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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수업하는 사람이고, 학생은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온다. 나는 이 당연한 말이 가지는 고마움을 코로나19 온라인 수업 기간 내내 절감했다. 갑작스러운 수업을 하기 위해 나는 영상 제작 및 편집 기술을 배우고, SNS와 전화기를 신체 일부처럼 부리며 출석 체크와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오프라인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지만, 효과는 절반에 그쳤다. 초등학생에게는 규칙적인 학교 생활과 상호작용 및 관계 맺기가 중요한데 그것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가장 힘든 건 학생이었다. 작은 화면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앉아 학습 영상을 보고, 선생님 그리고 친구와 상호교류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몇 달 동안 계속된 온라인 수업에 지칠 법도 하건만, 아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잘 따라왔다. 특히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성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주는 학생의 존재는 내게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고군분투

우리 반 M은 대표적인 지원군이다. 지금껏 단 한 번의 과제도 누락하지 않고, 100% 출석률을 자랑하는 친구다. M은 서버 오류로 예약된 수업 동영상 탑재가 1, 2분 늦어지면 대번에 채팅을 보낸다. 
 
 온라인 수업의 기본 소통도구인 SNS
 온라인 수업의 기본 소통도구인 SNS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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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수업 안 올라와요~"

영상 자막에 오타가 있거나, 사진 해상도가 떨어지는 등 사소한 문제점도 여지없이 잡아낸다. 나는 긍정적인 의미로 매번 M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M으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마디도 듣지 않고 넘어간 날은 왠지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오늘은 6교시인 날인데, 5교시까지 수업 질문과 상담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다.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려나 싶은 찰나, 채팅 알람이 울렸다. 

"소리가 이상하게 들려요."
"으으으으으으으으으"
"이렇게요."

나는 급히 학급 밴드에 접속해 6교시 영상을 재생했다. 문제없이 소리가 나왔다. 혹시나 해 다른 학생에게 물어보니 다들 평소처럼 수업을 듣고 있었다. 

"선생님도 지금 같이 보고 있는데 잘 나오는데."
"목소리가 안 들려요."

수업 원본 영상을 채팅창 파일 전송 기능으로 전달했다. 예전에 모 학생이 동영상 재생에 실패했을 때 이 방식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다. 잠시 후 채팅 알람과 다른 알람 소리가 났다. 문자 메시지였다. 발신자는 M. 첨부 파일에 7초가량 되는 영상이 있었다. 삼각형 재생 버튼을 눌렀다. M의 손이 등장했고, 내가 보내준 원본 영상을 터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M의 제보대로 화면만 나오고 "으으으으으"하는 소리가 고주파음처럼 들렸다. 집에 있는 다른 스마트 기기로 촬영한 것 같았다. 

"전원을 껐다가 다시 한번 해볼래?"
"네. 그래도 안 돼요."
"기다려 봐 다른 사이트에 영상을 탑재해서 링크를 보내줄 테니까."

나는 얼른 유튜브를 띄웠다. 수업 영상을 업로드하고, 링크 주소를 땄다. 유튜브라면 걱정 없었다. 누구나 유튜브 앱이나 브라우저로 접속만 할 수 있으면 영상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 반에 와이파이 설치가 안 된 가정은 없으니 걱정을 접었다. 

"유튜브 링크 보냈어. 수업 잘 들어 ^^"
"저 이 핸드폰으로 유튜브가 안 돼요."

컴퓨터 블루 스크린을 마주한 듯 절망이 눈앞을 덮쳤다. 부모님께서 유튜브 앱을 막아놓으신 건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접속이 불가했다. 

"집에 PC나 노트북 있니?"
"없어요. 6교시 숙제 어떻게 해요? 저 학원 시간도 있어서요."

나는 다급해졌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M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우선 학원에 다녀와. 내가 동영상에서 소리 파일만 따로 추출해서 보내줄게."
   
 온라인 수업 이후 교실에 온갖 장비를 갖추고 사는 선생님들이 늘어났다.
 온라인 수업 이후 교실에 온갖 장비를 갖추고 사는 선생님들이 늘어났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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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 오후 출석 체크를 하고, 과제 올린 걸 봐주는 동안 틈틈이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영상 소리가 안 들려서 음원을 따로 추출하는 건 처음이었다. M의 말에 따르면, 집에 다른 공기계가 있다. 좀 웃기긴 하지만 소리와 영상을 따로 재생해서 시청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딴 애들 같았으면 이번 수업 그냥 넘기면 안 되냐고 제안이 들어올 법도 한데 M은 끝까지 한길을 간다. 열심히 하는 제자를 싫어하는 교사는 없다. 

동영상을 인코더 프로그램에 넣고, 오디오 영역만 추출하여 MP3 파일로 변환했다. 이제 진짜 끝이다, 그렇게 생각했건만 또 걸림돌이 있었다.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밴드에서는 MP3 형식의 파일을 전송할 수 없었다. 채팅으로도 전송이 불가할뿐더러, 게시물의 형태로도 탑재가 불가했다. 음원 저작권 보호와 관련해서 그런 설정이 되어있는 건 아닐까 추측을 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선생님, 오늘 밤까지 할게요."

교사의 존재 이유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정성을 안 쏟을 수 있나. 컴퓨터에 USB를 꽂아 내 스마트폰에 연결하여 파일을 옮겼다. 그리고는 카카오톡을 열어 M을 친구 추가하고 채팅창으로 파일 전송을 시도했다. MP3 전송이 가능했다. 이게 뭐라고,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기쁨도 잠시, 학급 전체 숙제 제출 현황 및 영상 접속 기록을 확인하는데 학습 이탈자가 넷이나 되었다. 심지어 수업 영상을 보지도 않았다. 숙제와 출석을 채근해야만 움직이는 아이들이었다. 그에 비해 M의 성의는 얼마나 가상한가. 한 차시의 수업을 듣기 위하여 성실하고 참된 마음으로 기다리는 M이 고마워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 

온라인 수업 기간 내내 선생님들은 사방에서 욕을 많이 들었다. 당장에 할 일이 쌓여있고, 일일이 부정적인 피드백에 반응하면 신경이 버텨내지 못하니 묵묵히 내일 수업 준비를 한다. 그래도 M 같은 학생들이 있기에, 출근할 맛이 난다. 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살살 달래고, 때로는 혼내며 한 학기를 채워 갈 때 보람을 느낀다. 

미우나 고우나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이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할 때 가장 재밌고 신난다. 전쟁 중에도 천막 학교를 차리고, 아프리카 오지에서 바닥에 돌멩이로 문자를 써 가며 수업이 가능한 것도 여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적성에만 맞는다면 교사는 꽤 행복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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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입니다. 교육, 그림책, 육아, 일상 주제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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