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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코로나 팬데믹 시대이다. 여기 군산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이 되었다.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하는 나는 딱히 일상을 망치는 불편함은 많지 않다. 나의 취미 모임들이 모두 취소되긴 했으나 집에서 가만히 독서와 요리와 운동을 더 할 수 있어서 사실 나쁘지는 않다. 고양이들과 같이 지낼 시간이 늘어나서 한편으로는 괜찮다.

백신과 치료제를 고대하며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한다. 수많은 개인들의 코로나 이야기들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전에 누렸던, 인간이 도저히 버릴 수 없는 '편리'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이 있다. '이젠 돌아가면 안 된다',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고 싶다'이다. 개인적으로 이 난리를 치르고도 그 전으로 돌아간다면 인간에게 희망이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환경 정책이 급진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환경 문제에 이렇게 큰 경각심을 갖게 되었을까 싶다. 플라스틱에 몸이 낀 거북이 사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충격이니까. 전 지구인들의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과연 정부, 기업, 전 지구인의 동시 협력이 가능할까?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이 온라인 수업이 다시 시작된다니 너무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러다 언젠가 학교 수업이 다시 시작될 텐데, 그때 굉장히 힘들어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도 했다. 엊그제 들었던, 다른 친구 자녀의 사례와 반대였다. 흥미로웠다. 또 한 친구의 남편은 원치 않는 재택근무가 다시 시작되었단다. 내 친구도 식구들 끼니 마련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도 궁금해졌다. 한 친구는 재택근무야말로 늘 평소에 꿈꾸던 모습이라며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재택근무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사람들이 코로나라 못 돌아다녀서 답답하다는데 자신은 전혀 달라진 게 없을 정도라고 했다. 내 지인들의 인적 인프라로 보았을 때 양쪽 의견이 분분하지만 비대면을 선호하는 비중이 조금 컸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입장에서의 불만과 환영을 토해낸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양쪽 각각의 장단점이 아니라 인간의 내향성과 외향성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존중되며 아름답게 공생하고 있나 하는 것이다.

왜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을 감추려고 할까
 
책 <콰이어트>
 책 <콰이어트>
ⓒ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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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수전 케인(Susan Cain)의 <콰이어트>가 생각이 났다. 우리 안의 내향성과 외향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읽을 수가 있다. 무척 공감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작가는 이 궁금증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던 목소리 큰 산업시대는 막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이제 너무 복잡하여 예민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능력, 바로 조용한 힘이 요구되는 업종이 주목받는 시대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니 지금도 여전히 어느 조직에서고 특히 직장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유리하다. 외향적 성향은 호감형과 동의어이며 '좋은 성격'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내향적인 사람은 "거 답답하구먼, 성격 좀 고쳐"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나조차도 즉각 반응과 싹싹한 후배에게 후한 점수를 주곤 했다. 다시 직장생활을 한다면 이젠 그렇지 않겠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외향적 기질이 거의 없음에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도 존재할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이 두각을 나타내기 유리한 환경은 당연한 것이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우리가 이상한 성격이라 감내해야 하는 거였다. 그 익숙함과 부당함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그렇지만 작가는 말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말도 못 하게 중요하고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고. 내향적인 성격은 이상한 성격도 아니고 사회 부적응자도 아니고 위대한 인간의 하나의 기질인 것이라고 말한다.

괜히 고마웠다.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이기만 한 사람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모든 생물에게는 성격과는 다르게 바꿀 수 없는 각자 타고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안지도 사실 얼마 안된다.
 
외향적인 사람처럼 보이려고 지나치게 애를 쓰니라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하거나 아니면 주변 사람들에게 과소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에 집중할 때, 아마 자신의 에너지가 무한하다고 느낄 것이다.  - <콰이어트>,  266쪽, 수전 케인

내향인들이여, 당당해지시라

책 속에 자신의 성향 테스트가 있다. 재밌다. 꼭 권하고 싶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결과가 나온 친구도 있었다. 나는 당연히 내향적으로 결과가 나왔고 같이 있던 독서 친구들이 모두 뻥친다고 놀렸다. 맞다. 그들이 보는 내 성격은 외향적 맞다. 그들과 만남은 늘 행복했고 주로 내가 앞장서서 왁자지껄했으니까. 회사가 아니니까. 헤어진 후 나 혼자만의 동굴,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회복 환경'으로 들어가 고요하게 충전하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됐을 것이다.

'회사일은 회사에서 직원들이랑 같이 해야 좋은 거지요', '집에서 일하니까 직원 스트레스 없고 업무 효율도 높고 좋아요'. 도돌이표처럼 끝나지 않는 의견을 다루는 기사를 보았다. 나는 어느 쪽이 많다거나 그래서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반드시 절실하지는 않더라도 그 비대면이 삶의 질을 굉장히 향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두 성향이 같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잠깐이나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성향에 따른 근무 형태나 학습 형태란 것은 이제까지 없었다. 성향에 따라 사회를 해체하고 분리하자는 것이 아니다. 두 성향이 존중받고 공생했으면 좋겠다. 또한 환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라는 비대면 형태가 우리 일상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싶다. 내향인들이여, 당당해지시라.

코로나로 인하여 새로 알게 된 소중한 것들이 참 많다. 기업의 관리자 또는 각 조직의 리더들이 이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내일 출근하면 만나는 그대들 조직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겉으로는 어떻게 보이든 내향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비대면, #내향적, #콰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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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두 마리 고양이 집사입니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부모님과 밭농사일을 하고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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