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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청사 전경(자료사진)
 대전시청사 전경(자료사진)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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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성인지정책담당관'을 없애고, '여성가족국'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예고하자 대전지역 여성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여성을 복지와 돌봄의 주체로 한정하는 '성인지 정책 패러다임' 이전의 여성정책으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대전시는 지난 12일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시민 참여와 지원 업무를 일원화하고 여성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지역현안에 대한 행정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행정기구 및 정원을 조정하려는 것이라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그 주요내용은 '공동체지원국'을 '시민공동체국'으로 하고, '여성가족국'을 신설, 여성관련 사무를 새롭게 분장하며, '기획조정실' 및 '자치분권국'의 일부 사무를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신설된 여성가족국에서는 ▲ 여성 및 성인지정책 ▲ 청년정책 ▲ 교육협력 및 평생교육 ▲ 청소년 정책 ▲ 아동복지 및 영유아복지 증진에 관한 정책 ▲ 가족복지 증진 정책 등을 담당하게 된다. 대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이러한 조직개편에 대한 단체나 시민 개인의 의견을 듣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전지역 여성계는 대전시의 성평등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여성을 복지와 돌봄의 주체로 한정... 퇴행적 조직개편"

대전여민회·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등 대전지역 7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여성폭력방지상담소·시설협의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성인지정책담당관 폐지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며 대전시 조직개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해 3월 기획조정실 내 성인지정책담당관을 임명한 지 불과 1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서 여성가족국으로의 전환하겠다는 대전시의 계획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대전시는 조례 개정 사유를 '여성정책의 체계적 추진'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여성정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인지정책담당관 신설은 여성정책이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자리하고 있던 수준에서 벗어나, 성평등 추진기반을 정비하고, 정책조정기구로서 경제, 과학, 도시재생, 교육 등 모든 정책에 젠더관점을 통합·조정 ·총괄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그런데 그런 필요가 불과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놀랍게도 그 사이 성주류화 전략이 행정기구 내 실질적 제도화가 완성된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이들은 또 '여성가족국 신설'이 성평등 정책을 직접적으로 관장하는 행정부서가 생겨 사업 동력을 얻을 수는 있는 '순기능'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애초에 여성 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체계로는 실질적인 대전시 성주류화 추진전략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성인지정책담당관'을 둔 것이고, '성별영향평가 및 성인지예산제도'가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획조정실에 성인지정책담당관을 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취지는 사라져 버렸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신설되는 여성가족국의 사무 분장에 대해서도 "여성과 성인지정책에 관한 사항 이외에 청년, 청소년, 아동 영유아 복지, 가족복지, 평생교육 등을 포함시켰다"며 "열거한 세대별 정책과 복지 정책이 필요하고 중요한 현안임을 인정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여성을 복지와 돌봄의 주체로 한정하고, 성역할과 성차별을 묵인해 온 '성인지정책 패러다임' 이전의 여성정책으로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여성가족국'이 한시적 기구로 신설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대전시는 여성가족국을 상위법에 따라 2년 동안 한시적 기구로 편성하고, 2년 후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더욱 큰 문제는 여성가족국이 한시적 기구라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업무의 내용은 기존 부서에서 하는 내용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해 과연 대전시가 추진하고자 했던 성인지정책이 이런 것이었는지 의문이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성인지정책담당관의 폐지로 대전시 성평등 정책의 기획 조정 기능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면서 "'성인지정책담당관 신설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강화와 실질적 성평등 확산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2019년 연구발표 발표 이후 몇 달 만에 가능성은 실행력을 잃고, 불가능성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여성들의 휴직과 해고가 늘어나고 있고, 가사와 육아로 인한 일시휴직이 증가하면서 여성들에게 성별 역할 수행이 강요되고 있는 상황, 또한 각종 성범죄 사건 및 고용현장의 성차별 문제 등 수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엄중한 시기에 성인지정책을 총괄해야 할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평등 정책, 성차별 문제 해소는 특정 한 부서의 업무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부서 간 조정업무가 필수적이다. 중앙부처 교육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8개 부처에 2019년 5월부터 이미 양성평등담당관이 임명되어 정부 정책의 성주류화, 성평등 정책 진전을 위해 노력해가고 있다"면서 "성평등 정책은 시정 전반에 걸친 문제이며, 각 부서 간 젠더거버넌스를 통해 성인지정책을 견인할 총괄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끝으로 "성인지정책담당관의 임기는 지방서기관 일반임기제로 애초에 2년이었고 이제 불과 1년 조금 지났다. 성인지정책담당관의 실무지원을 위한 인사 영입의 부족, 기획조정실 내 성인지정책담당관의 위치와 위상 면에서 성평등 정책 총괄 기능의 어려움은 예상되는 일이었다"며 "그렇다고 성인지정책담당관을 폐지할 일은 아니라 실질적인 담당관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대전시, #여성정책, #성인지정책담당관, #여성가족국, #대전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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