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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제주도인 필자는 석방된 전광훈씨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제주도 도민이라면 상처로 남아 있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왜곡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전씨는 제주 4,3사건은 북한 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제주도 남로당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1948년 7월에 제헌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을 선출하는 총선거가 5월 10일 전국적으로 실시되었다. 이때 북한 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제주도 남로당들이 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해 무장봉기를 했고 이 때문에 제주도에 배정된 3개의 선거구 중 2개의 선거구에서 국회의원이 선출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제주 4,3사건을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가 진압하지 못했다면 제주도는 지금 북한의 영토가 되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전씨의 제주 4.3에 대한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여러가지 사료들을 봤을 때 제주 4,3사건의 원인은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 미군정의 경제정책실패와 제주 관덕정에서 있었던 삼일절 28주년 기념집회 때 경찰의 말에 6세 아이가 죽은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이다.

한반도 본도보다 20일 정도 늦게 들어온 미군정은 제주도 전 지역에 공출제를 실시하는 등 현실과 맞지 않은 경제정책들을 실시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 도민들이 일제강점기보다 더 가혹한 민생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먹을 식량이 없어 소여물로 죽을 끓어 먹을 정도였다.

이런 가혹한 민생고는 제주도 도민들이 미군정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미군정이 제주도에 들어오기 전에 인민위원회를 결성하여 행정과 치안을 담당했던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삼일절 28주년 기념집회가 1947년 3월 1일 관덕정에서 열렸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10인 3만 명이 모인 집회였지만 평화스러운 집회이었다. 그 평화스러운 집회에서 6살짜리 아이가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사망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도망가자 집회참가자들은 그 경찰을 쫓아가며 돌을 던졌다. 그것을 폭동으로 오인한 경찰들은 발포를 하였고 중학생과 함께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의 진상을 밝혀 줄 것을 요구하면서 초대 제주도 도지사인 박경훈 도지사를 포함하여 공무원, 교사, 양심적인 경찰까지 사직서를 냈다. 제주도에 있었던 전체 사업장에서 동시에 파업이 일어났고 자영업자까지도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제주도 상황이 약화되자 제주도에 파견되었던 경찰과 서북청년단은 그리고 조병옥 중앙경무부장은 제주도 도민들을 다 빨갱이로 낙인찍었다. 저항하는 제주도 도민들은 다 죽어도 좋다는 발언도 했다. 그 뒤로 경찰과 서북청년단들의 제주도 도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이 1년 넘게 이어졌고, 이에 사회주의자인 김달삼이 350명을 무장대를 구성하여 1948년 4월 3일 경찰서와 서북청년단을 공격하면서 제주 4,3사건이 시작됐다.

전씨의 주장과 같이 1948년 5,10 국회의원 총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해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물론 전씨의 주장대로 5.10선거에서 김달삼의 무장대에 의해 제주도의 3개 선거구 중 2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선출되지 못했다.

하지만 김달삼 무장대가 선거구 2곳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남한만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씨의 주장대로 김달삼이 북한 공산당의 지령을 받고 국회의원을 선출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 아니다.

한편 이 사건 이후로 의문의 오라리마을 방화사건이 발생하고 김달삼 무장대와 평화회담을 준비하던 김익렬 장군이 해임당한다. 그리고 1948년~ 54년까지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토별이 제주도 전역에서 벌어져서 6만에서 8만의 제주도 도민들이 희생됐다.

제주도 도민이라면 제주 4.3사건이라는 말만 나와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직도 제주 4.3사건은 53만의 제주도 도민들에게는 상처로 남아 있다. 전씨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제주도 도민들의 상처인 4.3사건을 왜곡하는 일은 안 봤으면 좋겠다.
 

태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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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6월 20생 우석대 특수교육과 졸업 서울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졸업 장애인활동가. 시인. 시집: 시간상실 및 다수 공저. 에이블뉴스에 글을 기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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