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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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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식 양도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하자는 여당 방침에 반발해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곧바로 '달래기'에 나섰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 내년 3월부터 '한 종목을 특수관계인 범위 내에서 3억 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로 판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소액주주 등의 반발이 거세졌고, 급기야 홍 부총리를 해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결국 당정청은 최근 '현행 유지(정부안 유예)' 방침을 정한 채 공식발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홍남기의 폭탄발언 "대주주 요건 유지 반대했는데..." 

그런데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홍 경제부총리는 '대주주 요건을 언제 최종발표하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폭탄발언'으로 답변했다. 그는 "정부로선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공평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한 방침대로 가야한다고 봤다"며 "그러나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최근 글로벌 정세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같이 높아지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일단 현행처럼 1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고위 당정청에서 더 큰 틀 차원에서 10억 원을 유지하기로 해서 현행과 같이 유지될 거라 말씀드릴 수 있다. 이 상황이, 2개월 간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 누군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서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질의를 이어가던 정일영 의원도 살짝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는 "갑자기 부총리 거취문제까지 말해서 놀랍고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코로나19 같이 어려운 시기에 3사분기 1.9% 플러스 성장을 이끌었고 내일부터 예산심의도 있는데... 갑자기... 많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제가 사의표명을 했지만, 내일부터 예결위가 있는데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예산심의에 열정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 직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홍남기 부총리는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부랴부랴 최인호 수석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내고 "(사의표명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에 대해 그동안 소신을 갖고 추진해온 홍남기 부총리의 책임의식의 발로로 이해한다"며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관련 질의에 "국회에 오느라 (대통령의 사표 반려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또 "저는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자가 올 때까진 최선을 다해 직을 수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거듭 '물러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도 당황... '여당 잘못, 기재부 잘못' 책임 공방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처 관계와 대화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처 관계와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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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상황에 여당 기재위원들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두관 의원은 "우리 홍남기 부총리께서 고생을 참 많이 했는데, 이 엄중한 시기에 그런 입장을 말씀하셔서 저도 참 당황스럽고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양경숙 의원은 "고민이 많고,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는 보도가 사실인 듯한데, 그렇다면 더욱 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줄 것을 주문한다"며 홍 부총리를 달랬다.

반면 기동민 의원은 홍 부총리를 향해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라며 "좀더 심각히 말하면 기성 정치인으로서의 행동으로 오해를 줄 수 있는 모습"이라고 각을 세웠다. 또 "555조 예산안이 있고, 부동산 등 민생 문제가 있고, 코로나 방역이 끝나지 않았다"며 "모든 상황을 지휘할 수장 위치에 계신 분이 정책 조율 과정 속에서 본인과 기재부 소신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그런 말씀을 주는 게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인가"라고 질타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저는 홍 부총리의 책임지는 자세가 참 보기 좋다고 생각하고, 발표형식에 대해선 본인도 굉장히 고심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다만 "그게(홍 부총리의 사의표명이) 어떤 소신인지, 자기 주장을 관철 못한 반발인지 이런 평가는 나중에 또 나올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홍 부총리에게 "당정청이 대주주 요건을 10억 원으로 결론 내린 것은 굉장히 비겁한 결정이지 않냐"고 물었다. 이어 "2017년 이 정부 입법으로 국회를 통과시켜 점진적으로 확대되던 사업이었는데, 정책 일관성과 신뢰성 모두 훼손됐다"며 "경제부총리가 오죽하면 예산심의를 앞두고 사직서를 냈나 싶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당정청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의원님처럼 그렇게 비겁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저는 상당 부분 의견을 달리하나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당정청의 큰 틀에서 논의하되 저는 따라야되지 않나 싶다"며 '대주주 요건 현행 유지'가 끝까지 마뜩찮았음을 드러냈다. 

태그:#홍남기, #대주주 요건, #주식 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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