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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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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4일 오후 8시 50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일단 불발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변창흠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서 보고서 채택 여부를 오는 28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24일 제3차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3일 진행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할지 논의했다. 그러나 여야간 입장 차가 워낙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변창흠 후보자의 여러 설화에도 불구하고 정책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의 도덕성은 물론, 자질도 부족하다며 후보자 사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애, 진선미 향해 "왜 프레임 씌우느냐" 유감 표명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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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4일 오전부터 논평을 통해 변창흠 후보자와 여권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배준영 대변인은 "국민들은 김현미 시즌2를 원하지 않는다"라는 이름의 논평을 내고, "막말에 1아웃, 도덕성을 상실한 행실에서 2아웃,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인식마저 아웃"이라고 꼬집었다. "3아웃이면 길은 하나뿐이지 않는가"라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지명을 철회하라"라고도 요구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청문회가 오히려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여성관과 위헌적이고 위험한 주거철학까지 만천하에 드러났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전날 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현장에서 "여성인 경우에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라고 말했다.

변 후보자의 발언은, 본인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라고 언급한 것을 해명하다가 이같이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은 셈. 변 후보자는 공유주방 등의 공간 설계와 임차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는 취지였으나, 진선미 위원장이 직접 나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라며 유감 표명을 요구할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이 발언에 대해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방어'에 나섰다. 김진애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고, 변 후보자의 전날 발언이 "성인지 감수성과는 관계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되레 "진선미 위원장에게 유감을 표한다"라며 "그것을 왜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얘기하면서 프레임을 씌우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

김진애 의원은 "(과거 여러 발언에 대해 후보자가) 엄청 사과를 했고, 오히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앞으로의 안전사고나 위험에 대한 노동자 보호가 더 철저하게 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할 수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러자 진선미 위원장이 "나는 성인지감수성 표현을 쓴 적이 없다"라며 "후보자가 다른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우려가 있어서 해명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 위원장은 "제가 발언하기 전에 다른 의원들은 문제의식을 느꼈었나?"라며 "그만큼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발언이 오해의 여지가 있을 때 바로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마저 '데스노트'에 변창흠 올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는 모습.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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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창흠 후보자는 정의당의 '데스노트'에도 올라갔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의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정했다"라며 "변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정책이 정의당과 많은 부분 유사하지만 시대적 과제인 노동자 생명인권, 안전에 대한 인식 부재에 동의할 수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종철 대표는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의 문제에 대한 과거의 발언이었고, 전공 분야가 달랐다는 변 후보자의 인식 자체가 오답"이라며 "가장 많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곳이 바로 건설현장이고, 그 현장을 총괄해야 할 사람이 국토교통부 장관"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안전은 생명의 문제"라며 "아무리 좋은 주거정책을 갖고 있다고 해도 '노동자의 잘못이 중대재해의 주요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장관으로서 부적격"이라고 꼬집었다.

변창흠 후보자가 과거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의 책임을 김군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관련 기사: 변창흠, 구의역 김군 향해 "걔만 신경 썼으면 아무일도")은 물론, 그에 대해 본인이 건설 현장에 오래 일하다보니 잘 몰랐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국토교통위원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같은 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청문회 과정과 국민의 뜻을 종합해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과 전문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린 것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난의 시대에 생명과 인권에 대한 인식은 고위공직자 자격심사의 대전제라는 것이 정의당의 확고한 기준"이란 점도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날 국토위 회의에서도 "후보자의 생명·안전에 대한 저급한 인식, 노동 감수성 부족은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정서와 괴리된다"라며 "후보자는 사과했지만 유가족들은 진정한 성찰의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장관으로서 치명적 결격 사유"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국민의힘, 휴전 제안...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 이헌승(오른쪽)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퇴장하고 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 이헌승(오른쪽)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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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과 정의당의 반발에 부딪혀 이날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여야간 목소리가 높아지며 회의가 공전하던 도중, 국회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헌승 의원은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아니냐"라며 "여야가 심각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놓고 국민께 다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여야 간사가 각 당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만나자"라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약 50분 간 정회 후 회의에 복귀했다.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야당 간사 말씀대로 주말 동안 청문보고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병기를 하든 어떻게든 합의 처리할 방법을 모색할 시간을 갖겠다"라고 화답했다. 진선미 위원장은 "28일에는 반드시 전체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서라도 처리할 것을 말씀드린다"라고 산회를 선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 "보고서 채택 연기를 통해 여론의 향방을 보려는 것"이라며 "강행한다면,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 쉽사리 가늠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당의 데스노트에도 오르지 않았나"라며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도에 무거운 추를 달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짚었다.

국회 밖에서도 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변 후보자의 청년노동자, 공공주택 거주자, 여성 등에 대한 언행(에 나타난)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무지한 인식, 노동인권 감수성 결여는 국토부 장관으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이자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국무위원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문제만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도 중요하게 관장하는 자리"인 점을 상기시키며 "국회와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태그:#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변창흠, #인사청문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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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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