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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석간과 28일 조간 일본 신문에 일본계 흑인 오사카 나오미 선수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오사카 나오미 선수는 뉴욕에서 열리는 웨스턴 서던 오픈(Western & Southern Open) 시합에 참가해 4강에 진출했습니다.
 
           아사히 신문 28일 아침신문 머릿기사에 나온 오사카 나오미 선수입니다.
  아사히 신문 28일 아침신문 머릿기사에 나온 오사카 나오미 선수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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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시합 기권을 선언했습니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에 맞은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하지만 28일 1시(일본 현지시각), 주최 측이 선수를 석득해 모든 시합을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하자 오사카 나오미 선수는 나머지 시합에 참여하기로 기권을 번복했다고 합니다.

나오미 선수의 기권 소식이 처음 알려지자 일본 신문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인들의 인권 의식이나 흑인들이 겪고 있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흑인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 모든 사람은 인종이나 지역이나 장애 여부에 관계 없이 차별받아선 안되니까요.

나오미 선수 기사를 1면에 실은 <아사히 신문>은 31면에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발생한 조선인 학살 관련 도쿄도의 기사도 실었습니다. 당시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선 사람 6000여 명이 학살됐습니다. 도쿄도 구로다구 요코아미초(横網町)공원에는 관동조선인희생자 추도비가 있습니다.

해마다 9월 1일, 관동조선인 희생자 추모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최근 추도비에 쓰인 조선인 희생자 6000여 명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또한 추모행사가 열리는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추도 반대 단체가 '맞불 집회'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오사카 나오미 선수의 기권 선언은 미국 사회에서 같은 흑인으로서 겪는 사회적 아픔과 스포츠 선수로서 시합의 열정 사이의 고민이 엿보이는 아픈 결정이었습니다. 사람은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일은 사회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이지매'(집단 따돌림)이나 외국인 차별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지금도 새로운 형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감염자나 감염자가 나온 학교나 병원 관계자들의 가족들을 따돌리기도 합니다.

이번 오사카 나오미 선수의 시합 기권 선언이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집단 따돌림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28일 아침 아사히 신문에 실린 관동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관련 기사입니다.
  28일 아침 아사히 신문에 실린 관동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관련 기사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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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2020.8.28 아사히(朝日)신문.

덧붙이는 글 | 박현국 시민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오사카 나오미 선수, #집단 따돌림, #흑인 총격, #미국,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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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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