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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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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8일 세계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힌 기업은 한익스프레스였다.

한익스프레스는 2020년 4월 29일 오후 1시 32분께 경기도 이천시 소재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우레탄폼 작업과 용적 잡업 등을 여러 층에서 동시에 진행하다 발생한 화재로 하청노동자 38명이 사망한 공사를 발주한 업체다. 

이날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은 노동건강연대와 민주노총, 산재피해가족네크워크 다시는 등이 모여 만든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캠페인단)'이 주관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다.

캠페인단은 한익스프레스에 이어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공동 2위로 각각 5명이 사망한 오뚜기물류서비스(전원 하청)와 포스코(4명 하청)를 선정했다. 공동 4위는 4명이 숨진 GS건설(전원 하청), 창성건설(전원 하청), 현대건설(전원 하청), 현대중공업(2명 하청)이 차지했다. 공동 8위는 3명이 각각 숨진 SK건설과 금호산업, 두산건설, 대우건설, 오렌지엔지니어링,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하청노동자가 숨졌다. 

실제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순위에 오른 13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82명 중 79명(96%)이 하청업체의 노동자로 확인돼,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함을 드러냈다. 

선정식에선 쿠팡이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에 올랐다.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9명이 쿠팡 관련 업체에서 일을 하다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쿠팡 배송기사를 포함해 물류센터 노동자, 구내식당 조리보조원, 야간배송 기사 등이었다. 

유가족 호소 "발주사 제대로 처벌 받지 않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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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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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악의 살인기업 발표현장에는 산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참여했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김선애씨는 "과연 한익스프레스는 사고 날짜가 언제인지, 희생자가 몇 분인지 기억은 제대로 할까 싶다"면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슴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어도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과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조차 발주처의 공기 단축과 관련된 처벌조항이 빠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진행된 1심 선고에서 발주사인 한익스프레스 측 팀장은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이수 받아 실형을 면했다. 대신 물류창고 시공을 맡은 건우만 벌금 3000만 원과 현장소장 징역 3년 6개월, 안전관리자 2년 3개월, 감리단장 1년 8개월 형이 선고됐다.

캠페인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한익스프레스의 무리한 작업 강요가 참사를 키우는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당시 현장에선 공기단축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할 수칙들이 준수되지 않았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대피하게 돼 있지만 현장에는 방화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방화문이 들어갈 공간에는 결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벽돌로 막아 참사를 더 키웠다. 

이날 유가족들을 포함해 캠페인단에서 ▲ 발주처 처벌을 포함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 중대재해처벌법상 5명 미만 적용 제외·50명 미만 적용 유예 폐지 ▲발주처 공기 단축 처벌 제외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요구한 이유다.

한편 선정식에는 지난해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작업 업무를 진행하다 사망한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도 참가했다. 박씨는 "한 해 9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는 기업이 어디에 있냐"면서 "쿠팡물류센터 산재과로사망 유가족으로서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과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2021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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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선 지난해 239건의 산업재해 신청이 있었지만 224건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특히 쿠팡은 68건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이 가운데 53건 (77.9%)이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 단체는 지난 2006년부터 노동자 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매년 산재사망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살인기업 선정 통계의 기초자료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보고'를 기초로 한다. 2020년에는 대우건설이, 2019년에는 포스코건설이, 2018년에는 삼성중공업이, 2017년에는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태그:#한익스프레스, #쿠팡, #최악의살인기업,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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