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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장소에는 수백여 명이 모여 있었다. 다들 나처럼 올해 공중보건의 복무에 지원한 의사들로, 신규 공중보건의사 직무교육을 받으러 온 것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방역업무를 위해 신규 공보의 742명을 조기 임용하고 지난 5일 서울과 대구에서 현장 배치 대비 직무교육을 진행했다. 약 한 달간 열릴 예정이던 기초 군사교육은 잠정 연기됐다. 신종 감염병의 범유행을 막기 위한 전례 없는 결정이었다. 매일 수백 명씩 신규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었기에 상황의 심각성은 구태여 듣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신규 공중보건의사 직무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신규 공중보건의사 직무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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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컨벤션센터 회의장에 나란히 앉은 교육 참가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담담하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적막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나도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공보의 여러분들은 우리의 자랑이자 희망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보건복지부 소속 담당자의 격려 한 마디를 시작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우리에게 쏟아졌다. 코로나19의 병태생리, 환자의 검체 채취 방법, 감염병 대응체계부터 한정된 의료자원을 분배하기 위한 코로나19 질병중증도 분류체계까지 총망라했다.

신속한 진행과 광범위한 교육 내용에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려움이나 긴장감을 내비치는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교육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러스는 퍼지고 있는 것을. 새로운 대응은 물론이고 신속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하다. 여유와 편안함은 잠시 안녕이다. 
     
레벨 디(level D) 방호복 착용법도 교육 내용에 포함돼 있었다. 방호복은 의료인의 자기방어와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꼼꼼히 챙겨야 할 부분인데, 시범 착용 용도로 준비된 방호복이 많지 않아 모든 공보의들이 입어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앞에서 함께 입어봐 주실 분 없으십니까? 양해 부탁드립니다. 딱 다섯 분만 부탁드립니다!"


대체로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몰라서 그런지 지원자가 나오질 않았다. '혹시 모르니 손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 자원했고, 나를 포함한 5명이 대표로 나가 착·탈의를 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사진기자들의 예상치 못한 플래시 세례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 짧은 순간 방호복을 입고 벗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레벨 D 방호복 함께 입어볼 분?"... 손을 들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2020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 배치 대비 직무교육을 받으며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2020년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장 배치 대비 직무교육을 받으며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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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기도 발령은 예상 외의 결과라 당혹스러웠다. 거주지인 부산에서는 대구경북이 훨씬 가까운데 왜 경기도일까. 그러나 경기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병원 내 집단감염과 지역사회 확산으로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최종 배치 전 경기 지역으로 임시발령을 받게 된 공보의 35명과 함께 경기도의 코로나19 대처와 관련된 강의를 듣고 내 생각이 짧았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감염병 방역을 위한 비상상황에서는 어떠한 지역·역할이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예비인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는 호흡기 바이러스이며, 신체적 증상(발열, 기침, 가래 등) 전부터 감염력이 급증하는 게 보편적이다. 무증상 감염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방역이 쉽지 않다. 이를 아래 그래프로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
 호흡기 바이러스의 양상과 구간별로 필요한 대처들
 호흡기 바이러스의 양상과 구간별로 필요한 대처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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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선 치료인력은 B 기간에 집중하고, 신규 파견되는 공보의들을 A와 C에 배치한다. 이렇게 되면 ▲ 증상 전 환자를 발견하고 격리해내는 선별진료 ▲ 퇴원 후 재감염 및 증상 관리 등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장의 말에 따르면, 경기도는 일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공 의료기관에서부터 바이러스로 인한 정신 및 신체의 중증도 분류(폐렴의 진행 여부, 자발적 호흡 및 정신적 불안 등)를 실시한다. 환자를 어떠한 입원 시설로 보낼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려는 절차다.

이는 대구경북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중증환자의 대기 중 사망이나 적극적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자체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장하고 공격적인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 또한 코로나19가 발병한 다른 국가와 차별되는 우리나라만의 대응책이다.

"코로나19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많은 정보가 모였고, 새롭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의 병태생리 등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건 높은 전염력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치료 약과 백신은 없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양상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한국만의 차별화된 대응책
 
 선별진료소 풍경
 선별진료소 풍경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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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지원한 공보의들은 지난 9일 각 지역 선별진료 및 역학조사 업무에 투입됐다. 내가 배치된 성남의료원은 선별진료소의 운영과 확진환자 치료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사전에 방호복 착용 등 감염 예방법을 적극적으로 배운 것과 별개로, 현장에는 돌발 상황과 감염 가능성 요소들이 곳곳에 있었다. 어디에 묻었을지 모를 오염원과의 접촉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진들은 2개로 덧댄 라텍스 장갑 위로 매번 알코올 손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검체채취 도중 환자들이 재채기를 하게 될 경우가 제일 위험하다. 코로나19의 주요 전파경로가 비말(침방울)이나 에어로졸(공기입자)이기 때문에, 나에게 튈 경우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를 반드시 막고자 환자들에게 검사 시 재채기를 참아달라고 당부하며, 코 검체채취시 입을 마스크로 최대한 막도록 하고 있다.

우주복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건 환자들에게도 당혹스러운 상황임이 틀림없다. "이 면봉 아주 조금만 들어가는 거죠? 안 아프죠?" 하고 묻는 분들도 많다.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들 불안한 모습이다. 힘들더라도 이분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설명해 드리는 것 또한 나의 일일 것이다.

환자가 갑자기 몰릴 때는 의료진을 보조해주는 인력 또한 매우 귀중한 자원임을 알게 됐다. 검체채취 과정에서 오염 등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조해주시는 응급 조사 선생님들이 없었으면 백이면 백 어딘가에서 실수를 했을 테다. 

아직까지는 날씨가 쌀쌀한 데다 가건물인 컨테이너 안에서 검사를 진행해 그런지 땀범벅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4시간 반 정도 방호복을 착용하고 밖으로 나오면 30분 정도 급격한 피로감과 두통이 몰려온다. 

남은 4시간 반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에서 대기한다. 다행히 매일 신규 확진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 약간 안심이 되지만 방심하기엔 이르다. 지금은 그저 최악의 상황만은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의료진과 환자 등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가 중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6일 오전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 등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가 중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6일 오전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받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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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현재 성남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 중인 공종보건의사입니다.


태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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