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해 여름 디엑스이코리아의 새벽이 공개 구조
 지난해 여름 디엑스이코리아의 새벽이 공개 구조
ⓒ 디엑스이코리아

관련사진보기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한 양돈농장에서 태어났다. 철저히 식용을 위해, '죽기 위해' 태어난 돼지였다. 열악한 환경 속 곰팡이성 피부질환을 달고 살았고,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히고 거세를 당했다. 대다수의 사육 돼지가 그러하듯, 그렇게 고통 속에서 허덕이다 생후 6개월에 도축 당할 운명이었다. 

지난해 여름 동물권 단체 디엑스이코리아(DxE 코리아)는 이 잔혹한 실태와 마주하고 직접 공개 구조에 나섰다. 기쁨과 슬픔, 고통을 아는 '느끼는 존재'에게 자행되는 폭력을 묵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디엑스이코리아는 대규모 종돈장, 스툴에 갇힌 엄마 돼지와 새끼돼지들을 찾았고 분만사에서 생후 2주 차의 새벽이를 구조했다. 새벽이와 함께 지내던 '노을이'와 '별이'도 구조했지만, 별이는 이미 죽어 있었고 건강이 좋지 않았던 노을이도 이내 숨졌다. 

새벽이는 현재 한 동물보호소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찐 감자와 바나나'를 즐겨 먹고, 종종 '코로 땅을 파며' 신나게 논다. 구조 당시만 해도 새벽이는 아주 작은 몸집으로 허약했으나 이제는 매일 0.5킬로그램씩 살이 불어날 정도로 매우 건강하다. 

최근 디엑스이코리아는 새벽이가 앞으로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국내 최초 '생추어리(Sanctuary)'를 짓겠다고 밝혔다. 생추어리는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벗어나 동물들이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을 일컫는다.

지난 21일 디엑스이코리아의 섬나리 활동가를 서면 인터뷰했다.

"어떤 존재든 고통과 착취의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 있어"
   
 양돈농가의 열악한 환경으로 피부질환을 앓았던 새벽이는 구조 후 지속적인 약욕을 받았다
 양돈농가의 열악한 환경으로 피부질환을 앓았던 새벽이는 구조 후 지속적인 약욕을 받았다
ⓒ 디엑스이코리아

관련사진보기

   
- 간단한 자기소개와 디엑스이코리아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물해방 운동을 하는 섬나리입니다. 직접행동DxE(Direct Action Everywhere Korea)는 전 세계적인 동물해방네트워크 Direct Action Everywhere(어디에서나 직접 행동을)의 한국 챕터(지부)입니다. 동물을 위한 혁명적인 정치, 사회적 변화를 한 세대 안에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동물해방 공동체, 방해 시위, 공개 구조를 기획, 구축합니다."

- 새벽이도 소개 바랍니다.
"새벽이는 작년 7월 초에 경기도의 한 양돈농장,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생후 2주 차에 공개 구조되었습니다. 공개 구조되는 순간부터 자기주장이 아주 강한 성격을 보였는데요, 찐 감자를 정말 좋아하고 바나나(특히 껍질) 또한 좋아합니다. 취미는 코로 땅 파기입니다. 정말 포클레인처럼 땅을 잘 판답니다."

- 새벽이를 '느끼는 존재'라 부르곤 했는데요, 정말 새벽이가 '느끼는 존재'라고 생각될 때가 있나요?
"위에서 말했듯, 새벽이는 자기주장이 아주 강하고 호불호를 확실히 표현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예컨대 밥을 푸짐하게 먹으면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늘어져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뛰어다닐 때 온몸을 흔들며 신나게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막거나, 곰팡이성 피부질환으로 약욕을 할 때는 소리를 지르며 싫다는 표현을 확실히 합니다.

인간과 교감 또한 하는데 어렸을 때 새벽이와 함께 지냈던 활동가들에게만 자신과 접촉을 허락하는 편입니다. 인간에게 딱 붙어 포옹을 하거나, 올라탄 채로 체온을 나누며 함께 잠이 들거나 밥을 달라고 코로 툭툭 치는 등 많은 교감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깨물며 내쫒아버리기도 합니다."
   
- 새벽이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이고 어떻게 해서 구조하게 되었나요?
"작년 여름 직접행동DxE에서 경기도의 양돈농장 공개 구조를 했습니다. 5000마리의 돼지가 있는 규모의 종돈장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활동가들은 스툴에 갇힌 엄마돼지와 아기돼지들이 있는 분만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당시 열악한 환경을 기록하고 이미 사산된 채로 발견된 별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병약한 돼지 노을이, 그리고 상대적으로는 양호하지만 5개월 후에 죽음(도축)을 맞이할 새벽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 어떤 느끼는 존재든지 고통과 착취의 상황에서 구조될 권리가 있기에, '죽기 위해'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그들을 농장에서 구조한 것입니다."

"공개 구조의 특징은 활동과 구조자의 신상 공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새벽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새벽이
ⓒ 디엑스이코리아

관련사진보기

 
- 구조를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구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그 안에서 본 5000마리의 수많은 돼지들을 뒤에 남기고 나오는 것이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축사 내부에는 새벽에도 환하게 불을 켜놓았는데요, 바로 밤낮없이 먹여 살찌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창문조차 없는 축사 환풍기에서 나오는 악취에는 헛구역질이 났습니다. 실제로 정전으로 환풍기가 고장나면 돼지들이 전부 질식사한다고 합니다.

내부에 감금된 돼지들 몇십 몇백이 있는 풍경은 마치 SF 영화 같았는데 이 비현실적인 곳에서 빠져나온다는 사실에 기분이 아주 이상했습니다. 구조 이후에는 그들을 돌보는 것이 큰일이었습니다. 동물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하고 정성껏 돌보았는데,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여 혹여나 다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당시 모두 곰팡이성 질환을 앓고 있어 더욱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 이런 동물 구조가 국내외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편입니까?
"공개 구조는 종을 가리지 않고 외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개 구조의 특징은 바로 활동과 구조자의 신상을 '공개' 한다는 것입니다. 위장취업 후 영상을 찍어 폭로하거나, 복면을 쓰고 잠입하여 농장의 문을 열어버리거나 하는 활동에서 생기는 많은 오해와 편견들을 넘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당당하게 한다는 의미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목적입니다.

인간 혹은 개와 고양이가 착취의 상황에 감금된 채 병에 걸려 고통 속에 죽어간다면 누구나 마땅히 구조하여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농장 동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조된 동물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생추어리에서 살게 됩니다."

- 일각에서는 새벽이의 구조를 두고 '납치', '절도'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실제로 현행법상 공개구조 행위는 불법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따라서 상품으로 사고팔 수 없습니다. 현행법이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공개 구조는 종차별적인 법이 가진 폭력성을 '개별 동물들이 가진 이야기'를 통하여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구조된 이들의 이야기와 극적으로 달라진 삶이 널리 퍼질수록 위와 같은 말들은 힘을 잃어갈 것입니다. 결국, 굳건해 보였던 법 또한 바뀌게 될 것입니다."

- 새벽이는 구조되었을 당시 열악한 종돈장 환경으로 곰팡이성 피부질환을 심하게 앓았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새벽이와 같이 고통받는 동물들이 많나요? 
"새벽이는 환경으로 인한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히고 거세당한 상태로 구조되었습니다. 밀집 사육에서의 스트레스로 서로 꼬리를 물어뜯는 것을 방지한다고 꼬리가 잘립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날카로운 이빨이 뽑힙니다. 그리고 '고기'의 잡내를 제거한다는 이유로 마취도 없이 거세를 시킵니다. 이것은 산업의 지극히 '정상'적인 관행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돼지들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패대기쳐지며 '도태'됩니다. 사료 값 대비 성장이 더디다는 이유입니다. 이윤이 남지 않기에 죽이는 것입니다. 돼지뿐 아니라 한국에서 연간 살해되는 십몇억의 동물들이 모두 엄청난 고통을 받다가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이합니다.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에는 이러한 농장에서 일하며 동물들의 현실을 직접 본 경험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동물을 '상품'으로 대하는 육식주의 사회가 근본 원인"
 
 새벽이의 모습을 그린 그림
 새벽이의 모습을 그린 그림
ⓒ 디엑스이코리아

관련사진보기

 
- 그렇다면 그 동물들이 겪는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와 다른 종을 얼마든지 이용, 착취, 살해해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종차별적인 사회, 동물을 '상품'으로 대하는 육식주의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개인은 무슨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먼저 이들의 고통을 나와 다른 종이라는 이유로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폭력은 그러한 배제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상처받고 충격받으며, 이들을 '상품'이 아닌 우리와 같은 '느끼는 존재'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각 개인에게는 인식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행동이 필요할 것입니다. 식단을 식물 기반 식단으로 바꾸는 것부터, 피켓을 들고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것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동물권을 말하는 공동체들을 찾아보고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실 많은 분들께서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며 문제의식을 가지면서도, '내가 왜 동물권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가' 명확한 답을 못 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왜 동물권을 위해 행동해야 하나요?
"동물권이 인간과 구분된 어떤 존재들만의 권리라고만 생각해서 많은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권을 쉽게 말하자면 인권은 '인간이기에' 권리가 보장되었다면, 동물권은 '동물이기에'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인간도 동물이기에 당연히 동물권을 보장받습니다. '권리'란 절대불변의 가치가 아닌, 우리가 고통에 관한 존재들을 직면하고 공존을 위해 새롭게 재구성하여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느끼는 존재들에 대한 권리이기에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합법적'으로 체계적인 학대, 학살을 당하는 존재들이 있는 한 인간에 관한 다른 모든 폭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개 패듯 팬다'라는 말, '국민은 개돼지'라는 인식은 마땅히 그래도 되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타나는 인식입니다.

실제로 역사상 많은 학살에서 상대를 '짐승'으로 보는 훈련이 있었습니다. 그래야 죄책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폭력을 구분 짓지 않고 저항해야만 함께 폭력적인 사회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정의, 동물권을 위해 행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새벽이는 구조된 뒤 지금껏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처음에는 몸집이 아주 작아 활동가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이후 커진 몸집과 흙을 밟고 사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동물보호소(주로 개들이 있는)의 한 공간에서 살았습니다. 땅을 파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지푸라기에 몸을 누이며 지내던 차, 매일 0.5킬로그램씩 자라난 새벽이는 더 넓은 곳이 필요하여 현재 이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새벽이 생추어리 프로젝트
 
 디엑스이코리아는 국내 최초 '생추어리'를 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디엑스이코리아는 국내 최초 "생추어리"를 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 디엑스이코리아

관련사진보기

 
- 새벽이와 같이 농장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위한 공간, 생추어리를 국내 최초로 짓겠다고 밝혔는데요. 일명 '새벽이 생추어리'에 대해 소개해주시고 그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새벽이 생추어리는 코로 흙을 파며 노는 것과 춤을 추며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새벽이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동시에 '피난처'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새벽이 생추어리를 단순히 '파라다이스'와 같이 소비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해 경계합니다.

연간 700억 이상의 농장 동물들이 학살당하는 홀로코스트 속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을 새벽이 생추어리로 포용하여 이들이 무사히 늙어갈 수 있도록 안전한 삶을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사회는 이들을 태어나게 한 사회의 공동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생추어리는 구조된 이들의 삶을 보장하는, 이에 가장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0평 정도의 언덕이 있는 땅 위에 지어질 예정이며, 부쩍 자라난 만큼 힘도 강해진 새벽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 새벽이 생추어리의 궁극적인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새벽이의 고유한 삶의 이야기와 다양한 삶의 면면들이, 6개월 된 어린아이를 삼키며 자라나는 폭력의 역사를 멈추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동물들의 안식처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들이 주인이고 여러분이 방문객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라는 내용의 팻말이 맞이할 새벽이 생추어리는 아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운영될 것입니다.

1. 새벽이 생추어리는 이곳에서 지내는 동물들의 질적으로 행복한 삶과 안전을 보장하고, 이들의 고귀한 삶을 존중합니다.
2. 새벽이 생추어리는 이곳에서 지내는 동물들이 개별적인 존재로서 가진, 각기 다른 고유한 이야기를 세상에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억압되어 왔던 동물들의 개성을 드러내어, 개별 동물의 고유함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킵니다.
3. 새벽이 생추어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동물권과 비폭력의 철학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4. 새벽이 생추어리는 더 많은 생추어리가 생겨날 수 있도록 협력합니다."

- 새벽이가 우리 사회에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저 평범한 돼지이자 '고기'라고 낙인찍힌 운명이 극적으로 바뀐 피해 생존자, 종차별적인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지 못한 경이로운 삶의 모습. '느끼는 존재'인 우리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에 대한 무뎌진 감각을 연결해 주는, 동물해방의 '새벽'을 알리는 존재.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보여주는 존재."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폭력을 정확하게 대면하고 불편한 감정을 넘어,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함께 변화해나가기를 소망합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