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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무주군), 경북(금릉군) 도(道) 경계와 접한 충북 영동군은 소백산맥 끝자락에 자리한 아름다운 고장으로 알려졌다. 1박 2일(13~14일) 일정으로 영동군 용화면의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전북 무주군의 '전북제사 1970 뽕다방',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자리한 '옥계폭포' 등을 다녀왔다.

[관련 기사 : 하늘은 잿빛, 이 풍경 보니 눈이 맑아지네]
 
 자연의 오케스트라 펼쳐지는 사방계곡
 자연의 오케스트라 펼쳐지는 사방계곡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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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14일)은 오전 6시에 눈떴다. 전날 늦게 잠들었음에도 컨디션은 최상이다. 창밖을 보니 날이 희끄무레하게 밝아오기 시작한다. 고지대의 심산유곡이라 그런지 오싹 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비는 계속 신나게 내린다. 나뭇잎 때리는 빗소리가 경쾌한 음률로 다가온다. 자연이 들려주는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면서 한참 뒤척이다가 일어나 샤워했다.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은 생체리듬이 가장 활발해진다는 해발 700m 고지대에 자리한다. 이곳은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는 지역으로 인간의 생활과 동식물 생육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 한다. 인간의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 증가로 평소보다 한두 시간 모자라게 잠을 자도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피로가 빨리 회복된단다.

숙소에 딸린 자그만 베란다로 나갔다. 숲 사이로 피어오르는 운무에 흠뻑 빠진다. 빗줄기가 갑자기 약해진다. 밖으로 나가니 풀잎들이 함초롬하게 젖어 있다. 풀잎에 맺힌 물방울이 반짝이는 별처럼 영롱하다. 휴양림을 감싸듯 굽이도는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다. 울창한 숲과 바위가 어우러지는 계곡에서 낭자하게 들려오는 새소리가 만가지 상념을 가시게 한다.

아침밥은 라면과 토스트로 대신했다. 집에서 먹을 때보다 면발이 더 졸깃하고 국물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물소리, 새소리, 빗소리까지 자연에 파묻혀 먹는 라면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식사 후 일행들과 일정을 상의했다. 처음 계획은 오전에 가벼운 등산하기로 했으나 비로 취소됐다. 그렇다고 일찍 헤어지기 아쉬워 옥계폭포 돌아보기로 했다.
 
 폐교된 초등학교 입구의 목장승과 돌탑
 폐교된 초등학교 입구의 목장승과 돌탑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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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줄기를 토해내는 사방계곡을 뒤로하고 옥계폭포로 방향을 잡는다. 폐교된 초등학교 앞에서 잠시 멈춘다. 누군가가 소원을 빌며 쌓아놓은 것으로 보이는 돌탑과 마을 지킴이인 목장승이 객들을 맞이한다. 몇 해 전까지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산자락을 울렸다는 폐교 건물. 개·보수 공사 끝나면 '힐링문화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란다.

운동장 주변에 토끼풀이 지천이다. 한 일행이 행운을 상징하는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무주에 있는 '뽕다방(뽕카페)'에 들러 커피 사겠다고 제안한다. 뽕다방은 잠사공장 폐건물을 빈티지한 분위기로 리모델링한 카페인데 낭만이 넘친다는 것. 계획을 바꿔 전북 무주군 설천면 오산리에 있는 '전북제사 1970 뽕다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폐쇄된 공장 건물 활용한 이색카페 뽕다방
 
 무주의 핫플레이스 ‘뽕다방’
 무주의 핫플레이스 ‘뽕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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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달려 무주의 핫플레이스 '뽕다방'에 도착했다. 70년대에 창업한 전북제사(잠사공장) 폐건물을 인스타 감성 충만한 카페와 서바이벌 게임장(데프콘)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색적인 문화복합 공간으로, 입구에서부터 추억여행을 떠나게 한다. 녹슨 철제문을 비롯해 잡초가 무성한 수위실, 황색 공중전화기 등이 60~7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이용희 데프콘 대표 안내로 카페와 게임장 돌아봤다. 이 대표는 "이곳은 충북·전북도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남대천을 끼고 있으며, 70~80년대 무주지역 양잠 산업의 중심지였다"며 "뽕은 뽕나무(뽕잎)의 준말이고, 제사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과정을 말하며, 고치를 생산하기 위해 뽕나무를 길러 누에를 치는 일을 양잠이라 한다"고 설명한다.
 
 메뉴에서도 센스 느껴지는 뽕다방 내부
 메뉴에서도 센스 느껴지는 뽕다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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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사장실과 회의실
 휴식공간으로 거듭난 사장실과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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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지 1만800평에 건평 4천700평으로 전체가 누에 짜는 공장이었습니다. 20년 동안 버려졌던 폐건물을 카페와 데프콘으로 리모델링했죠. 창고에 있던 기계들은 모두 팔아치우고 지금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기계들이 있었더라면 완전히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을 텐데... 옛것이 얼마나 귀중한지 모르고 모두 팔아버렸죠.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습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사용하던 사물함과 서류들을 보여주며 "전북잠사는 회사가 호황일 때 직원이 800명에 이르렀다. 직원 모집 공고가 나가면 취직하려는 젊은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고 한다. 지금의 카페는 전북제사 사무실 자리였다. 벽 뒤에 있던 사장실과 회의실은 손님들이 차 마시며 담소 나누는 휴식공간으로 꾸몄다"고 덧붙인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폐건물들. 이곳에서 공포체험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도 여러 편 찍었다고 한다. 위안부라는 민감한 소재를 드라마, 코미디 장르로 잘 그려냈다고 평가받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와 설현, 이민호, 김래원 등이 출연했던 액션드라마 <강남 1970>을 여기에서 촬영했는데, 이민호가 한참 잘 나갈 때 그가 온다니까 그의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고 한다.
   
 손때 묻은 사무용품 가득한 서바이벌 게임장
 손때 묻은 사무용품 가득한 서바이벌 게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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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변신한 창고건물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변신한 창고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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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조명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빈티지한 소품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장이 가동할 때 사용하던 서류함과 쇠창살, 시멘트 바닥 등이 옛 모습 그대로다. 직원들이 월부로 구매했을 독수리표 스테레오 오디오, 방송국에서 사용하던 카메라와 녹음기, 제니스 라디오 등 레트로 감성 깨우는 소품들이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직원들 숙소와 세면실, 목욕탕(욕조), 재래식 화장실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전북제사직장민방위대'가 새겨진 목판과 '에너지는 국력이다, 아껴 써서 애국하자!' '안되면 되게하자!' 등의 표어가 70년대 유물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누렇게 변한 각종 영수증, 녹슨 캐비넷, 손때 묻은 필기도구, 고물 전화기와 타자기 등도 옛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겨울에도 장관 볼 수 있다는 영동군 옥계폭포
 
 옥계폭포 입구에서 바라본 폭포수
 옥계폭포 입구에서 바라본 폭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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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쯤 옥계폭포로 이동했다. 전북 무주군에서 다시 충북 영동군으로 진입, 30분쯤 달려 옥계폭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가 우거진 숲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폭포도 아름답지만 오랜 세월에 깎여나간 바위와 가파른 절벽 등이 계곡물과 어우러지는 풍광이 일품이다.

옥계폭포는 영동군 월이산(月伊山: 555.4m) 주봉과 서쪽 봉우리에서 내달리는 산등성이 아래 자리한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밑자락으로, 왕산악(고구려), 우륵(신라)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난계 박연(1378~1458) 선생이 피리를 자주 불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박연폭포'로 불리기도 한단다. 이곳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 설명을 들어본다.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지는 옥계폭포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지는 옥계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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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은 난계 박연(朴堧) 선생이 태어난 곳이죠. 어렸을 때부터 여기에 자주 놀러 왔고, 낙향해서도 이곳에서 피리를 즐겨 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폭포 주변에 '난'이 참 많았다고 해요. 박연 선생이 바위틈 사이에 핀 난의 향과 아름다운 자태에 매료돼 자신의 호를 '난초 蘭' '시내 溪'를 써서 '난계'라 했다고 전합니다.

폭포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잖아요. 예로부터 풍광이 아름다워 전국의 시인 묵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폭포 높이가 20m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는 30m쯤 됩니다. 그리고 월이산은 충북 영동군 심천면과 옥천군 이온면에 걸쳐 있으며 우리말로 '달이산'이라고 하죠. 달이 처음 떠오르는 산이라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해설사에 따르면 옥계폭포에는 옛날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잉태를 원하는 사람이 음기를 듬뿍 받아 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도 소원을 비는 이들을 종종 본단다. 우리나라 폭포에는 음과 양이 있는데, 옥계폭포는 음의 기운이 강한 '음폭'이라는 것. 폭포 웅덩이 앞에 놓인 바위(양바위)에도 관련 설화가 담겨 있단다.

"보셨듯이 폭포 아래에 커다란 바위가 있죠. '양바위'라고 하는데요. 어느 날 주민들이 경관을 헤친다고 치워버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마을 남자들만 객사하거나 아파서 죽는 거예요. 비명횡사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양바위를 옮겨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 청년들이 주변에 있는 다른 바위를 옮겨놓았고, 그 후 마을이 평온해졌다고 합니다. 설화이지만 음양의 조화, 즉 자연의 이치를 깨우쳐주는 지침서 같은 내용이죠."

해설사는 "폭포수 근원지가 짧아 날이 가물면 수량이 적어진다. 대신 그때는 아름답고 신비 가득한 폭포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뒤로 물이 흘러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사계절 내내 오셔야 한다"면서 "월이산 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금강 상류 풍광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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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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