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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습관은 참 무섭다. 사고체계와 근육에 박힌 경로의존성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물든 습관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떤 기준에서든 좋은 습관은 일찍 가져야 하고, 나쁜 습관은 멀리해야 하는 것이 삶의 기본으로 여겨진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습관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새삼 잘 갖춰진 습관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 건 같이 동거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 자식이 건강한 사고방식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양식을 갖추길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아이들의 독서, 인사, 식사예절, 질서 지키기 등에 많은 부모가 신경을 쓴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가졌으면 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 때가 많다. 왜 우리 둘째는 식사시간에 그렇게 사방을 돌아다녀야 할까.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자연스럽게 체득되기 어려운 습관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별로 말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해질 습관을 최근 발견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수요일에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한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 아이들은 (거의) 매주 아빠가 두툼한 봉투와 종이 상자를 들고 웃음기 없는 얼굴로 밖을 나가니 궁금했을 것이다.

조금 크고 나서 어쩌다가 같이 가겠다고 하고, 간단한 종이 버리기는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집에서 과자를 먹고, 음료수를 마신 후에도 종량제 봉투에 버릴 것과 재활용할 것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이제 요거트 병을 감싼 비닐 재질도 분리하기까지 수준이 높아졌다. 이렇게 아이들은 금방 배우고, 적응한다.

정치를 꿈꾼 사람이 왜 <쓰레기책>을?
 
 <쓰레기책> 겉표지.
 <쓰레기책> 겉표지.
ⓒ 오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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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좀 더 커서 글을 잘 읽고 어려운 문장도 이해할 수준이 되면 꼭 권하고 싶은 책을 접하게 됐다. 정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이동학 작가의 <쓰레기책>이다.

개인적 관심으로 그가 정당 활동을 하고, 지구촌장을 표방면서 세계일주를 하는 과정을 SNS를 통해 지켜보았지만, 정치를 꿈꾸는 그가 환경 분야의 책을 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곳곳을 돌며 몸소 느낀 환경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일 테다.

이 작가는 2017년 8월부터 작년 12월까지 61개국, 157개 도시를 방문했다. 보통 생각하는 배낭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궁상맞을 정도로 놀고, 쉬고, 즐기는 최소화한 듯 보인다. 각 나라의 전직 장관, 정치인,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만나 대화하고, 비전을 나눴다.

철저하게 우리나라가 처한 정책문제에 천착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해결책을 같이 고민했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절실했는지,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 고민과 노력의 첫 번째 산물이 <쓰레기책>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전해주는 여러 나라의 상황과 만남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를 주지만,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지구가 처한 환경위기를 생각하면 공포와 두려움이 찾아온다. 지금 우리가 처한 쓰레기 문제와 기후변화가 잘 설계된 교육과 사람들의 습관 변화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금 당장 성장과 소비의 속도를 늦추고, 세계 모든 나라가 협력하여 동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다는 자명한 사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문제는 심각한데 이를 해결할 정치는 절박하지 않은 우울한 현실이 안타깝다.

아이들의 미래를 어른 세대가 파괴하고 있다
 

책을 덮고,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니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하던 중국도 유가 하락과 시장 변화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분리수거 제대로 하라고 당부한다. 쓰레기 대란이 상시 대기 중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아이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좋은 습관을 갖게 될 거라고 흐뭇해 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스웨덴의 2003년생 그레타 툰베리로 대표되는 미래세대 아이들은 어른 세대를 향해 하루빨리 방향을 바꿔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질 위험은 현실이 될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어떠한 인간의 노력으로도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기온 상승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계 곳곳에서 홍수와 폭염, 극지방의 고온 현상 등 기상이변이 일상화 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지도에서 사라질 섬나라가 늘어날 것이고, 해안가의 도시들은 물에 잠길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과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점점 줄어든다.

이 작가는 쓰레기 문제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책을 들고 부지런히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민간연구소에 '쓰레기센터'도 개설했다. 본격적으로 환경문제에 대응할 실천적인 해법을 시민과 함께 찾고, 정책으로 제안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는 시민사회의 힘으로만 맞서기에는 현재 너무 거대하다.

정부와 정치권의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정책과 예산의 방향을 급격하게 바꿔야 어느 정도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쓰레기책>이 대중을 위한 교양서적의 영역을 넘어 정책 제안서로서 기능해야 하는 이유다.

쓰레기책 -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

이동학 (지은이), 오도스(odo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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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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