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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규제 대상인 헬싱키 지역의 한 레스토랑 사진 (출처: Visit Finland)
 영업 규제 대상인 헬싱키 지역의 한 레스토랑 사진 (출처: Visit Fin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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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도 코로나19 2차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지난 9월 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세자리 수에 진입하더니 상황은 악화되어 10월 7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306명을 기록했다. 10월 마지막 한 주간도 신규 확진자 수는 200명 내외로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핀란드 정부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지난 10월 29일 새로운 규제들을 내놓았다(11월 2일 기준 코로나19 총 확진자 1만6400명, 누적 사망자 수 359명)

식당 등 영업시간 규제... 봉쇄는 피해
 
날짜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 추이표 (출처: THL 핀란드 국립보건원)
 날짜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 추이표 (출처: THL 핀란드 국립보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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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적용되는 이 정책은 레스토랑, 카페, 바, 펍, 나이트 클럽 등 식음료 비즈니스 규제가 핵심이다. 술집이나 나이트 클럽은 밤 10시 이후로는 술을 판매할 수 없고, 밤 11시까지 영업을 마쳐야 하며, 수용 인원은 전체 정원의 50%까지만 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는 이보다 좀더 느슨해 정원의 75%까지 허용된다. 전국이 일괄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지역별 최근 확진자 수와 현황에 근거해 상황이 좋지 않은 수도권 지역과 일부 4개의 지역이 더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규제대상인 5개 지역 외에 다른 기타 지역도 자정까지만 술판매가 가능하고 밤 1시까지 영업 마감을 해야 하지만 출입 고객 수의 제한은 없다.

핀란드는 통상적으로 술집은 새벽 2~3시까지, 나이트 클럽은 새벽 4시까지 문을 연다. 법적 효력을 지니는 핀란드 정부의 새 규제는 코로나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로 인해 송년 파티가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업계에 닥칠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핀란드에서는 다른 유럽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시민들의 외출 제한이나 통금 시간, 공공장소의 봉쇄 등의 제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이나 직장은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를 권장하나 초중고, 유치원 등의 교육 기관에서는 등교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취미 활동에도 아직 제한은 없다. 그러나 모든 교육기관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집단 감염 위험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비대면 학습 관련 매뉴얼을 미리 학기 초 학부모들에게 안내한 바 있다.

지난 10월 26일 헬싱키 및 수도권역을 담당하는 HUS종합병원의 수석의사인 마르꾸 마끼야르비씨는 율레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의 가을철 2차 확산의 양상은 주로 20,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지며 확진자 수의 증가에 비해 집중 치료 환자 수나 사망자 수는 올해 봄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고 밝혔다.

또 일일확진자 수가 연중 최고치인 300명을 넘겼던 10월 초 위기 상황이 진정되어 확산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정부가 내놓은 여러 규제들이 앞으로 더욱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300만명이 다운로드, 코로나빌꾸 앱

그동안 핀란드 정부는 코로나 대응 수칙 6가지를 널리 권고해 왔는데, 바로 사회적 거리 유지, 기침은 가리고 하기, 손 위생 철저히, 의심증상시 코로나 검사 받기, 밀접접촉이 많은 대중교통과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코로나빌꾸 모바일앱 이용하기다.

핀란드 국립보건원이 관리하는 코로나빌꾸 모바일 앱은 9월 1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 배포되었다. 이 앱은 정부의 '검사, 추적, 격리와 치료' 전략에 따라 제작되었으며,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한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는 숫자 코드가 발급되며 규정에 따라 감염자는 2주간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앱 사용자 간에는 코드 및 정보가 교환되고 서버에 저장된다. 확정 판정을 받기 전과 후 2미터 내외, 15분간 접촉했던 사람들에게는 코로나19 감염의 잠재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가 뜨면서 코로나 검사 및 대응 가이드라인이 제공된다.

개인 신상정보나 위치정보는 저장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 감염원에 노출되었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또 저장된 정보는 주기적으로 삭제되어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보호된다. 인구 550만의 핀란드에서 감염 확산 고리를 끊기 위해 고안된 코로나빌꾸 모바일 앱은 이미 300만 건 이상 다운받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빌꾸 코로나19 방역 모바일 앱 (출처: THL 핀란드 국립보건원)
 코로나빌꾸 코로나19 방역 모바일 앱 (출처: THL 핀란드 국립보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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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일지라도 생활 속에서 기본 방역 규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핀란드에서 코로나19 2차 확산이 어떻게 발생했을까?

의료 당국 관계자는 확진자 수가 증가한 데에는 철저한 검사도 한 몫 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봄 코로나 검사 역량은 일일 최대 5천 명에 그쳤으나 환절기 감기가 유행하는 가을철에는 최대 2만 명으로 늘어났다. 아주 미미한 증상이나 무증상 감염 의심자도 언제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어 하루 평균 검사 건수도 지난 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나이트 클럽까지 이어진 대학 개강파티

물론 핀란드 전역 학교들이 가을학기 개학을 맞이해 등교수업을 실시함에 따라 코로나 2차 확산은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다. 하지만 늘어난 코로나 검사 역량 이외에 핀란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2차 확산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주요 변곡점을 만드는 데 큰 원인을 제공한 사건들이 두 가지 있었다.

9월 말 헬싱키에서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북서쪽의 해안가 도시 바사에서 주말 3일 동안 확진자가 173명이나 나왔다. 10월 14일 이 지역 의료당국은 이번 사건으로 ­­­검사를 받은 사람 수는 1만8000명이 넘었으며 확진자 수가 7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구가 수도 헬싱키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조용한 작은 소도시에서 같은 시기 인구 대비 감염자 수가 헬싱키의 4배 가까이 치솟았다. 갑자기 집단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다 보니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지역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개강파티가 있었던 바사 대학(출처: 바사 대학)
 지역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된 개강파티가 있었던 바사 대학(출처: 바사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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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9월 초 바사 대학교에서 있었던 개강파티 때문이었다. 교내의 파티는 나이트클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나이트클럽은 운영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고 대학도 연말까지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 각종 지역 모임과 활동도 금지되었다.

10월 중순 핀란드의 공영방송인 율레는 "바사가 코로나 도시로 전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수도권 외에서 이같이 대규모의 확진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지난 9~10월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이 일어난 곳은 바사뿐만이 아니었다. 9월 27일 핀란드 중부에 위치한 유바스큘라라는 도시에서는 100여 명이 참석한 교회 내 종교 집회가 있었는데, 이 행사의 여파로 50여 명의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의심 격리대상자도 700명에 이른다고 10월 12일 율레 공영방송은 보도했다. 

여름 휴가철이 끝난 가을철 핀란드에서 다시 맹위를 떨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핀란드에서는 11월부터 전국적으로 계절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계절 독감과 코로나가 겹치는 트윈데믹을 백신으로 예방하고, 미미한 증상이라도 검사를 받도록 하며, 인파가 몰리는 식음료 서비스 업종에 대한 규제를 통해 확산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 대응 단계인 '코로나19 제 3단계'는 공공장소, 교육기관의 봉쇄나 10인 이상 모임 금지, 영업금지 등의 더 엄격한 제재가 이뤄진다. 이에 따른 경제적인 파급 여파도 커지기 때문에 3단계에 진입하지 않도록 핀란드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그:#핀란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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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에서 중학생, 초등학생 두아이를 낳아 키우며 IITA 국제 통번역협회 인증 통역사, 방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조용한 변방에 위치한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에서 교육, 문화, 사회 분야의 야생 블루베리같은 알찬 소식들을 찾아 고국의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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