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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소환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최근 조선일보는 <국회 전문위원 "여당 언론 관련법, 헌법상 과잉금지 위반">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명시한 민주당 000 의원안(案)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나 형법상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되어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경우에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오늘날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단지 '검토'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지엄한 '선언'이요 '판결문' 혹은 '결정문'과도 같은 위상을 점한 지 이미 오래다. 세계 의회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회공무원, 즉 입법관료에 의한 법안 검토 시스템이다.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입법관료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얼마 전 참여연대는 "국회법상 전문위원은 국정감사를 지원하고, 법안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검토보고서를 제출한다. 국회는 법안 심사 시, 첫 단계로 해당 법안에 대한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며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훼손하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제도 폐지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행정, 입법 그리고 사법 관료주의, 우리 사회는 3중의 관료지배 구조

사실 관료집단의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공히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하지만 그 관료주의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그 범주는 일반적으로 행정부 내라는 범주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입법부에도 이미 관행화되어 일상화되어있고, 더구나 사법부까지도 관료화되어 있다. 우리 사법부는 세계 사법부 사상 찾아보기 힘든 '법원행정처'라는 '사법관료 기구'를 통해 철저하게 관료화가 관철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법원행정처 폐지를 '공언'했지만, 말 그대로 "빌 공(空)자", 공언(空言)이 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사회에서 행정관료, 입법관료 그리고 사법관료들은 이질적인 차단막과 견제장치 없이 동질적인 속성으로 동맹하여 결속한다. 마침내 3중 장치의 관료지배 시스템이 굳건하게 완성되었다.

관료주의는 검찰조직이 여실히 잘 보여주었듯 자신들의 조직이기주의를 본능적으로 지향하며, 본질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면서 기득권을 옹호하게 된다. 시대와 대중의 요구가 아니라 자신들의 조직과 이익에 충실하다. 그리해 관료지배 사회는 결국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에 반하며, 사회의 건강하고 공정한 전진에 장애를 형성한다.

해결의 열쇠쥔 국회, 먼저 입법부 내 관료주의부터 개선해내야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 사회의 관료지배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본래 관료집단을 견제할 수 있는 집단하면, 단연 가장 먼저 국회가 떠오르게 된다. 왜냐하면 국회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국회는 "입법관료들의 하부 구조"라는 비아냥조차 있을 정도로 자기 위상을 정립해내지 못하고 있다.

진리를 찾는 것은 사물의 구분, 또는 분별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의 판단과 인식이란 '분별해내는' 구분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어린 아기의 사물에 대한 최초의 인식 과정 역시 사물에 대한 구분과 분별로부터 시작된다.

지위와 위상이란 맡은 바 직무로부터 비롯된다. 어느 특정한 지위와 위상을 지닌 사람에게 부여된 직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 해서는 안 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입법권을 부여받았다. 그러므로 국회의원과 국회 공무원은 그 하는 일이 달라야 한다. 맡은 바 그 직무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부여해준 입법권을 스스로 수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게 되면, 결국 내가 아니라 그 다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국회는 마땅히 그 본업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스스로 국회의원이라 자부하기 어렵다. 국회가 바로 서야 비로소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

태그:#국회, #관료, #검토보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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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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