를 견제할 장치가 철저히 결여된 조건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도 발생했던 것이다.

오늘날 사법부 법관 선출이나 사법행정에 대한 의회의 '관여'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독일에서 의회연방대법원의 법관은 법관선발위원회(Richterwahlausschuss)에서 선발되며, 연방대통령이 임명한다. 법관선발위원회는 연방법무부장관이 위촉하는 3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 중 16명은 16개 주 법무부장관이며, 나머지 16명은 연방하원(Bundestag)이 선출한다.

유럽사법부협의회(ENCJ: European Network of Councils for the Judiciary)는 유럽에서 법관의 인사 특히 임명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가장 보편적인 기구인 사법위원회(Councils for Judiciary)의 구성에 내각 각료나 전현직 의원이 참여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러나 유럽사법부협의회는 사법위원회에 민간위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사법부협의회는 "민간위원들은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사법부의 역할을 강화하며 사법부에 보다 많은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측면 뿐 아니라, 사법부 내에 실질적으로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한다고 인식되고 있는 이기심이나 자기보호심리, 또는 자기지시성(self-referencing) 등을 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위원들이 가지고 있는 법외의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력은 사법부에 대한 좋은 투입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야 균형을 위해 가중다수결 도입 검토돼야

다만 "추천위 의사결정이 집권당의 의사에 좌우될 우려가 더욱 크다"는 대한변협의 의견은 존중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사법부협의회도 "민간위원이 의회에 의하여 위촉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행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특별가중정족수에 의해 그 선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권고 의견을 내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집권당과 야당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이를테면 2/3 다수 찬성으로 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태그:#법원조직법, #권력분립, #사법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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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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