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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상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탈탄소 사회,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늦장 부릴 시간이 없다. 부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지 않길 바라며.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상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탈탄소 사회,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늦장 부릴 시간이 없다. 부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지 않길 바라며.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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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먼저 생각하는 사람', 즉 선지자(先知者)라는 뜻이다. 제우스를 속여 화양목 안에 불씨를 넣어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류 문명이 시작되게 한 구원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반대로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프로메테우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판도라(Pandora)를 아내로 삼아 인류의 불행을 자초 했다.

판도라는 제우스가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만든 최초의 여자인데, 금기를 어기고 온갖 불행을 가두어 둔 상자를 여는 바람에 인류의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모든 재앙이 밖으로 튀어 나왔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특정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기를 뜻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경우 환경 복원이 불가능한 티핑 포인트에 이르게 될 거라고 내다보았다. 여태까지는 지구 평균 기온이 1도가 올랐다.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2030년 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은 '탄소 제로'를 위해 2050 탄소중립국 목표를 세워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인류의 문명과 사회경제시스템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기이다. 이에 EU 등 각 나라와 1200개의 지방정부가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급박한 대응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애플, 구글, 포드,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 항공사 등 세계적 기업들도 10년 안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세계적 투자사들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두고 있고, 특히 유럽은 이른바 '탄소 국경세'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제도·시스템 면에서 상당히 뒤쳐져 있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세계 변화의 흐름을 읽고 앞서 위기를 호소하며 정부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개선을 이루어나가는 '프로메테우스(먼저 생각하는 사람)'가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018년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금융 중단을 유도해 왔으며, 석탄 금융으로 얻은 이익이 금고 시장에서는 불리하도록 시장의 룰(rule)을 설계하고 작동시키는 게 핵심인 '탈석탄 금고' 개념과 정책을 처음으로 제안하여 수조 규모의 흐름을 바꾸어 내었다. 올 10월에는 세계 최초이자 국내 최초로 '석탄금융 백서' 발간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였다.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의 공동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공적금융기관(73개)과 민간금융기관(89개)을 전수조사하여 2009년부터 2020년 6월말까지 12년의 석탄금융 투자 규모를 분석한 의미 있는 보고서이다.

백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및 좌초자산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석탄발전 투자 규모가 급감하고 있으나, 한국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투자 추이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석탄 발전 투자 금액 총 60조원 가운데, 이중 민간 금융기관이 63%, 공적 금융기관이 37%를 차지한다.

국내 석탄발전 프로젝트의 경우는 민간 금융기관이 전체의 73%를 차지하며, 해외 프로젝트는 전체 금액의 92%가 공적 금융기관을 통하여 지원된다. 민간 금융기관 가운데서 삼성생명의 해외 석탄금융 규모가 가장 크며, 모두 해외 석탄발전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했다. 국내 석탄금융은 국민연금, 삼성화재, 삼성생명 순으로 나타났다.

석탄발전 투자를 더 이상 멈추지 않는다면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의 아둔함으로 기후재앙은 앞당겨질 것이다. 올 여름의 유독 길었던 장마, 중국의 홍수, 호주와 샌프란시스코의 대규모 산불 등 이미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상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탈탄소 사회,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늦장 부릴 시간이 없다. 부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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