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다.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6.25%

지난 8일 퇴근이 가까워질 무렵, 오랜만에 증권사 앱 주식 잔고창에 들어갔다가 입이 쩍 벌어졌다. '빨간 불(주식 시장에서 상승장을 뜻함)'에 놀란 건 아니다. 상승장은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의 흔한 트렌드였으니까. 저금리로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주식 시장이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종목이 하루 만에 6.25%p 급등한 걸 확인하고는 '억'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유한 '그 녀석'은 개별 주식들의 모둠이라 불리는 ETF였다. 개별 종목도, 그렇다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하루 ±10%p를 우습게 오르내리는 작은 종목도 아니었다. 오히려 IT업계 공룡들 주식을 대거 담고 있다. 구성 종목과 투자 비율을 보면, 카카오가 25.84%, 네이버가 23.95%, 엔씨소프트가 23.69%다. 덩치 큰 기업들의 ETF가 하루 만에 6%p 오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기쁨과 동시에 고민도 커졌다. 활황장 속에서 냉정을 찾고 수익이 나고 있는 종목에 대한 탈출 계획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동학개미운동에 참가해 이름 모를 적(?)들을 상대로 승기를 거머쥐었던 지인들도 내게 '지금이 고점 아니냐'며 연락을 해왔다.

3000피 시대, 언제 돈 뺄까 궁리하는 동학개미들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동학개미운동의 행동대장쯤 된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전전하던 지난 2019년 7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여 용돈벌이를 한 뒤 그 성공기를 전하며 지난해 초 주식투자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보다 큰 시드머니(종잣돈)를 한 개 종목에만 쏟아부어 많은 수익을 챙긴 지인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투자를 선동한 책임으로 지인들로부터 숱한 질문을 받아왔다. 탈출 시기를 묻는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고민 끝에 나는 '언제 익절(수익이 난 상태에서의 매도)할지 여부는 각자 얼마나 강한 심장을 갖고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농담이었지만 진담도 섞여 있었다.

먼저 빠질 타이밍을 정하기에 앞서 '주식은 오르고 내린다'는 진리를 되새겨야 한다. 지금이 강력한 상승장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주가는 얼마 간 더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내려갈 거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장 주식을 매도해야 할 것 같다. 오르는 건 '플러스 알파'지만 떨어지는 건 제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주가가 하락한다 한들, 원금이 아닌 주식으로 벌어둔 수익이 줄어드는 것 뿐이지만 우리는 모두 잔고창에 찍힌 금액을 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전량 매도를 감행했는데 주식이 계속 오른다면? 오름세가 지속돼 사상 초유의 신고가를 달성한다면? 배가 많이 아플 것이다. 게다가 수많은 증권사들이 모두 2021년의 주식 시장 호황을 예측하고 있지 않은가. 이쯤에서 주식 등락에 연연하지 않는 초장기 투자자를 제외한 모든 개미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당신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알고도, 더 큰 수익이 날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만큼 강한 심장을 갖고 있나? 당신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주식을 매도하지 않다가 원금까지 깎이기 시작했을 때의 충격과, 매도 후에도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겪게 될 배 아픔 중 어느 쪽 고통을 더 잘 견딜 수 있나? 모든 투자자는 이 질문 앞에서 평등하다. 동학개미운동의 행동대장이 아니라 주식의 신이 온다고 해도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모든 투자에는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견디기로 했다면 대안은 '헷지'
 
 코스피가 11일 널뛰기 장세 끝에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3포인트(0.12%) 내린 3,148.45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16포인트(1.13%) 내린 976.63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코스피가 11일 널뛰기 장세 끝에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3포인트(0.12%) 내린 3,148.45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1.16포인트(1.13%) 내린 976.63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갖고 있는 주식을 전량 매도한다거나 위험을 안고도 모든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는 잘 없지 않냐'고 묻는다면? 예리했다. 떨어질 게 무섭다고 가진 주식 전부를 매도하거나 역대급 강심장을 가졌다며 고공행진하는 주가창을 보며 '가즈아'를 외칠 만큼 투자자 심리는 단순하지 않다. 모든 투자자의 배짱은 0과 100 사이 어디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자자는 '헷지(Hedge, 자산 가치의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는 분산 투자)'를 통해 탈출구를 만든다. 앞선 질문은 여기서 유효하다. 총 자산의 몇 %를 어떤 방법으로 헷지할 것이냐에 따라 보수적-적극적 투자자로 나뉜다. 동학개미운동의 행동대장이지만 상당한 '졸보'로 유명한 나 역시 안전 장치를 더 많이 거는 조건으로 계속 주식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안전 장치를 거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금 비중 늘리기다. 나는 그간의 투자 원칙상 전체 투자 금액의 25%는 늘 현금으로 갖고 있다. 폭락장에 원하는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하지만 2021년에 한해 그 비중을 30%~35%까지 늘리기로 했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나보다 현금 비중을 더 늘리고,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현금 비중을 적게 유지하면 된다. 

물론 현금을 가만히 놀리고 있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본적으론 원화를 갖고 있다가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일정 금액을 미국 달러로 바꿔두려 한다. 환율은 오르내리며 '쿠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보통 국내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 가치가 오르면서 폭락의 충격을 조금은 줄여준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어느 쪽을 버릴 것인가

이처럼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존 주식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나는 대형주보단 중소형주를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증권사에서 내놓은 2021년도 주식 시장 예측 리포트들을 살피며 올해 유망할 몇 개 산업군을 발굴했다. 산업군별로 한국, 미국 주식 시장에 속한 중소형주와 대형주를 각각 찾았고 '나스닥-중소형주'에 투자했다. 경기 회복기엔 대형주보단 중소형주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고려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 중소형주는 대부분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 기업에 맞먹는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변동성 만큼은 코스닥 상장 기업에 버금갔다. 하룻밤 새 9%가 오르기도, 7%가 폭락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불안감은 상당했다. 심장은 꾸준히 고통을 호소했다. 때문에 급등장이 오면 이 중소형주를 정리하고 현금을 보유하려 한다. 또 적금 대신 개별 주식에 붓고 있는 월급의 일부를 2021년도에는 유망한 산업군 ETF에 투자해 그 비중을 총 투자금의 50%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돈은 잃기 싫지만 투자 수익은 남기고 싶은 욕심쟁이의 투자법인 셈이다.

한국-미국 주식 시장, 원화-달러, 중소형주-대형우량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헷지를 했는데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폭락장이 펼쳐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탈출구를 열어둬야 한다. 나라면 확보해둔 현금으로 주식의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것이다. 그도 부족하면 살짝 수익이 나고 있거나 조금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의 일부를 팔아 마련한 현금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또다시 사들일 것이다.

'어차피 주식은 떨어지면 오른다'거나 '존버는 승리한다'는 등의 계명을 남긴 동학 개미들이여. 투자 위험을 분산할 안전장치가 없는 버티기를 계속 하다가는 정신 건강을 잃어 병원비가 더 들  수있다. 그러니 이젠 이 계명을 다시 써 보자. '헷지한 존버는 승리한다'고.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