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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립스틱 그리고 입술 화장.
 립스틱 그리고 입술 화장.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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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짙게 바르고'라는 유행가가 있었다. 바야흐로 성형과 화장의 시대, 여학생들의 로망 중 하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성형을 하는 것일 정도다. 

아직 나이 어린 중학생들조차 화장품 지갑을 들고 다닌다. 등교할 때마다 학생부 선생님들과 교문에서 옥신각신한다. 꾀가 많은 아이는 화장품을 들고 다니면서 교내에서는 삼가다가, 교문 밖을 나설 때 '짜잔~' 컬러풀한 화장으로 변신을 하기도 한다. 부모님도 어쩌지 못해서 자녀들에게 학교에서만은 하지 말라고 타이르기도 한다. 

화장의 포인트는 입술이다. 화장을 하나도 하지 않은 얼굴에서 립스틱만 발라도 얼굴 전체 화장을 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입술 화장은 단연코 화장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립스틱 대신 '틴트'라는 묽은 립스틱 같은 끈적한 액체로 입술 화장을 한다. 

코로나19 시대, 학교에서 생긴 여러 가지 변화 중의 하나가 등교하는 학생들과 화장 씨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짧은 교복 치마는 여전히 지적 대상이 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마스크를 쓰면서도 습관대로 립스틱을 바르기도 했지만, 마스크에 묻어나는 립스틱 자국이 보기 흉하여 차츰 입술 화장을 안 하게 되었다. 립스틱으로부터의 해방은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여성들, 특히 내겐 큰 해방감을 줬다. 

마스크 쓰면서 온 변화, 립스틱 화장을 더는 안 하게 됐다

다른 부위에 하는 화장은 그래도 입안으로 화장품이 들어가진 않는다. 그러나 입술 화장은  출근할 때 바르고 나가면 차를 마시거나 말을 하면서 대부분을 자신이 먹을 수밖에 없다. 컵의 물을 마시고 나면 남는 립스틱 자국은 얼마나 보기 싫었던가? 설거지나 식기세척기를 돌릴 때도 신경 써서 하지 않으면 자국이 일부 남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밀착력이 아주 우수하다. 

게다가 입술 화장은 다른 화장과는 달리 식사를 다 마치거나 이를 닦고 나면 그때 해야 하므로 많은 여성이 다른 화장품은 지니고 다니지 않아도 립스틱만은 꼭 지참하고 다닌다. 누구든 입술 화장을 빠뜨리고 밖에 나갔다가, 상대방에게 '어디 아프냐'고 들은 경험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립스틱을 갖고 다니다가 뚜껑이 벗겨져서 가방 속에서 짓이겨진 일도 있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집과 직장에 한 개씩 두기도 한다. 그러면 사용 기간은 더욱더 길어져서 바를 때마다 찜찜한 기분을 떨치기가 힘들다.

립스틱을 여자들은 대부분 1년 이상 쓴다. 나 같은 경우엔 2년 넘게 쓸 때가 많다. 그런데도 실온에서 전혀 상하거나 썩지 않는다. 몇 년간 상온에서 썩지 않는 립스틱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성분으로 만들어졌을 리가 없어 보인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성분이 포함돼 만들어진 화장품을 대부분 여성이 하루에 한 번 이상 거의 평생 먹고사는 것이다.

그 대가로 입술 화장을 자주, 그리고 진하게 오랜 기간 한 사람들은 입술 색깔이 대부분 없어져서 창백하게 돼 버린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입술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 본래의 입술 색을 나이가 들어서도 보존하는 편이다.

화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입술 화장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입술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녀보기도 했다. 그리 건강한 낯빛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입술을 바르지 않으면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는다. "어디 아파요?" 직장생활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하지 않게 보이는 것도 큰 흉거리라서 출근할 때 한 번은 입술 화장을 하곤 했다.

입술 화장 안 해도 되는 해방감, 느껴본 사람은 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해방되기 힘들었던 입술 화장을 코로나19가 해결해줬다. 마스크를 쓰니 입이 보이지 않아서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식사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긴 하지만,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립스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지적할 것도 없다. 립스틱으로부터의 해방이 얼마나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해주는지 모른다. 

물을 마셔도 컵에 자국이 남지 않는다. 특히 일회용 종이컵으로 마시고 난 후에 남는 그 자국은 스스로도 민망하고 불결하게 보인 적이 많았다. 점심을 먹고 난 다음 거울을 보면 사라져버린 연지 자국을 보면서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곤 하던 찜찜함도 더는 없다. 

립스틱으로부터의 해방뿐 아니라, 만나는 얼굴들에서 화장기가 옅어짐을 느낀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는 마스크로 인해 화장하는 의의가 반감되기 때문인 모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구는 공해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서 지구 건강을 회복하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점점 짙어져만 가던 여성들의 화장, 건강까지 위협하는 화장품과 성형의 범람도 이번 기회에 올바른 균형감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화장기 없는 '생얼'이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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