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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한 줄로 가야지."

아무 반응이 없다. 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 번 말해도 소용이 없다. 자기를 가리키는지 몰라서 그러나 싶어 다시 말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목소리에 짜증이 들어간다.

"얘야, 한 줄로 가라니까."

그제야 날 쳐다본다. 그뿐이다. 쳐다본 것으로 보아 분명 자기 자신인 줄 알았을 텐데 어찌 저러나 싶다. 6월 8일 첫등교할 때부터, 아침부터, 그리고 쉬는 시간에 수없이 봐서 날 모를 일은 없을 텐데... 대놓고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 화가 났다.

"얘야, 이리 와봐라."

역시 반응이 없다. 몇 번을 부르고, 무시하고 하다 내 앞으로 온 아이는 양 허리에 팔을 올리고 섰다. 눈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완전히 싸우자는 자세다. 어이가 없었다. 아이의 얼굴을 유심히 보니 반항기로 가득하다. '왜 이러지' 싶다. 한 줄로 서서 가라는 것이 이 정도로 반항할 거리인가?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한 아이를 보며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또 한 번 크게 쉬고 아이를 다시 보니 분노와 함께 울음이 느껴졌다. 어쩜 나한테 화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난 화가 나에게 터진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조심스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사실 짜증을 다 숨기지는 못한 것 같다. 이름을 묻고 한 줄로 가야 하는 이유를 차근히 설명했다. 아이는 여전히 딴 데 보며 들었지만 그래도 허리춤에 올렸던 양팔은 내렸다. 인사도 없이 건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아이의 화가 또 다른 화를 불러오지 않기를 바랐다.

좁은 복도에 사물함을 가운데 두다 보니 위험했다. 자연스럽게 한 줄 통행을 유도한다고 한 것이지만 아이들은 수시로 뛰어다녔고 좁은 통로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했다. 수업 시간 통제된 아이들이 풀려나는 쉬는 시간, 아이들이 혹시 다치지 않을까?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신체접촉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1학년이라 더 걱정되었다. 수시로 순찰을 돌아야 했다.

"얘야, 참 어이가 없다. 신체접촉을 하지 말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는데 팔씨름을 하다니..."
"죄송합니다."


교실에서 팔씨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혼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친구끼리 팔씨름하고, 학교에서 나눠준 소독제 통에 물을 담아 물총 싸움을 하는 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모습 아닌가 싶었다. 나 같아도 아무리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코로나19가 위험하다고, 그러다가 감염된다고 해도 눈앞에 있는 친구와 즐겁게 노는 것을 억누르기 힘들 것 같았다. 중학교 1학년에게 너무 지키기 힘든 것을 강요하는 것만 같았다.

"마스크 벗고 말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니?"

내 고함에 똥그란 눈들이 꽂혔다. 아크릴판을 사이에 두고 옆자리와 앞자리를 띄운 채 선생님이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아 겨우 마스크를 벗은 아이들은 말 그대로 밥만 먹어야 했다. 그러나 '답답한 굴레'를 벗은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떠들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은 상태에선 말하면 혹시 모를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몇 번 말해도 아이들의 소란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나는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난데없는 고함 소리에 아이들은 금방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식판만 보고 밥을 먹는 모습은 견디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미안했다. 식당을 나가는 떠든 아이들을 불러 소리 질러 미안하다고 했다.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니 좀만 참자고 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여준다. 고마운 아이들이다.

6월 3일 3학년 등교 때는 학교나 아이들 모두 엄청난 긴장을 해서인지 아님 한 살이라도 많은 고학년이어서인지 소리 지를 일이 별로 없었는데, 6월 10일 2학년, 6월 15일 1학년이 순차적으로 등교할수록 고함을 치고 "몇 번 말하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도 선생님 원망하지 않고 순순히 따라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수도권 학교 1/3 이하 등교 지침에 따라 1학년들은 3주 후 등교한다. 개학해서 5일 다니고 또 14일을 못 나오고 원격 수업을 들어야 한다. 참 힘들겠다 싶다. 가혹하다 싶기도 하다.

다음 1학년이 등교할 때쯤이면 코로나19가 빨리 끝나 아무 거리낌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하여, 서로 팔씨름하고, 왁자지껄 큰소리로 떠들며 밥을 먹고, 선생님들 눈을 피해 물총 싸움을 하는 즐거운 중학 생활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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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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