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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한 발자국을 옮겨놓으니,  자그마한 돌 아래에 또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한발자국 옮길 때마다 점만한 복수초가 얼굴을 보여주었다 

가슴이 뛰었다.
 쪼그려 한 발자국을 옮겨놓으니, 자그마한 돌 아래에 또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한발자국 옮길 때마다 점만한 복수초가 얼굴을 보여주었다 가슴이 뛰었다.
ⓒ 차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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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낯선 시간이 무한정 주어졌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먼 나라 이웃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일들이 지금 내 곁에서 숨가쁘게 일어나고 있었다.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주 증상이라던데, 이런 상황이 나는 더 숨막힌다.

2020년 2월, 인생 2막 삶을 바꾸는 5060청춘대학 '유아동 성인지 전문가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유치원에 성인지 강사로 나가기 전 잡혀있던 심화 교육 일정도 한시적으로 미뤄지더니 이젠 무한정 연기 되었다. 구연동화 공연을 위한 어린이집 출강에 앞서 필수로 받아야 할 보수 교육과 공연 일정도 미뤄졌고, '000' 서류 합격자 발표도 3월로 연기 되었다.

대전 공공 (작은)도서관도 코로나 19 상황 종료시까지 휴관으로 도서대출과 프로그램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임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한다. '그림책 놀이' 수업을 가는 OO센터에서도 휴원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성당 미사도,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모임과 회합이 전면 취소 되었다. 동아리 모임도 단체톡에서 달밤 회의로 이루어졌다. 일주일에 3번 운동하는 곳에서도 회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잠시 휴관함을 알려왔다.

심한 치통으로 치과를 가야 하는데  마음만 심란하다. 널브러진 시간을 주체할 수가 없다. 분주한 것은 카톡과 문자 수신이었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름 미뤄두었던 책도 읽고, 잘 하지 않던 청소도 하고 커피도 내리며 나름 일상을 견뎌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끝없이 이어지고 확진자 수는 날로 증가세를 보였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뉴스는 불안감만 엄습하였다.

그 어떤 것을 할 수도, 그 뭔가를 안 할 수도 없는 이 기막힌 상황 속에 '봄 알리는 복수초, 작년보다 보름 일찍 꽃봉오리 톡'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지리산 국립공원 중산리 자연관찰로와 계룡산 국립공원 동학사 야생화단지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31일이나 빠르게 복수초가 꽃봉오리를 터뜨렸다'는 기사였다. 

전날 비가 왔고, 일기예보는 따뜻한 맑은 날씨와 미세먼지 좋음으로 예보가 되었다. 계룡산 지석골 야생 복수초를 만나러 나서기로 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좀 꺼림직했지만 나는, 더이상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내 기억 속의 개울가엔 ,

얼음 녹는 소리가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봄이 오는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내 기억 속의 개울가엔 , 얼음 녹는 소리가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봄이 오는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 차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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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로 채운 텀블러를 배낭에 넣고 버스 107번을 타고 공주군 반포면 학봉삼거리에서 내렸다. 포근한 날씨에 파란 하늘을 마냥 좋아라 할 수가 없다. 2월의 날씨가 뜬금없기 때문이다. 전날 내린 비로 불어난 개울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지석골 탐방로로 진입하기 위해서 계룡산 학림사 오등선원(대한 불교 조계종)을 향해 갔다.

'대한민국 코로나 소멸 발원용맹기도 학림사 사부대중은 모든 국민이 코로나를 이겨내기를 발원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학림원 화장실도 예방수칙에 의거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작은배재, 작은 바위 위에 걸터 앉아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빛은 따뜻했다. 혼자 속삭여 본다. 

'안녕, 반가웠어. 하 수상한 봄과 함께 온 너희들. 내년에 다시 찾아올게. 내가 조금 일찍 와서 너희들 활짝 핀 모습은 보지 못하고 가지만 땅을 박차고 솟구칠 너희들의 힘찬 날갯짓을 응원해.'
 

아까는 가까이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어야만 모습을 보여주던 그들이 

싸리문 여잡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 소년처럼 

1km구간을 되집어 내려오는 내내 나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는 가까이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어야만 모습을 보여주던 그들이 싸리문 여잡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 소년처럼 1km구간을 되집어 내려오는 내내 나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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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같이
 떨어져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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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충남도청 도민 리포터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신종코로나19, #2020년2월, #복수초, #지석골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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