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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확산되는 이 와중에 스승의 날을 맞았다. 학교에 아이들이 없는 스승의 날이 조금은 낯설지만, 한편으론 마음 편한 구석도 있다. 촌지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맘 때는 아이들도, 학부모도, 교사조차도 여러모로 께름칙한 시기다.

몇몇 졸업생이 인사드리러 온다기에 외부인의 학교 출입이 금지돼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현재 학교는 교직원을 제외하고 누구도 교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예전 같으면 교무실까지 배달되던 택배도 교문 관리실에 놓고 간다.

올해는 스승의 날을 온전히 교사들끼리 보내게 됐다. 오랜만에 몇몇 동료 교사들과 스승의 날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해마다 스승의 날을 명절처럼 쇠고 있지만, 교사들 중에 그 유래와 변천 과정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이게 다 전교조 때문이다"라는 젊은 교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6년, 문재인 정부 규탄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9년 10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6년, 문재인 정부 규탄 교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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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충남 강경여고 학생들이 전현직 교사들을 찾아가 위문한 데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5년부터 세종대왕 탄생일인 5월 15일로 공식 지정되었고, 스승의 날 행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세종대왕이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라는 뜻에서다.

이후 유신정권이 들어서자 교육 관련 모든 행사가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로 통합되면서 금지되는 운명을 맞는다. 유명무실한 스승의 날이 부활한 건 1982년 5월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어 지금에 이른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재량 휴업일로 운영하기도 한다.

"스승의 날이 교사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기는커녕 비하하고 조롱하는 날이 된 마당에 차라리 폐지했으면 좋겠어요. 유공 교원에 대한 정부의 관행적인 포상도 권위를 잃은 지 이미 오래잖아요."

교사들과의 대화는 절망과 자책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 사회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스승의 날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이다. 한 동료 교사는 언제부턴가 교사 집단은 '안줏거리'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학교 밖 모임 자리라면 굳이 신분을 밝히지 않는단다.

그런데 한 젊은 교사가 내부의 자성이 필요하다면서 다짜고짜 전교조를 들먹였다. 여론과 전교조의 불화로 공교육 전체가 싸잡아 욕먹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비율로 따지면 15% 정도에 불과한 전교조가 전체 교사 집단을 과잉 대표하고 있는 것부터가 패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의 연이은 '헛발질'로 여론이 등을 돌렸다고 강조했다. 과거 온갖 탄압을 이겨내고 창립될 당시와 지금의 전교조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도 했다. 교육보다는 정치에, 아이들의 성장보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더 골몰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허구한 날 상경 투쟁만 고집하는 관행, 편향된 역사관을 고수하는 시각, 정시 비중의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 등을 전교조의 대표적인 '헛발질'로 꼽았다. 게다가 전교조 교사들의 '이중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고 말했다. 겉으론 평등 교육을 외치면서, 자기 자식은 대치동에 방을 얻어 집중 과외를 시키는 행태를 질타한 것이다.

전직 교사 출신 유튜버의 전교조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
 
 전교조를 비판하는 한 인기 유튜버
 유튜브에서 전교조를 비판하는 한 인기강사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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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날 선 비판은 곱씹어볼 대목이 분명 있다. 조합원 수를 늘려 그 집단적인 힘으로 의사를 관철하려는 관행과 극단적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태도 등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는 전교조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많은 젊은 교사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라고 잘라 말했다. 20~30대 교사들의 가입률이 다른 세대에 견줘 턱없이 낮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란다. 사실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30대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5% 남짓에 불과하다.

조만간 조합원 셋 중 한 명이 50대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가 갈수록 젊은 교사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예순 즈음에 정년을 맞는 현실에서, 전교조가 극심한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교직에 첫발을 내딛는 신규 교사에 대한 조직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어디서 많이 듣던 익숙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전교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때, 보수 언론에서 맞장구치며 쏟아냈던 내용이다. 결국 전교조는 그들의 바람대로 법외노조가 되어 풍찬노숙하는 처지가 됐다.

그는 요즘 젊은 교사들의 전교조에 대한 인식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며, 어느 전직 교사의 유튜브 영상을 소개해줬다. 조회 수가 25만 회에 이를 만큼, 여론을 잘 대변해주는 영상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유튜버는 구독자 수가 수십 만에 달하는, 나름 진보적 성향의 역사 강사다.

안타깝게도, 전교조에 대한 해당 유튜버의 평가는 침소봉대, 견강부회, 아전인수로 점철되어 있다. 전직 교사로서 애정 어린 고언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보수 언론의 공격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외면한 장사치의 해석일 뿐이다.

전교조가 외면받는 이유를 영상에선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밥그릇'이라는 저속한 표현이 귀에 거슬려서 그렇지, 그걸 나무랄 순 없다. 하나 분명한 건, 적어도 내 주변에서 밥그릇'만' 챙기려는 전교조 교사는 거의 없다.

오래된 '해명'이지만, 노조의 결성 이유는 조합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에 있다. 노조가 법적으로 보장된 마당에 교사 노조가 일반 노조와 달라야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30여 년 전 케케묵은 인식에서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교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질타도 이어진다. 거칠게 말해서, 사교육 강사에 견줘 전교조 교사의 수업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교사가 자녀의 담임이 되면 그해 학업은 망쳤다고 여기는 게 일반 학부모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라는 여론까지 덧붙였다.

물론, 여론이 그렇다는 게 유일한 근거다. 교과의 전문성과 수업 능력이라는 개념부터가 모호하다. 영상이 말하는 기준은 오로지 수능 점수다. 아이들의 수능 점수로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 능력을 평가한다면, 대체 학교와 학원이 다를 바가 뭔가.

여기서 잠깐. 종일 수업 준비만 하는 사교육 강사와, 수업에 생활지도에 잡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학교 교사를 수업의 효율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건 애초 말이 안 된다. 나아가 전교조 교사를 학교 내 비전교조 교사와 견주지 않고, 매번 사교육 강사와 비교하는가도 의문이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의 증가도 교과의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 탓으로 돌리고 있다. 보수 언론이 전가의 보도처럼 읊었던 거라 귀담아들을 건 없지만, 스스로 진보적 성향이라는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정녕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 맹목적인 입시 경쟁과 승자독식의 사회구조가 아니라, 교사들의 수업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전교조가 일베보다 무섭다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을 통해 전교조 법외 노조화를 진행했다는 내용을 밝히고 서훈 국정원장의 사과와 법외노조 취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20년 5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을 통해 전교조 법외 노조화를 진행했다는 내용을 밝히고 서훈 국정원장의 사과와 법외노조 취소 등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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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황당한 건,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 활동에 신경 쓰느라 수업을 게을리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사가 집회를 통해 정책의 찬반 의사를 표현하는 정치 행위를 두고 왈가왈부할 순 없다. 이는 정치 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애먼 전교조에 덤터기를 씌우는 짓이다.

교사가 아이들 앞에서 시의적절한 정치적 쟁점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것이 미래의 수업 모델이자 최고의 교육이라 믿는다. 수능에 출제될 리 만무하니 다 제쳐두고, 기출 문제만 반복해서 풀라는 것인가. 선거 연령이 점점 낮춰지는 시대, 학교에는 더 많은 '정치화'가 필요하다.

수업을 게을리한다는 주장의 근거 또한 수능 점수로 귀결된다. 곧, 수능 점수만 높다면 그 어떤 것도 문제 될 게 없다. 밥그릇만 챙긴다는 질타도, 교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조롱도, 정치 활동에 빠져 수업에 소홀하다는 억측까지도 피할 수 있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이다.

그동안 학교 교육이 파행을 거듭해온 이유가 그것인데, 되레 전교조 교사더러 수능에 '올인'하라며 다그치는 형국이다. 입시가 학력고사와 수능을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오로지 점수를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을 편법으로 운영해온 학교의 현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오로지 점수에만 얽매인 결과 중심의 교육에 있었다고 한다면, 뭐라고 반박할 텐가.

결국, 영상의 맨 마지막은 예상했던 대로 정시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잖아도 외면당해온 전교조가 정시 비중의 확대를 반대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는 논리다. 정시와 학종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섣부른 예단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학종을 통해 전교조 교사의 권위를 높이려 한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언이다. 생활기록부를 '무기' 삼아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교사의 입맛대로 통제한다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알다시피, 학종은 수능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솔직히 전교조가 지난 10년간 보수 정권과 언론으로부터 융단 폭격을 당하고도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게 용할 따름이다. 진보적 성향의 유튜버조차 저들의 논리에 포섭되어 전교조를 맵차게 헐뜯는 형국이니 더 말해서 무엇 할까. '전교조를 위해서'라는 말이 가증스러울 따름이다.

해당 유튜브의 '진면목'은 맨 마지막의 단 1초짜리의 외마디 말에 담겨있다. 유튜브가 닫히기 직전 내뱉는 "젠장!"이라는 감탄사. 전교조를 비판하는 영상을 찍는다고 하니 교사인 지인이 우려하면서 이런 말을 건네더란다. '전교조가 일베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고.

부디 걱정 마시라. 전교조가 일베 따위와 비교된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긴 하지만, 이 정도의 영상에 조목조목 반박할지언정 감정적으로 발끈하지는 않는다. 보수 정권과 언론의 맹목적인 비난에 숱하게 시달려온 탓에, 웬만한 전교조 교사라면 그만한 면역력은 갖추고 있다.

한 가지 빼먹은 게 있다. 전교조에 젊은 교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 신뢰를 잃어서라기보다 개인주의적 성향과 사회적 분위기 탓이 크다. 전교조의 신뢰 운운하기 전에 최근 전국 사범대, 교육대의 재학생과 임용시험 합격자의 현황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들여다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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