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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 대표협의를 마친 뒤 약식 회견을 갖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외교부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 대표협의를 마친 뒤 약식 회견을 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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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듯 연신 북한에 '만남'을 제안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비건 대표의 메시지가 나간 지 6시간이 지났지만, 북한은 16일 오후까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국무부와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의 재개를 알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비건 방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마지막 변수가 될 거라고 전망했던 전문가들도 비건 대표의 제안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대화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북한이 바라는 차원의 상응조치, 즉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건, 북 향해 "우리의 일을 해야 할 시간, 이 일을 끝내자"

방한 이틀째인 16일 비건 대표는 외교부, 청와대, 통일부의 일정을 소화했다. 주제는 모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한 것들이었다. 비건 대표는 이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하며, 재차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북한과 '대화'로 싱가포르 선언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2018년 북미 정상이 약속한 싱가포르 선언은 전문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굳건한 평화체제(a lasting and robust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를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북미 관계의 구축을 1항에 두고, 안정적인 평화체제(2항),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3항)를 못 박았다.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말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진행한 약식회견에서 나왔다. 비건 대표는 작심한 듯 "우리의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이 일을 끝내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북한)은 우리한테 어떻게 다가올 수 있는지(접촉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라며 사실상 북한에 '만남'을 제안했다.

비건 대표가 약식회견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비건 대표가 이도훈 본부장을 만나기 위해 방한해 이동하며, 종종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 본부장과 브리핑에서 약식회견을 한 경우는 드물었다.

비건 대표의 약식회견은 미국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북한에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북한과의 '물밑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국제지역학)는 "비건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만남을 제안한 건, 북미 물밑협상이 안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연말 시한'과 상관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북미 정상의 합의사항을 실천한다는 목표에 있어 데드라인(시한)이 없다"라면서 "우리(미국)가 기대한 만큼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미 비핵화 협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연말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반면,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은 '연말시한 까지'라는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은 최근까지도 담화에서 '연말시한'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 비건 제안에 답하지 않을것"

북한은 비건 대표의 제안에 응할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답을 한다고 해도 그 내용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절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대화에 응할 '명분'이 없다는 것. 비건 대표가 '말'로는 만나자고 하지만, 정작 북한이 협상 자리에 앉을 만한 변화된 '미국의 조치'는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 모두 물러설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미국에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북한에 대화하자면서도 정작 북한의 요구에는 답하지 않는다"라면서 "미국 입장이 그대로이니 북한도 (협상에) 나오지 않을 것. 북미의 간극이 크다"라고 짚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비건의 제안에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만 보자면, 비건이 애걸복걸하며 대화하자고 한 거 같다. 하지만 행동을 봐라, (미국은) 달라진 게 없다"라면서 "지금 미국이 대화하자는 건 올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국 결렬됐을 때, 북한 탓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서 '친서외교'로 교착국면을 돌파해온 북미가 이번에도 친서 카드를 쓰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북한에 전달됐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비건의 이야기가 좀 더 전향적이거나 북한을 움직일 만한 게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친서 이야기도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아직 시간이 있긴 하다. 비건 대표의 출국은 17일 아니냐. 미국이 추상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북한도 대화와 대결을 함께 한다고 했다"라면서 "약간의 가능성은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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