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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한미일 관계를 강화한다는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예측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 보는 한미일 관계는 어떠한가?

혐한 차원에서는 미·일 동맹으로 충분할 텐데, 일본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기사(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의 입장? 좀 미묘하다 http://omn.kr/1s0a5 )에서 일본의 안전보장과 관련하여, 한국이 미국의 강력한 동맹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일본 측의 기대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기사는 그 연장선에서, 한미일 공조에 대해 논하려고 한다.
  
미일 정상 전화회담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미일 정상 전화회담을 보도하는 일본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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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체제는 미국의 중개로 시작한다. 일찍이 미국은 러일전쟁이 끝나기 직전 일본에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승인하고, 해방 후에는 미군정으로 들어와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미국으로부터 권유를 받아 14년에 걸친 한일회담이 단속적으로 이어진다.

회담이 타결되기 전 1960년대 초반 일본에서도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이유는 한일조약이 성립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이 군사동맹이 된다는 우려에서 였다. 당시 시위에 참여하라는 포스터에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탄생을 경고하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이러한 포스터는 1990년대까지 동경에 있는 골목의 전신주에도 남아 있을 정도였다.

지금 일본의 70대 중반 노년이 되어있을 당시 시위에 참가한 청년이라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체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군사훈련으로 거듭하여 요구되었고, 그때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한미일 공조체제다.

한미일 공조, 언제부터? 경제문제서 출발

당시, 한일국교 정상화에 미국이 기대하는 바는 한일관계개선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원조 등 미국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거는 기대는 한미일 공조를 통한 안전보장의 강화에 있다. 특히, 북한 핵과 미·중대립 가운데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문제로 출발한 한미일 공조는 안보, 군사영역에까지 확대된 것이다.

일제식민지에 미군정과 한국전쟁 이후의 미국개입을 더 하면 그대로 한미일 공조라는 기형물이 탄생한다. 해방 후 친일파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흡수되어 공존할 수 있었고, 이러한 역사적인 굴곡 속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에서 탄생한 것이 한미일 공조체제라는 기형물이다.

한미일 공조에서 강조하는 개념은 국제 질서와 규범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우방과 동맹이다. 이러한 질서와 규범을 동아시아에서 지키기 위한 수단이 한미일 공조다. 하지만 현재 여러 논의를 살펴보면 한미일 공조가 앞서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미일 공조만이 국제 질서와 규범을 지키기 위한 결속이라는 공식으로 바뀌어, 대한민국이라는 주체가 가려져, 마치 성장한 어른이 냉전시 어린이 옷을 입고 있는 듯한 형국이 되었다.

현재로는 국제질서와 규범을 지키는 경우가 한미일 공조에 가깝다 해도, 이러한 선택이 천경지위(天經地緯)와 같이 불변하는 진리로 남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한미일 공조가 앞서가고 국제질서와 규범이 뒤따르게 되는 경우는 모순이라는 점이다.

이제까지 일본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이었다. 일본도 냉전식 사고로 북·중·러를 경계하여 왔는데, 여기엔 이념도 포함되어 있지만, 전통적으로 북방 세력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하다. 일본의 경우, 한국을 지키기 위한 한미일 공조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일본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한반도 남부가 경계선이 되어 있는데, 또한 한국도 이에 동조해 안심하고 있었는데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력을 배경으로 한 한국의 군사력 증강 때문에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의 참여는 절실하게 되었다. 즉, 지정학적 위치뿐만이 아니라 성장한 한국의 국력 때문에라도 한미일 공조는 더욱 필요하게 된 셈이다.

한미일 공조 뒤 감춰진 심각성...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통로 될 수도

하지만 한국의 국력과는 상관없이, 협의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공조체제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의 안전보장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미국과 일본에 한반도 문제에 개입시키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상정돼 이를 위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총 대신 평화를" 87개 단체 한미군사훈련 중단촉구 http://omn.kr/1s9kg 
오늘(8일) 한미연합훈련 시작... 야외 기동훈련 없이 축소진행 http://omn.kr/1sbo2
통일부 "한미 연합훈련, '한반도평화' 뒷받침 노력" http://omn.kr/1sbs7

자칫 한반도를 다시 전쟁터로 빌려주면서, 엄청난 희생이 따르는 한미일 공조인데도 한국의 입장과 의견을 반영시키지 못한다면 이미 의미를 잃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한미일 공조에는 룰 메이커로서의 미국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룰 테이커'로서의 수용하는 수동적 미덕만이 강조되고 있다.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북한과 미국은 적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체제 속에서는 국제규범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남북, 민족 간의 대결만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했던 해빙 분위기는 미국과 북한과의 적대적인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대한민국은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군사적으로 긴장할 때가 있더라도 끊임없이 통일을 바라보며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합동군사훈련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난2일 시민단체 대표들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총 대신 평화를 들자' 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기자회견 중인 시민단체 대표들  지난2일 시민단체 대표들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총 대신 평화를 들자" 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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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는 동아시아 지역의 안전을 위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국제 질서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와 개입을 상정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북한을 적대시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적대 정책이 오랫동안 지속하여 왔기 때문이고, 이러한 적대 정책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한미군사훈련과 한미일 군사훈련은 이를 통해 북한에 경고하고, 필요시 개입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방어훈련을 강조하는 경고적 성격이라지만, 원래 군사상 방어와 공격은 종이 한 장 차이고, 한미군사훈련을 통해 사실상 북한을 공격목표로 하고 있다. 역사상 군사 연습을 통한 우발적인 사건이 국지적인 전쟁 또는 국제전으로 돌발하는 경우는 많이 나타났다.

일본, 한미일 공조서 한국 이탈 우려하는 이유
  
한반도평화 방해하는 한미연합훈련 폐기하라 피켓을 들고있는 회원
 한반도평화 방해하는 한미연합훈련 폐기하라 피켓을 들고있는 회원
ⓒ 박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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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미일 공조체제는 북한에 대한 경고와 개입으로 일본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이 이탈하면 방어체제가 무너지는 것으로 우려한다. 왜냐하면, 주일미군이 받쳐주고 있다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뒷받침하고 일본이 경계하는 북방 세력에 대해 한국이 이탈하면 일본이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일본이 한미일 공조체제에서 한국의 이탈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려 하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미국을 통해 한국의 방향을 돌리려고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내에서의 남남갈등을 통해 방향 선회를 시도하는 것이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배경에는, 북방 세력을 경계해온 일본의 안전보장을 철저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이중잠금장치로 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측에 무엇이 진짜 필요할지, 돌아볼 때다.
 

태그:#혐한, #지한,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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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그 내면에 자리잡은 성숙도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하면서 관찰하고 있는 일본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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