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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사명입니다.
▲ 사회복지사 선서 전문 사회복지사의 사명입니다.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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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용인으로부터 받은 폭력(협박, 신체 위협 등) 경험이 참 많다. 최근 민원인의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있었다. 코로나로 기관 휴관이 장기화하면서 민원인이 많지 않아서였을까?
  
도시락 배분으로 생긴 마찰

사회복지관은 6월 22일부터 단계적 개관을 하고 있으며, 10인 이하의 작은 프로그램과 경로식당(무료급식)을 대신해 주 5일 310개 도시락을 배분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경로식당에서 삼계탕 나눔을 진행했는데, 주민 한 분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집에서 못 나온 분 것까지 가져가고 싶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는 1시간 이상 기다리고도 못 드시는 분들이 있었다. 우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주민센터 노인도시락으로 드실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후 노인도시락 관련 시스템을 알아봐 요청해 대기자 30세대를 추가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도시락 배분으로 인한 주민과의 마찰은 이뿐만이 아니다. 식수인원은 많은데 도시락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조금으로 280개 분량을 구입하고 나머지 30개는 복지관이 후원을 받아 감당하고 있다. 요즘은 장마라 비 오는 날은 몸이 불편한 분들이 못 나오는 날도 많아 평균 이용자를 중심으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못 받는 분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질병관리본부도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 하니, 철저하게 방역과 환기를 하면서 빨리 경로식당 문을 열고 싶다.
  
1박 2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직원으로부터 이틀 동안 있었던 민원을 보고 받았다. 장마 때문일까? 이틀 동안 음주 후 전화 또는 방문 민원이 다섯 건 정도가 되었다. 전화로, 방문으로 언어적인 폭력과 위협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합리적인 민원이면 해결해 드리겠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우리에게 표출하는  건 견딜 수 없다.

우리는 휴지통이 아닌데, 그들은 우리에게 '감정 쓰레기'를 쏟아낸다.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느낀 경제적 결핍과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을 우리에게 표출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보인다. 그 마음을 알기에 모두 들어드리고 싶지만, 드러나는 폭력성을 온전히 감내하기란 몹시 어렵다. 직원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건은 경찰을 부른다. 그러나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언어폭력과 위협은 온전히 몸으로 감내해야 한다.
    
언어폭력에 노출된 사회복지사
   
점심시간 휴게실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밖에서 큰소리가 났다. 나가 보니 낮 12시에 출근해 사무실을 지키던 행정도우미 선생님과 남자 두 분이 계셨다. 그분은 가끔 기관을 방문해 큰 소리로 말하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분이었다. 무조건 관장과의 대화를 원했고,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분은 끼어들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직원을 향해 쏘아붙였다. 나는 그분에게 '어르신 밖에서 이야기하자',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며 휴게실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그분은 휴게실로 가는 도중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뭐라고 하셨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랄까? 제압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섭기는 매한가지다.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은 관장님을 만나고 나서야 돌아갔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직원을 찾기에 '점심시간이라 안 계시니 기다리시거나 나중에 오셔야 한다'고 말했단다. 그분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기에, 앉을 자리도 없고 해서 로비 응접탁자에서 기다리시면 에어컨을 틀어드리고 차도 한잔 드리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내가 여기서 기다리겠다는데 밖에서 기다리라는 거냐? 싹수도 없게 말한다'며 화를 냈다고 했다. 끝내 선생님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이용자로부터 겪는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의 폭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최고중간관리자로 직원들의 위험 노출에 대한 대응을 생각하게 됐다.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법 교육도 진행하고, 응급벨 설치와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케어할 상담도 연계해야 한다.
   
전북사회복지사협회 발간 매뉴얼
▲ 사회복지종사자의 안전과 인권보장을 위한 위기대응매뉴얼 전북사회복지사협회 발간 매뉴얼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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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019년부터 사랑의 열매 지원으로 사회복지사를 위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를 실시하는 전북사회복지사협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특히 위기대응구축기관 지원사업에 신청하여 교육비와 위기대응 물품구입비를 지원받은 만큼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사회복지현장 위기대응센터가 프로젝트 사업으로 종료되지 말고 지속적으로 유지됐으면 한다. 실효성 있는 활동을 통해 모든 사회복지 현장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지 않고 사명감으로 지킬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 종사자들의 안전도 지켰으면 좋겠다.

태그:#사회복지종사자안전, #위기대응, #인권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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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서로의 약함을 채우며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는 사회복지사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과 사회복지 활동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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