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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다. 1908년 미국의 섬유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임금인상,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를 기념해 세계여성의날이 제정되었다. 해마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세계여성의날을 기해 시민으로서의 존중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7년부터 해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요구하며 '3시STOP 조기퇴근시위'를 조직해 온 '3시STOP 공동행동'은 2020년을 맞아 '3시STOP 여성파업'으로 전환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파업대회는 취소되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개별파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있는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에 문제제기하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전세계 여성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할 것이다. 

'3시STOP 공동행동'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분 설문조사 분석과 채용성차별, 최저임금, 직장문화,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5편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구성했다. 이번 글은 채용성차별 당사자로서 최초로 문제제기한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가 작성했다.
[편집자말]
 
 수도권과 대전지역의 여성,언론계 시민사회단체가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을 위해 기자회견을 지난 1월 22일 진행했다.
 수도권과 대전지역의 여성,언론계 시민사회단체가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을 위해 기자회견을 지난 1월 22일 진행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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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대전MBC 아나운서 유지은입니다. 아나운서라고 하면 화려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분명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고, 멋진 직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성 아나운서'로서 제가 일해 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화려한 모습 이면에 씁쓸하고 부당한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여성 아나운서로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높은 벽과도 같았습니다. 아나운서가 되는 일, 그 진입장벽부터 높았습니다. 제가 아나운서를 준비를 할 당시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 여성의 '정규직' 채용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계약직, 아니면 프리랜서 채용. 하지만 남성 아나운서는 달랐습니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에서 남성 아나운서의 정규직 채용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나운서로 일을 하는데 있어서 남성 아나운서가 하는 일, 여성 아나운서가 하는 일이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로 상호 대체 가능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애초에 시작부터 달라야 하는 것인가. 명백한 채용성차별이었습니다. 

이 시작은 결국 성별 임금격차로 이어지게 됩니다. 제가 일했던 곳 중 한 방송사에 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1년 후 동일한 시험을 보고 들어온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 채용이었습니다. 모두 방송사의 종속적인 아나운서였음에도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년보장, 진급, 연차수당, 여러 복지 혜택들을 보장 받았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 아나운서들의 잦은 이직을 낳았습니다.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1년, 2년 주기로 많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다른 방송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저 또한 같은 이유로 대전MBC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력인정은 언감생심, 역시나 방송국에 종속적으로 일하는 아나운서였음에도 프리랜서 채용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 후 마주하게 된 익숙한 상황. 남성 아나운서의 정규직 채용. 두 번의 상처는 더욱 쓰라렸습니다. 
 
 지난 1월 22일,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상암MBC 본사와 대전MBC 지사 앞에서 여성만 비정규직으로 분리채용하고, 비정규직이기에 근로조건을 달리한 것이 바로 채용성차별임을 알리며 시정을 요구했다.
 지난 1월 22일,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상암MBC 본사와 대전MBC 지사 앞에서 여성만 비정규직으로 분리채용하고, 비정규직이기에 근로조건을 달리한 것이 바로 채용성차별임을 알리며 시정을 요구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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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사를 보면, 지역MBC의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 비율은 27.5%,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는 86.1%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성 아나운서에게 적용되는 사회적인 잣대들, 즉 여성 아나운서를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인식, 여성 아나운서는 빨리 질리기 때문에 늘 젊어야 한다는 시각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성별을 이유로 한 다른 채용, 다른 처우. 게다가 입사 후 6년 가까이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급여는 더 줄어든 상황. 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고용조건의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고, 남성 아나운서와 동일한 수준의 처우를 요구하며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보복이었습니다. 지난 6년 가까이 단 한 번도 배제된 적 없던 프로그램에서 개편이라는 이유로 하차를 당했고, 함께 진정을 넣은 후배는 버틸 수 없어 결국 싸움을 포기했습니다. 

2020년의 현재를 살고 있지만 방송사들의 구시대적인 시각은 여전합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저평가 되지 않아야합니다. 세상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외쳐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저 또한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이 외침을 이어가겠습니다.

시작부터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 채용성차별을 바로 잡는 것이 우리 사회 정의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2020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STOP 여성파업에 함께 합니다. 제가 겪고 있는 문제는 차별받는 전세계 여성들과 함께 연대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3시STOP 여성파업 기획연재]
① 여성노동자 74.0% 직장서 성차별 경험... 반말·성희롱·임금차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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