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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집에 살고 있지만 그녀 명의의 집을 가져 본 적이 없으므로 여태 집이 없다. 예전엔 집을 살 돈이 없어 그랬고, 지금은 집을 살 생각이 없어 그러하다. 엄마에게 '집'은 철저히 거주의 대상이다.

평생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으니 집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 이름 석자가 박힌 소유권 등기를 선택하지 않은 대신 현금을 가지고 있겠다 하신다. 당신께서 평생 육체 노동하여 모은 돈으로 아껴 살며, 아프면 병원 가서 쓸 돈을 가지고 있으시겠단다. 줄기차게 가난했던 그때, 엄마는 그 시절을 상징하는 에피소드를 잊을 만하면 이야기한다.

"너네 셋이 전부 생리를 시작하고 엄마까지 여자 넷 생리대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던지..."

나도 기억한다. 걸으면 비닐 소리가 서걱서걱 나는 가장 싼 생리대를 하고 다니던 그 시절. 절약과 모성애로 온몸을 '휘휘' 무장하여 한평생 살아온 일흔의 엄마는 이제 조금 변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식하자 하면 '집에서 해 먹지 뭐하러 외식하냐'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던 그녀는 이제 자식들이 외식하자 하면 군말 없이 따라 나선다.

한겨울에도 손주들이 올 때 빼고는 난방을 하지 않았는데 작년부터는 혼자 살면서도 보일러를 틀기로 '큰맘' 먹었다고 자식들에게 선언했다. 그러면서 나한테는 한마디 덧붙였다.

"너 시집 가기 전에 같이 살 때 좀 따뜻하게 틀어줄 걸. 맨날 춥다 춥다 하는 애를 시집 보내고 나서 엄마가 혼자 살며 깨닫고 따뜻하게 사네."

며칠 전엔 피자가 드시고 싶으셔서 혼자 시장에서 8900원짜리 피자를 한 판 사와 절반을 드셨다고 자랑하신다. 지금 나는 엄마 집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옆에서 엄마가 "맛있는 커피 마시러 나갈까" 한다.

지금, 엄마 집에서 <작은 집을 권하다>를 읽고 있다. 내가 스무 살까지 살던 그 작은 집이 떠올라 이 글을 쓰고 있다. 7평짜리 집에서 엄마와 아픈 아빠와 딸 셋이 살았다. 엄마는 그 시절 한 달에 5천 원 적금을 넣었다고 했다. 그렇게 남한테 빚 안 지고 차곡차곡 아끼고 모아 일흔 살 삶을 관통해 왔다.

그런 엄마가 멋있어 내가 읽는 이 책을 보이며 대충 설명해 준다.

"엄마, 우리가 살았던 그 작은 집에 살자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거야. 그리고 엄마! 내가 사람들한테 우리 엄마는 집 안 산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우와~ 한다! 엄마 멋있대."
 
ⓒ 홍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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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손주랑 노느라 듣는 둥 마는 둥 하신다. 지혜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엄마의 자본론이 멋있다. 집 없어도, 옷 한 벌을 사면 기본 십수 년씩 입어도, 그녀는 단아하고 깨끗하다. 어디 가서 돈 자랑, 자식 자랑하지 않는 그녀가 자랑스럽다.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남에게(자식마저) 신세지지 않고 꿋꿋하게 살기 위한 돈. 돋보기 쓰고 통장을 이리저리 뒤적여 계산해 보니 이제 당신 여생을 책임질 그 '현금'을 마련해 두었다는 생각을 하신 듯하다.

그러니 이제는 자식들 뜻대로 가끔 외식도 하고, 겨울엔 난방도 틀고, 선뜻 먼저 커피까지 쏘는 '담대함'을 선보여 자식들에게 칭찬받는 삶으로 또 앞으로의 칠십대를 관통해 나가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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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그리움을 얘기하는 국어 교사로,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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