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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만원 고료 2019년 '진주가을문'예 정혜정(시), 장수주(소설) 당선자.
 1500만원 고료 2019년 "진주가을문"예 정혜정(시), 장수주(소설) 당선자.
ⓒ 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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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5회째인 1500만원 고료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시는 <믿음과 기분> 외 4편을 낸 정혜정 시인(39, 강릉), 소설은 단편 <칼>과 <쓸데없이 싸우는>을 낸 장수주 소설가(40, 화성)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남성(南星)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는 15일 공모‧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31일 공모 마감 결과, 시는 173명 1182편, 소설은 114명 179편(중·단편)이 응모했다.

심사는 예심 없이 본심 2명이 맡았다. 소설은 전성태 소설가 (장편 <여자 이발사> 등)와 최진영 소설가(장편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등), 시는 이정록 시인(시집 <동심언어사전> 등)과 김민정 시인(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등)이 했다.

시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믿음과 기분"에 대해 "읽고 있는 지금 이 행보다 읽어나갈 다음 행이 더 기대되는 마음으로 우리를 집중하게 했다. 사유가 뒤에서 밀어주기에 말이 되는 언어유희였다. 즐거웠다"고 평했다.

심사위원들은 "좋은 시는 두어 행 치닫으면 제 숨결을 가다듬으며 초원을 뛰어간다. 언어의 근육이 불뚝거린다.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는 눈빛이 있다. 시인은 문장에 눈을 심어놓은 사람이다. 눈빛이 또렷하고, 근육이 세밀한 시인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언어를 오래 다룬 사람만이 갖는 용기와 스스로 리듬을 만들어가는 명랑성이 심사자들의 마음까지 즐겁게 이끌었다"고 했다.

소설 심사위원들은 "작품 완성도와 문장력을 모두 살핀 끝에 <쓸데없이 싸우는>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며 "인물의 복잡한 심리와 불편한 관계를 세련되게 다루면서 최근 화두인 '혐오'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글이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선명한 이미지와 스토리텔링도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작품에서 직접 발언하지 않고 이야기만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솜씨도 탁월했다. 글을 읽은 뒤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도 좋았다. 낡은 비유나 소재를 경계한다면 앞으로도 다양한 글을 왕성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고 평했다.

정혜정 시당선자는 소감에서 "내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는 것은 나무의 모든 나날이 내 앞에 있다는 뜻이다. 바람과 햇빛과 빗물과 흙에 소실된 나날까지 합쳐 지금 내 앞에 있다는 뜻이다. 나무 한 그루는 나무의 모든 나날이다. 시의 나날이 되겠다"며 "필드와 함성에서 멀찍이 떨어진 외야석에 앉아 있다 영문 모를 홈런볼을 움켜쥔 기분"이라고 밝혔다.

장수주 소설당선자는 소감에서 "내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남루하고 초라한데, 왜 나는 새벽마다 몽유병을 앓듯이 이들이 만드는 보잘 것 없는 세계 속을 이리저리 헤매는 걸까, 이러면서 맹렬히 괴로워했다. 그러나 깨기 어렵다는 몽유병의 잠처럼 그만하자, 이제 그만하자, 하면서도 나는 소설 쓰는 걸 그만두지 못했다며 "나는 이제 앞으로 몽유병을 영영 치료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김장하 이사장은 "진주가을문예를 운영한 지 올해로 25회째다. 올해도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 참신하고 의욕이 넘치며 기운 팔팔한 새 시인과 소설가를 내놓는다"며 "그동안 많은 관심에다 응모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했다.

'진주가을문예'는 남성문화재단이 1995년 기금을 마련해 옛 <진주신문>에서 운영하다 지금은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가 전국에 걸쳐 신인 공모를 벌여 운영해오고 있다. 당선자에게는 시 500만원, 소설 10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후 4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다.
 
 이정록 시인, 김민정 시인, 전성태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가 11월 10일 진주 한 장소에서 '진주가을문예' 응모작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이정록 시인, 김민정 시인, 전성태 소설가, 최진영 소설가가 11월 10일 진주 한 장소에서 "진주가을문예" 응모작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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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당선작 줄거리

<쓸데없이 싸우는> '나'는 성공한 영화감독인 도운과의 결혼을 앞두고 배우 오지은의 저녁식사에 초대받는다. 저녁식사 자리에는 오지은의 동생 오하은, 오지은의 전남편이자 오하은의 현재 애인인 장시하도 있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도운과 배우 해진이의 불륜설을 신경 쓴다. 청첩장을 돌리러 나간 동기들과의 자리에서 '나'는 도운과 해진이의 불륜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결혼을 밀어붙일 것이라 한다. '나'는 쓸데없이 싸우고 있다.
 

<칼> '나'는 죽은 아빠가 남긴 사시미칼을 갖고 다니는 열일곱 살 여학생이다. '나'는 오갈 데가 없어 나를 성폭행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삼촌의 횟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E의 부탁으로 E에게 회를 뜨는 방법을 알려준다. E는 '나'의 칼을 훔쳐 자신을 폭행하는 K를 찌르고 도망친다. 도마 위의 생선처럼 무기력하게 살아온 나는 E가 팔딱거리는 활어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 삼촌을 찌르지만 실패한다. 나는 삼촌으로부터 도망치면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을 다짐한다.

■ 시 당선작
 
믿음과 기분

정 혜 정

믿음을 가지면 리듬을 가질 수 있다
조그만 세계에 후두두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조율할 수 있다
크고 나쁜 소식이
작고 좋은 소식과
섞일 수 있도록

달린다
잽싸게 혹은 느리게
정곡을 찌르는 속력으로

바다에 가까이 산다는 것은
바다에 가까이 산다는 기분과 사는 것
이따금 바다로 향하는 버스가
앞을 스쳐

지나간다
일정한 속력으로

없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과
있는 것에 대한 기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오후가 있다

얼굴이 필요해 애인의 얼굴을 가지는 것과
아름다움 없어서 아름다움으로 채우는 것에 대해
골몰하는 거울이 있다

거울의 파편에 비치는 것

지나가고 있다

여름 아니고
가을 아니고
계절만의 속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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