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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탈당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탈당 입장을 밝힌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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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한솔씨.

너무 급작스럽게 생긴 일이라 이제는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우니 '임한솔씨'로 통일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당신이 얼마 전까지 몸담고 있었던 정의당의 청년당원입니다. 그리고 SNS 친구이기도 했고요. 2018년 당시 당선되셨을 때 제 SNS 친구 중에 구의원이 생겼다고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었는데, 그때 당신이 '좋아요'를 눌렀었죠.

이것은 정의당 청년당원이자 유권자인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사회적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당신이 한 선택들에 대해 쓴 글입니다. 제 진심이 잘 가닿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행보가 불편했습니다

저는 사회적 비극을 재현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기억은 언젠가 희미해지고,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언젠가 이 땅 위에서 사라지기 때문이죠. 당사자들이 한 명도 남지 않았어도 기억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광주 민주화 운동, 5.18은 대표적입니다. 아직 5.18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5.18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기에 바쁘고, 정치가 거기에 앞장을 서고 있음에도 그들이 여전히 제도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5.18에 대해 꾸준히 발언하고 행동하는 '거리의 철학자' 김상봉 전남대학교 교수의 말이 생각납니다. 5.18 40주년을 1년 앞둔 2019년 10월, 제 2차 광주정신포럼에서 "타인의 고통에 참여한다는 것은 반드시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타인의 고통은 국가폭력에 의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또 다시 국가폭력이 존엄한 개인의 삶을 짓밟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 5.18이 아직도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행보는 어떠했습니까? 과연 구의원의 업무가 전두환을 따라다니는 것인가요? 전두환이 골프를 치는 곳까지 따라가서 명함을 건넨다거나, 12.12 군사반란 40주년 축하연에 찾아간다거나 하는 일들. 덕분에 '임한솔'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릴 수는 있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국가폭력을 사유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시민들과 언론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정치인에게 중요하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전두환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말 사소한 문제입니다. 그에게 지금 어떤 실질적인 권력이 있어서 직접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나요? 

이미 죽어버린 권력 앞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전두환을 욕하고 조롱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정치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런 것으로는 아무것도 못 바꾸잖아요.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이유는 그들이 서 있는 현실을 바꿔주길 바라기 때문 아닐까요? 관심 받기 쉬운 길로만 가는 것, 그것이 정치인의 덕목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정당한 절차 통해 유권자를 대변하는 정치, 어렵지만 당연한 일

그런데 하루아침에 서대문구의원 직을 내려놓더니, 결국에는 탈당을 하셨습니다. 제 주변의 정의당 당원뿐만이 아니라 정의당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드셨죠. 그도 그럴 것이, 정의당 당규상 선출직 공직자인 당의 부대표가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상무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17일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상무위가 승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과의 상의 없이 구의원에서 사퇴한 것입니다.

기초의원이 분명 권한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선거에서 뽑아준 유권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셨나요? 정의당 부대표 역시 당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서 맡은 직책입니다. 당신은 후보시절 '육성이 답이다'라며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죠. 그걸 지지해준 당원에 대한 실망은 어떻게 하실 건지 궁금하네요.

저는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충실히 하는 정치인을 원합니다. 유권자들을 어떻게 하면 대변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려운 일이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것들을 잘 해내지 못한다면, 더 큰 권한이 주어진다고 해서 달라질까요? 

이만 맺습니다. 당신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너무 궁금합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지속적으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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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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