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일 선거관리위원회 서울사무소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1일 선거관리위원회 서울사무소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강홍구

관련사진보기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어머니들이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2001년 12월 10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던 날의 연설입니다. 그 연설이 다시 생각납니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정치개혁의 길을 고수했던, 바보 같은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책과 비전이 사라지고 위성정당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공허하기도 합니다. 노무현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많은데, 그의 행동과 실천을 따르려는 분들이 잘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역감정이라는 낡은 관행을 돌파하고 이의를 제기했던 그 용기 말입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그가 시대를 앞선 인물이었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물론 위성정당을 강행한 야당의 반칙과, 형식논리만으로 이를 받아준 선관위의 무능이 문제의 출발이라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여당마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또 다른 논란이 생겼습니다. 정당방위론을 비롯해 온갖 명분이 넘쳐흘렀습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위성정당들 사이의 정통성 경쟁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일까요?

미완으로 남겨진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지금 시점에 남는 의문은 이겁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투표용지의 앞 순번 배치와 선거보조금 나눠먹기를 위해 부활한 의원 빌려주기, 위성정당이 다른 정당에 선거자금을 빌릴 수 있다고 한 선관위의 결정까지. 할 말은 많지만 지면의 한계로 더 보태지는 않겠습니다.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주권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이렇게 밑돌 수 있나 한숨이 나옵니다.

오직 이겨야 한다는 당위만 난무해서일까요? 누구도 패배를 원하는 이는 없겠지만,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답정너'라는 말처럼, '답은 정해져 있으니 유권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찍기만 하라'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공약을 왜 내세웠고, 어떻게 실현하겠는가를 평가받는 공식적인 자리임에도 말입니다. 정당들이 설파하는 주장만 믿고 따르라는 건 좀 부족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이 정치 구도로는 싸움밖에 할 것이 없습니다.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지역 구도를 해체하고 이념과 정책에 의해서 당을 다시 만들어야 됩니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는 이 왜곡된 정치 구도를 털어버리고 국민을 위해서 진정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책에 의해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인물에 의해서 평가받는 정상적 정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한 이념과 정책에 의한 정당은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국회가 맨날 싸운다고 욕먹기는 하지만, 저는 싸우는 곳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좀 잘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복잡하니 지난한 협상도 해야 할 것이고, 때로는 진흙탕에서 뒹굴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이 법안은 '지켜내겠다', '누구를 대변하겠다', '임기동안 무엇을 하겠다'가 뚜렷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좀 말과 사상, 철학과 정책으로 대결하는 민의의 전당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21대 총선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시간은 잘만 흐릅니다. 총선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10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됩니다. 선거법을 두고 벌어졌던, 진풍경은 다시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소심하게 외쳐봅니다. 저도 이의 있습니다. 21대 총선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유권자의 표심대로 국회를 구성하자던, 선거제도 개혁이 표류한 과정을 잊지 않겠습니다. 위성정당과 반칙으로 얼룩진 부끄러움의 잔치를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확인된 선관위의 무능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하겠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분노하고 희망을 키워주세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1000여개 시민단체들의 21대총선 연대기구인 2020총선시민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들어간 내용은 특정한 조직이나 단체의 입장이 아니라 활동가 개인의 생각임을 알려드립니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실체적 진실이 무엇일까요? 항상 고민하고 묻겠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