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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 재난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의 한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강원 춘천시의 한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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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콜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곳곳의 지방정부에서 콜센터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방역을 하고, 모든 상담사들이 마스크를 쓰고 상담을 진행하며, 하루에 세 번씩 열을 재고 개인의 활동 경로를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는 콜센터에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지만, 재택근무 0명, 장기연차 0명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 센터를 떠올리며 다른 센터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 저임금 비정규직에 대한 엄격한 관리통제 시스템과 노동환경으로 인해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국의 콜센터 파견업체들은 개개인이 지켜야 하는 수칙을 통제하고 감독하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근무환경을 바꾸겠다는 입장이나 이를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에서도 이를 강제하지 않고 있다.

예견되는 재난이었고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대책을 세우고 막아야 한다. 그런데 그 대책이 지금처럼 마스크 열심히 끼고 손 세정제 자주 사용하고 밥 같이 먹지 말라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콜센터 노동자들을 원청이 직접 고용하여 충분한 인원 배치와 적절한 휴식 시간, 안전을 위한 다양한 근무형태가 고려될 수 있다면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건비 감소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이익을 내는 운영시스템이라며 단물만 빨아먹고 그에 따른 노동자들의 피해는 나몰라라 하는 무책임함은 한국사회의 재난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의 직고용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배제한 채 재난대책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위험하게 일해 마땅한 직종은 없다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 종교 단체의 포교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 종교 단체의 포교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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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는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아니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업무감시와 통제가 사라지고 고객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상담 인원을 확충하여 쉼 없이 밀리는 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적절한 휴식시간과 주말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또한 정해진 매뉴얼을 읊는 상담이 아닌 고객과 사회전체를 위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상담사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시작은 원청이 상담사를 직접고용 하는 것이다. 파견업체 간의 불필요한 경쟁이 사라지면 지금과 같이 실적 압박으로 인해 30분의 휴식도 보장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노동환경은 피할 수 있다. 또한 파견업체를 중간에 두었기 때문에 발생했던 불필요한 용역비를 상담사의 근무 환경 변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닭장이 아닌 일정 거리가 유지되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요구하고 원청이 직접 상담사의 안전한 근무환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담사의 안전이 위협되는 지금과 같은 국가재난 시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파견업체와 원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비용이 들더라도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되지 않을 수 있는데 그 방안은 검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꼭 아니어도 다양하게 근무방식을 조정하고 근무환경을 바꾸는 방안이 있다. 상담사들이, 우리가 그 방안을 더 잘 알고 있고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파견업체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원청이 검토해서 결정해야 하니 안된다고 한다. 원청업체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상담사들이 방안을 제시하고 우리 권리를 요구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면 지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산재가 발생할 때도 그러했다. 작업지시는 누가 했고 작업과정은 어떠 했고 결정은 누가 했고를 따지다가 결국 보고과정은 더 많아지고 일은 더 불편해진다. 관리되고 협조하며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통제만 더 심해진다.

"권한 있는 사람 나와"

 
 저는 성소수자 노동자 그중에서도 게이 콜센터 노동자입니다. 벌써 6년째 콜센터에서 감정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 sxc
 
콜센터는 매일이 고객과의 언쟁이다. 

"고객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건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니까요?" 

오늘 하루 종일 목 터져라 ㅁㅁ전자를 비호했으나 ㅁㅁ전자에 대한 조금의 권한도 없으니 정해진 프로세스 외에는 어떠한 내용도 유연하게 상황에 맞게 먼저 말할 수가 없다. 고객 응대는 생각보다 예외적인 상황이 너무나 많고 민원은 언제나 예외적인 상황에서 많이 발생한다. 상담사에게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이 안되는 순간 고객들이 자주 찾는 사람이 있다. 바로 '권한 있는 사람' 이다. 파견업체 소속 상담사에게 원청에 대한 민원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고객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도 우리 상담사들도 "권한 있는 사람 나와"라고 말하고 싶다. 상담사가 직접 고용 되어 일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달라진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도 대응하는 것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고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최소한의 인원으로 밀리는 콜들을 해치우느라 고객 말을 경청하거나 적절하게 응대할 겨를이 없다. 초마다 내려오는 관리자의 지침에 맞춰 경쟁하지 않을 수 있다면,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다면, 직접 고용되어 상담사에게 일정한 권한과 그에 맞는 처우가 부여된다면 형식적인 멘트로 때우는 식의 처리가 아닌 고객의 합당한 필요를 해결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시에 상담사만 3만 명이라는데, 이 직업에 대해서 보람을 갖고 내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고용에 대한 필요와 정당성이 구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서울시와 원청은 하루빨리 상담사에 대한 직접고용을 실시해야 한다. 콜센터 직종뿐만 아니라 한국 어디에도 위험에 노출되어 마땅한 직종은 없다. 사회에서 인정받을만한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학벌이 낮다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파견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서는 안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이후에는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회원이 되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 더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삶이 되어 다시금 고 김용균 노동자를 떠올린다.

그의 사망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치던 시간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있었지만 1년 후에는 10년 후에는 어떤 재난이 우리 삶을 뒤흔들까? 예견된 재난이 다시금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파견업체 콜센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생각하며 피곤한 하루를 접는다.

덧붙이는 글 | 김우정님은 김용균재단 회원, 콜센터 2년차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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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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