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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은 호남에서 가장 먼저 서양식 병원과 진료가 시작된 도시로 알려진다. 1895년 봄 의료선교사 드루(Drew)와 전킨(Junkin) 선교사가 군산시 금동 수덕산에 포교소를 설치하고 진료를 시작한 것. 1906년에는 지금의 구암동산에 진찰실, 수술실, 입원실(18병상 온돌방) 등을 갖춘 현대식 병원(구암병원, 야소병원 등으로 불렸음)을 신축한다.

구암병원은 선교사가 설립한 국내병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외지 환자도 해마다 증가, 1920년에는 입원환자가 서울 세브란스병원과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이어 도립병원(1922), 자혜의원(1935) 등이 개원하면서 군산은 서양 의술의 메카로 거듭난다. 그 명성은 광복 후에도 지속하다가 1980년대 이후 긴 휴면기에 접어든다. [편집자말]
 
 군산시 구암동 구암동산에 있었던 초창기 구암병원(1906)
 군산시 구암동 구암동산에 있었던 초창기 구암병원(1906)
ⓒ 전킨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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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시대에 부응하는 병원으로 신축해야'

지루하게 10년을 끌어오던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이 내년쯤 '첫 삽'을 뜰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 부지가 사정동으로 확정되고,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토지 보상률이 84%에 이른 것. 군산시 관계자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나머지 땅 주인들과 지속적인 협의에 나설 계획"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에는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산전북대병원이 들어설 군산시 사정동 일대(2018년 여름 촬영)
 군산전북대병원이 들어설 군산시 사정동 일대(2018년 여름 촬영)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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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관계자는 "군산전북대병원은 군산시 사정동 194-1번지 일원(군산선 폐철도 부근)의 3만 평에 총 1853억 원(토지 보상비 포함)을 투자, 2025년까지 지하 3층 지상 9층(500병상) 규모로 신축된다"라며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연구지원센터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장례식장 등이 별도로 들어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문창호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교수는 "군산에 처음 세워지는 대학병원인 만큼 국내 최고 수준으로 건립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큰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져야지, 예산에만 맞춰 규모를 결정하고 낮은 수준의 대학병원을 건립하면 준공도 되기 전에 후회하고 환자와 직원 모두로부터 비난받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병원 신축에 대해 설명하는 문창호 군산대 교수
 병원 신축에 대해 설명하는 문창호 군산대 교수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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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지을 때 '성장 가능성'과 '변화에 대한 수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 성장 가능성은 중축 및 확장을 염두에 두고 건물 위치를 정하고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변화에 대한 수용성은 의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수술실의 경우 새로운 첨단 장비를 들여와도 어렵지 않게 들여놓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산전북대학병원 건립의 첫 번째 요건으로 문 교수는 넉넉한 용지 확보를 꼽는다. 대학병원 용지가 총 3만 평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5만 평은 돼야 지역 성향(새만금 산업단지)에 맞는 연구 교육시설, 특성화 센터 등이 들어설 수 있고, 방문객과 환자들에게도 쾌적한 환경과 치유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문 교수는 "병원 건축을 40여 년 연구해온 전문가 입장에서 의견을 피력하겠다. 앞으로 태어날 세대가 주변 환경이 자연 친화적인 상급 대학병원에서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넉넉한 용지는 필수다. 예산만으로는 5만 평 매입은 어려울 것이니 나머지 2만 평은 시민이 참여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조달하자"라고 제안했다.

"최고 수준으로 건립할 꿈 가지고 추진해야"

아래는 군산의 모 카페에서 만난 문창호 교수와의 인터뷰, 이어서 이메일로 보내온 추가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번듯한 대학병원 건립은 군산 시민의 염원이다. 미래지향적인 병원 건축 방향은?
"대학병원쯤 되면 사용자를 고려하여 적정한 시설 규모와 충분한 확장 가능성을 갖도록 종합계획(마스터 플랜)이 수립돼야 한다. 즉 우선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고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는 대로 장기계획에 맞춰 확장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축하는 대학병원인 만큼 국내외 최고 수준으로 건립할 꿈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병원은 무엇보다 쾌적하고 공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건물도 고층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환자에게는 편안하고 쾌적해야 하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짧은 동선과 더불어 효율적인 공간으로 지어져야 한다. 지가가 높은 도심지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외곽에 신축할 때는 방문객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층을 낮추는 게 좋다고 본다."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설명하는 문창호 군산대 교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설명하는 문창호 군산대 교수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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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전북대병원을 두고 '상급 종합병원'과 '하급 종합병원'으로 의견이 갈리는데?
"그러한 논란은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의 다른 표현으로 이해된다. 종합병원은 전문 진료센터를 얼마나 다양하게 운영될 수 있는가가 수준을 결정한다. 따라서 첨단 의료시설로 발전할 가능성은 보유 부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주전북대병원이 처음 들어설 때 현재와 같은 규모로 성장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현재 전주전북대병원 부지는 거의 포화상태이다. 따라서 신규 수요에 따른 의료시설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들어설 군산전북대병원이 부지를 충분히 확보한다면, 앞으로 국가에서 발주하는 주요 연구시설과 군산 지역(새만금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전문 진료센터 등을 다수 유치하여 첨단 의료시설 단지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추가 용지확보, 부족한 금액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병원 건축에서 넉넉한 용지를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병원은 개원하면서 증·개축을 고려할 정도로 빨리 진화하는 건축물이다. 따라서 상급 대학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에서 새롭게 요구하는 전문 진료센터가 속속 들어설 수 있도록 보유 용지가 넉넉해야 한다. 오래된 우리나라 대학병원들이 부지 확장의 어려움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사례를 흔히 보고 있다. 다른 병원들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때 명성을 떨쳤던 군산의 구암병원, 도립병원, 자혜의원 등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구암병원은 구암동산 전체가 부속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선교스테이션'이었고, 일본인 농장 진료소로 출발한 자혜의원이 군산간호대학(1951), 개정뇌병원(1961), 시그레이브기념병원(1970) 등을 한 울타리 안에 건립한 것도 보유 용지가 넉넉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근래 건립된 화순전남대병원 전경
 근래 건립된 화순전남대병원 전경
ⓒ 문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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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들어설 전북대병원 부지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나?
"근래 건립된 대학병원 제2 병원은 화순전남대병원(53,700평) 양산부산대병원(55,500평) 칠곡경북대병원(29,800평) 창원경상대병원(24,200평) 세종충남대병원(11,000평) 등으로 화순과 양산을 제외한 병원들은 부지 한계로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고 전문 진료 특성화를 추진하여 성공한 화순전남대병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군산시가 발표한 예산으로(총사업비 1,853억 원, 토지보상비 156억 원) 군산전북대병원 용지를 매입, 경계를 정한다면 일단 건립 사업은 순조롭게 추진되겠으나 추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의료서비스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대학병원 부지는 최소 50,000평 이상 확보돼야 한다."

-추가 용지확보 방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제시했는데?
"뜻있는 시민과 출향민들이 온라인으로 보내준 기금으로 용지를 확보했다가 군산전북대병원이 필요할 때 적정가격에 넘기고,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겠으나 2만여 평 토지 금액은 40여억 원(평당 20만 원)으로 추산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남에서 가장 먼저 서양 의료가 시작된 도시가 군산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충청남도 온양, 홍성, 부여, 논산 전라북도 김제, 정읍, 부안 등지의 환자들이 군산으로 치료받으러 온 것으로 나타나는데,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내놓을만한 대학병원 하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옛 명성을 되찾고 미래 세대 건강을 위해 시민 모두가 참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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