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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걸 글로 써야만 할까? 나의 재능 없음을 만천하에 떠벌릴 것도 아닌데다, 상금 타면 소고기 사준다고 지인들에게 설레발친 것조차 수습 못 했는데. 5분쯤 고민했던 것 같다. 뭐 그렇다고 부끄럽거나 숨길만 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두 번 낙방도 아니고. 재능보다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자. 그래서 적게 되었다. 나의 신춘문예 도전기.

데자뷰나 재탕이 아니다. 2018년. 새해 목표가 신춘문예 시 부문 도전이라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중년의 무모한 도전에 많은 분이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셨다.

한껏 풍부해진 감수성을 가지고 열심히 빈 종이를 채웠다. 시상에 흠뻑 취해 미친 듯이 갈겨 쓸 때는 윤동주 문학상이라도 거머쥘 정도로 의기양양했다. 며칠 뒤에 다시 읽어 보면 그저 유치한 낙서나 한풀이에 불과했다. 시란 참 어려운 것이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소설 쓰기의 시작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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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 원서를 냈다. 운 좋게 합격이 되었다(5대 1의 경쟁률이었는데,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이력이 합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가을학기 수강 신청을 했다. 시와 관련된 강의가 아니었다. 이왕 대학원까지 간 것, 대학 연극반 시절 꿈이었던 희곡을 써보자. 그런데, 당시에는 희곡과 관련된 강의가 없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소설창작 연습'이라는 과목을 신청했다. 지난 1년간 소설가를 꿈꾸며 살게 된 계기였다.

사실, 소설을 많이 읽기는 했지만, 직접 써본 적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일정부분 외압은 필요하다. 중간, 기말고사 대신에 단편소설을 써내야 했다. 꼬박꼬박 온라인 강의를 듣고, 틈나는 대로 스토리와 인물을 구상했다. 그리고 무작정 덤벼들었다. 중간고사로 제출한 단편을 가지고 오프라인 합평을 진행했는데, 그다지 신통치 않은 반응이었다. 소설마저 재능이 없다면 내 갈 곳은 어디인가? 독자로 만족하며 이번 생을 마감해야 하는가?

담당 교수님께 전화가 온 것은, 새로 쓴 단편을 기말고사로 제출하고 난 며칠 후였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으셨다며, 남아 있는 신춘문예에 응모해 보라는 것이었다. 12월도 한참 지난 터라 대부분은 마감한 상태였고, 지방의 몇 군데 신문사가 남아 있었다. 부랴부랴 퇴고해서 신문사 한 곳에 응모했다. 당연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교수님의 전화로 용기가 솟았고, 신문사의 무응답으로 오기마저 생겼다. 그때부터 1년간 단편소설을 쓰는 작가 지망생의 삶을 살았다. 2020년에는 반드시 등단하리라. 한 달에 한 편을 목표로 썼다.

소설을 쓰는 직장인의 일상은 대강 이러하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으면 바로 잠자리에 든다. 새벽 한 시경에 일어나 키보드를 두드린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고치기의 반복이다. 날이 샐 무렵, 한두 시간 다시 눈을 붙인 뒤 출근한다. 매일 그럴 수는 없지만, 구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일주일에서 열흘간은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1년간 열 편 정도의 단편소설을 썼다. 코로나 덕분에(?) 시간도 충분했다. 마침내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다섯 편을 엄선해서 고치고 또 고쳤다. 그리고 서울부터 제주까지 다섯 군데의 신문사에 응모했다. 서울에 있는 신문사로 모두 보낼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방이 경쟁률이 좀 약하지 않을까 싶어 꼼수를 부린 게다.

경쟁률과 소설의 질은 무관하다는 보편적 진리를 뒤늦게 깨달았다. 두 군데에서 동시에 당선되면 소감을 어떻게 적어야 할까, 라는 생각은 부질없는 기우였다. 단 한 곳에서도 당선 연락이 없었다.

중년에게 최고의 놀이터
 
나의 책상 풍경 창작과 관련된 책들로 채워진 책상. 그리고 나의 보물 1호인 노트북
▲ 나의 책상 풍경 창작과 관련된 책들로 채워진 책상. 그리고 나의 보물 1호인 노트북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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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춘문예, 그는 결국 나를 버렸다. 원망이나 후회는 없다. 버려지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떠나보내지 아니하였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그를 내 품에 안을 것이다. 집착은 아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아니다. 그저 소설이라는 글쓰기 자체가 너무 즐겁기 때문이다. 나처럼 쓸데없는 공상으로 밤을 지새우는 불면증 환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이자 치료제다. 창작의 고통은 오히려 무료한 인생의 자극원이다.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는 이는 드물다. 가지고 놀 것이라고는 책밖에 없던 유소년 시절을 지닌 이들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승산이 있다. 열 번을 고쳐 써서 떨어졌다면 백번을 고쳐 쓰면 된다. 아니면 다시 쓰거나. 사람 만나는 것조차 귀찮아진 중년에게 소설 쓰기만 한 놀이터는 없다. 생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공간이니까.

새해는 밝았고, 누군가는 신춘문예를 통한 등단이라는 꿈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네들의 얼을 이어받아 올해도 부지런히 공모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결과가 어찌 되던 글을 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우리는 글쟁이가 아니던가? 다이어리에 꼼꼼히 공모전 마감일을 적어 내려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 많은 공모전 중에 한군데는 되겠지, 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으며.

끝으로 당선이 되면 소감으로 준비했던 글을 적어볼까 한다. 절대 아부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제 글쓰기의 스승이었던 오마이뉴스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오마이뉴스로 인해 저의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문장을 다루는 법과 글의 구성에 관해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사건과 인물을 보는 관찰력도 길렀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이야기에서 소설이라는 확장된 영역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저처럼 작가를 꿈꾸는 시민기자분들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게 소설을 쓸 수 있는 무한한 용기를 주신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김종광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언젠가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이러한 당선 소감을 적는 날이 올 것이다. 당선 상금으로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님들께 소고기를 사는 날이 분명히 오리라 김칫국부터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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