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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만드는청소년은 12월 21일 저녁 창원청년일자리프렌즈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활동기록집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2월 21일 저녁 창원청년일자리프렌즈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활동기록집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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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아직 못 이긴 거야."

청소년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벌였던 활동을 담은 기록집 제목이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삶이 무대에 올라서기를 바랐다"며 이를 위해 계속 나설 것을 다짐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세 차례 시도되었지만 모두 경남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9년 12월 조례안이 발의되었지만 이듬해 경남도의회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폐기되었고, 주민발의로 진행된 조례안에 대해 2012년 5월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찬성 4명과 반대 5명으로 부결시켰다.

또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경남도교육청에서 발의했던 조례안에 대해 올해 5월, 찬성 3명과 반대 6명으로 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원성일(창원)‧장규석(진주) 의원이 자유한국당 조영제‧박삼동‧이병희, 무소속 강철수 의원과 같이 '반대표'를 던졌고, 민주당 표병호 위원장과 송순호‧김경수 의원만 찬성했다. 현재 경남도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2018년 9월, 10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조례만드는청소년'은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촛불집회와 기자회견, 성명서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일부 기독교와 보수단체들은 조례 제정에 반대했다.

청소년들은 이번에 펴낸 활동기록집을 통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다. 활동명 '권리모'는 "조례의 부결이 청소년운동의 끝이 아니다. 조례운동을 하며 조례를 만들기 위한 법적인 절차들도 알게 되었고 여러 실무들을 하는 능력도 기르게 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졸은 기운도 많이 얻었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그는 "조례를 부결시킨 도의원들에게 다같이 화를 낼 수 있다는 것도 큰 힘인 것 같았다"며 "조례 운동 막바지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왕 기록된다면 외롭지 않은 엄청 뜨뜻한 운동이었다고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활동명 '하지'는 "조청(조례만드는청소년)에서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면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게 된 것 같다"며 "요즘은 제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상상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고 했다.

'귀홍'은 "앞으로는 의무감에 일상을 지속하는 일이 없도록, 상황과 존재들을 원망하지 않도록,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속이지 않도록, 조금 더 나다운 모습으로 날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해별'은 "조청에 함께 할 때마다 제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제가 성장하는 것 같다고 했다"며 "평소에 이야기 하고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행동들을 하니까 하나를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뭔가가 막 이리저리 커져가지고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김보은'은 "요새 하루하루 새로운 다짐과 희망, 의욕으로 가득 차 오르고 있다. 최근의 저를 표현하자면 마치 전사 같다"며 "촛불집회, 학생의날집회, 회의와 인터뷰, 영상 제작, 기자회견까지. 정말 다양하게 해왔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롭다. 학교 공무처럼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정말 열심히 한 걸 보니 진짜 재미 있었나 보다"고 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활동기록집.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활동기록집.
ⓒ 조례만드는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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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평생 기억될 가장 활발했던 시기"라며 "조청 사람들은 다른 분들과 특히 뭔가 달랐다. 포근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조청은 제게 쉼터였다. 너무나 소중하고 각별하고 애틋한 여러분들과 함께 해서 좋았고 행복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수경'은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되고 자동폐기되었을 때, 저는 오랫동안 그 무력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며 "한 차례 큰 싸움을 치르고 어떻게 하면 그 열패감으로부터 '승리'할 수 있을까, 저 자신과의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멈추어져 있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실패는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은 승리뿐이다. 저도 진 것 같지 않다. 그 속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힘이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하던 날, 기필코 쟁취하리라 했던 '승리의 경험'은 더욱 굳게 앞으로 나아갈 힘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했다.

'지혜'는 "조청에 함께 한 1년쯤의 세월 동안 나도 많이 변했다"며 "조청과 함께 한 1년 동안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힘들고 재미 있었다"고 했다.

'조례안 부결' 직후 상황을 설명한 '새얀'은 "눈물이 났다. … 시간이 지나도 눈물이 계속 났고, 그렇게 심하게 울어본 것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저도 반대세력들에 폭력적으로 하고 싶다. 그땐 왜 그리 착했는지"라며 "어쨌든, 인권조례는 부결되었지만 학생들이 인권을 가질 권리는 부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활동기록집은 300쪽에 걸쳐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의 흐름"부터 "평가", "성명서", "발언문", 관련 사진 등이 담겨 있다. 활동기록집은 '아름다운재단'의 유스펀치 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발간사에서 "우리는 이 운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많이 아팠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시선으로 이 운동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청소년인권운동의 역사가 되었다.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한 청소년의 싸움이 어이질 때까지. 조례 제정운동은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지난 21일 저녁 창원청년일자리프렌즈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2월 21일 저녁 창원청년일자리프렌즈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활동기록집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2월 21일 저녁 창원청년일자리프렌즈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활동기록집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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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생인권조례, #조례만드는청소년,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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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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