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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초부터 방학 시즌에는 청년취업 아카데미에서 취업 멘토링을 하고 있다. 주로 대학 4학년생을 비롯한 취업준비생들의 취업 준비를 돕는 역할이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모교 학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오랜만에 방문한 학교는 코로나와 방학이 겹쳐서인지 조용했다. 먼저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잰 후에 강의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8월 17일, 임시 공휴일이지만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취업준비생 아홉 명을 만났다.

광복절 집회, 더 커진 불안감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요즘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갔다. 확실히 작년까지 만났던 다른 학생들과 달리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토로했다.

특히 지난 광복절 집회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순간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얘기를 들어보니 금방 이해가 되었다.

학생들은 이미 코로나로 인해 1학기 수업은 물론이고 토익이나 각종 자격증 시험들이 연기되면서 계획했던 취업 준비 일정에 큰 차질을 겪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다시 계획을 짜고 취업 준비에 매진했다.

하지만 지난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코 앞에 닥친 영어와 자격증 시험 일정이 연기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는 당일까지 페이스와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일정이 갑자기 미뤄지면 이 모든 것이 틀어지게 된다. 실제로 몇몇 학생들은 지난 봄에 기사 자격증 시험이 1주일 전 갑자기 연기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일부 변경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신입 채용은 여름 방학 이후 가을 쯤 많이 진행한다. 그런데 어학이나 자격증 시험이 연기되면 어떤 학생들은 기간 안에 필요한 점수와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은 지원조차 해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 학생은 이번 집회로 인해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코로나로 인한 학교 수업의 차질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들이 겪을 이런 실질적인 피해와 스트레스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의 불안감은 생각 이상이었다.

내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

예전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 확산 기사에는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그 중에서도 '부모들은 혹시라도 자녀 세대에게 피해가 갈까봐 거리두기를 지킨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벽히 반대가 된 거 같다.

집회를 주관한 장본인은 코로나에 걸려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덕분에 청년들은 더 큰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사회 안에서 한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 상황 하에서는 그 영향력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지금은 내가 취하는 행동이 매우 직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태그:#멘토링, #취업준비, #코로나, #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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