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육아는 체력전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니 피곤함은 물론이고 손목, 발목, 무릎 안 아픈 데가 없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기상 스트레칭, 플랭크, 벽대고 푸쉬업 정도이다. 사실 운동이라 말하기엔 민망한 동작들인데 3주 정도 했더니 다르다. 피곤함이 줄고 활력이 생겼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체력이라는 건가?

운동에 늘 관심이 있었다. 대부분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가끔은 체력을 위해서, 때론 싸움에서 이기고 싶어서 운동을 하고 싶었다. 수영, 요가, 헬스, 걷기, 달리기, 복싱까지 여러 운동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금방 뺐다. 거리가 멀어서, 재미가 없어서, 지겨워서, 다이어트 효과가 없어서, 그냥 한 번씩 빠지다 보니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책 앞표지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책 앞표지
ⓒ 다산책방

관련사진보기

 
나와 비슷한 사람을 책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의 작가 이진송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헤맨 자신을 '운동 유목민'이자 '헬스클럽 기부천사'라고 소개한다. 헬스, 수영, 요가, 복싱, 댄스, 커브스 등을 거쳐 필라테스와 아쿠아로빅에 정착한 이야기는 내 이야긴 줄 알았다. 물론 정착한 부분은 빼고.

난 타고나길 운동 신경이 없어서 맞는 운동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니 반가웠다. 나도 언젠가는 작가처럼 인생 운동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맞다. 운동으로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닌데 운동 신경씩이나 있을 필요가 뭐 있겠는가.

작가는 자신이 한 가지 운동을 오래 하지 못했던 이유가 운동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운동의 즐거움이나 기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체중 감량만 목표로 삼으니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몹시 공감했다. 운동을 다이어트 수단으로만 삼으니 목표를 달성하면 달성한대로, 달성하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모두 그만두는 이유가 됐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나와 작가는, 또는 많은 여성들은 왜 다이어트의 수단으로서의 운동만 생각하게 됐을까? 작가는 유독 여성들은 '몸매' 가꾸기에만 집중하도록 독려되면서 정작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일에는 많은 제약을 받는다고 말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뚱뚱하지 않을 것' '예쁠 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운동의 즐거움과는 멀리, 다이어트와는 가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몸은 '몸매'가 아니라 몸이다.
 
작가는 이제 운동 유목민에서 벗어나 인바디 기기가 아닌 매일 느끼는 몸의 변화에 집중하면서 운동의 과정을 즐기고 있다. 작가의 유쾌한 운동체험기와 운동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다 보니 운동이 마구 하고 싶어진다. 또, 앞으로 운동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살이 쪄서 잘 맞지 않는 옷,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놀라는 지인의 말보다 더 운동을 해야겠다는 자극이 된다.
 
사방에서 손아귀처럼 꽉 죄어오는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 네 몸은 충분하지 않다는 다양한 메시지, 운동을 즐기는 강한 여자가 되라는 훈계, 어떤 운동에서 정잠을 찍은 이들의 서사에 대한 부러움 사이에서 아무것도 극복하거나 이겨내지 않을 것이다. 자주 절망하고 경박하게 즐기면서 정해진 운동만 반복하고 싶다.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근력이 오르거나 체지방량이 줄지 않아도, 그러니까 핫바디를 약속하지 않거나 될 수 없다고 해도, 그저 꾸준한 마음으로.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읽으면서 계속 '운동해야 되는데'를 되뇌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일어나서 바로 하루 분량의 운동을 했다. 지금의 짧은 운동이 축적되어 언젠가는 내 몸과 마음을 지켜줄 거라 생각하면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하루 5분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결심한다. 다이어트가 아닌 육아를 위해, 나의 체력을 위해, 내 삶을 위해.

운동 에세이라고 해서 담을 내용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운동 유목기, 운동 장소, 운동요, 운동 동료, 운동 선생님, 운동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 여성의 운동에 대한 편견 등 이렇게 풍부한 내용이 있을 줄은 몰랐다. 줄 그을 부분이 이렇게 많을 줄도 몰랐다. 헬스장 등록해놓고 운동하러 가야 되는데 생각만 하는 사람, 운동 뽐뿌 제대로 받고 싶은 사람, 운동을 다이어트로만 생각하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한다.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나서 푸쉬업을 하게 될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체력에는 요령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은이), 다산책방(201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